유튜브 구독자 구매 앞밭에서 할매가 늙은 호박을 줍고, 또 남은 깻단을 세우더라. 겨울에 불쏘시개로 쓸 모양이다. 환기 좀 시키려고 문을 활짝 열었는데 마른 깻단 냄새에 몸이 쏠렸다. 호박을 하나 얻어다가 죽 쑤어먹으려고 뒷방에 앉혔어. 겁나게 오지고 감사해라.
<마가복음 전남방언> 책을 산중에 사는 스님 동생에게 한 권 보냈는데 읽고 은혜(?) 잘 받았다며 인사말. 깻단 냄새가 좋다 했더니 깨와 깨달음이 같다면서 농을 한다. 주일학교에다 여름성경학교 출신인데 인연이 달랐는지 ‘그쪽’으로 갔다. 그 친구 언젠가 했던 말을 기억해. 스님들이 주로 ‘깨달음’이 어쩌고 하지만 종정 큰스님도 ‘나는 깨달은 사람이다’ 말하지 않는대. 깨달은 사람이 무슨 ‘나’라는 에고가 있겠는가 말이다. 교회 쪽 동네엔 사이비 ‘재림 예수’가 여럿이다. 말만 목사지 신흥종교 교주 노릇을 하는 분들도 솔찬하게 보인다. ‘나에게 오라! 내 말만 들어라’라는 소리를, 아주 눈 하나 깜빡 않고 겁 없이 내뱉는다. 무슨 배짱인가 싶어.
아침에 마당에서 개들과 놀아주는데, 꽤나 춥더라니. 첫눈이 펄펄 날렸다. 진눈깨비여서 개들이랑 혓바닥을 내밀었는데 그야말로 ‘잔설’이라 맛도 보지 못했어. 머잖아 산길에 눈이 고봉밥만큼 쌓이리라. 이 동네가 아이스크림 동산이 되겠지. 나이 들어 철이 드니 깨달아지는 게 쬐끔 있기는 해. 에게게~ 고작이라겠지만 ‘세월이 지독하게 빠르다’는 점이다. 그리고 빈 구석과 외로움을 채우려고 남에게 기웃대거나 남에게 중독되지 말아야 한다는 점.
스스로를 돌보면서, 나 자신과 잘 지내야 할 텐데 말이다. 그 뒤에 벗들 만나 소중한 정담들 나누면 좋으련만, ‘잘난 척, 아는 척, 가진 척, 있는 척’ 태반들 그렇다. 당신 행여 마음 다칠라. 깨달음이란 가을 지나 겨울 오듯 그저 욕심도 미련도 다 내려놓는 것이 아닌가 싶다. 빈손으로 돌아가는 것. 밑바닥부터 복된 흰 눈이 쌓이리라.
프로야구 2차 드래프트에서 역대급 대이동이 벌어졌다. 29일 열린 2025 KBO 2차 드래프트에서 안치홍, 이태양(이상 한화), 임기영(KIA) 등 굵직한 선수들이 지명됐다.
안치홍이 충격의 1라운드 1순위 주인공이 됐다. 안치홍은 2023시즌을 마치고 두번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뒤 한화와 4+2년 총액 72억원에 계약했다. 이적 첫해인 2024시즌 128경기 타율 0.300 13홈런 66타점 등으로 기대에 부응했으나 올해는 부진했다. 2군을 오가며 재정비를 했지만 결국 66경기 타율 0.172 2홈런 18타점으로 마감했고 포스트시즌 엔트리에도 오르지 못했다.
2차 드래프트는 구단별 보호선수 35명을 제외한 소속 선수, 육성선수, 군 보류선수, 육성군 보류선수가 지명 대상이 된다. 한화는 76억 FA 선수를, 계약 기간이 2+2년이나 남은 상태에서 보호선수 35명에서 제외했다.
안치홍을 선택한 키움은 “정교함과 장타력을 겸비해 타선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선수다. 팀의 구심점 역할을 기대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한화는 투수 이태양도 내놨다. 이태양은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KIA의 선택을 받았다.
2010년 한화에 입단한 이태양은 2020년 6월 SK(현 SSG)로 트레이드됐다가 2023시즌을 앞두고 FA가 돼 4년 25억원 계약을 맺고 한화로 돌아왔다. 계약 3년 차였던 올해 부진한 이태양 역시 가을야구를 함께하지 못했고 전력 외로 분류됐다. 이태양을 지명한 KIA는 “선발, 중간 모두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 영입 대상 1순위로 생각하고 있었고, 전천후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KIA는 투수 임기영을 전력 외 선수로 분류했다. 임기영은 3라운드에서 삼성이 데려갔다.
임기영도 올 시즌 전 3년 총액 15억원에 KIA와 FA 계약해 잔류했다. 그러나 올 시즌 10경기 등판에 그쳤다. 불펜 보강이 필요했던 삼성은 그를 선택했다.
NC 마무리였던 이용찬도 나왔다. 2라운드 전체 6순위로 친정팀 두산의 지명을 받았다. 이용찬 역시 올 시즌을 앞두고 2+1년 최대 10억원에 NC와 FA 계약해 잔류했지만 선발로 준비했던 시즌을 실패하고 12경기 평균자책 10.57에 그쳤다.
2차 드래프트는 원래 1군 전력 아닌 선수들이 타팀에서 기회를 받을 수 있게 하려는 취지에서 2011년부터 격년제로 시행됐다.
역대 2차 드래프트에서 FA 계약기간이 남은 채로 지명된 선수는 2015년 이진영·차일목, 2019년 정근우·이보근, 2023년 최주환·오선진이 있다. 올해는 무려 4명이 FA 계약기간 중 지명됐다.
각 구단은 3라운드까지 지명 기회를 받았고 2025시즌 성적 하위 3개 구단(키움, 두산, KIA)은 최대 2명 추가 지명권을 받았다. 총 17명이 지명됐다. 키움이 안치홍, 외야수 추재현(두산), 투수 배동현(한화), 투수 박진형(롯데)까지 가장 많은 4명을 데려갔다. 롯데는 3명, 두산, KT, KIA, 삼성, SSG는 2명씩 뽑았다. 한화는 가장 많은 4명을 보내고 한 명도 뽑지 않았다. LG와 NC도 지명하지 않았다.
지명한 구단은 원 소속구단에 1라운드 4억원, 2라운드 3억원, 3라운드 2억원, 4라운드 이하 1억원의 양도금을 줘야 하고 지명 선수를 2026시즌 또는 2027시즌 의무적으로 1군에 등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