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트 경남 거제시와 통영시, 고성군은 17일 거제시청 대회의실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거제∼가덕도신공항 연결철도’를 제5차 국가 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해달라고 촉구했다.
변광용 거제시장과 천영기 통영시장, 이상근 고성군수는 “거제·통영·고성이 위치한 경남 동남부권은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산업 인프라가 집적된 지역으로, 향후 마스가(MASGA) 프로젝트 등으로 한미 조선 협력의 핵심 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남부 내륙철도와 거제∼통영 고속도로이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수도권 일극 체제를 넘어 ‘5극 3특’ 국가균형발전 전략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가덕도신공항과 지역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철도망 구축이 필수”라며 정부의 결단을 요청했다.
앞서 지난해 8월 이들 3개 시군 지자체장은 제5차 국가 철도망 구축계획에 거제∼가덕도신공항 연결철도 반영을 촉구하는 공동 건의문을 채택하고, 경남도와 국토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은 2026년부터 2035년까지 철도를 설치하는 국가 계획안으로 올해 말 확정·고시된다. 전국 광역지자체에서 160개 사업을 계획에 반영해달라고 건의하며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회견이 끝나고 이들 3개 시군 지자체장은 고성군 동해면 양촌·용정 기회발전특구 사업시행자인 SK오션플랜트 매각 추진에 반대한다는 공동 입장도 밝혔다.
일본에서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신드롬을 일으킨 화제작 <국보>가 오는 19일 한국 관객들을 만난다. ‘가부키’라는 일본 전통예술의 세계를 다룬 작품이 국내에서도 흥행을 이어나갈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 13일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CGV에서 <국보>를 연출한 이상일 감독의 내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앞서 지난 9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작품을 선보였던 이 감독은 “부국제에선 배우들과 함께 영화제의 열기를 맛보는 분위기가 있었다면 지금은 개봉을 본격적으로 앞두다 보니 긴장이 된다”며 “한국 관객들이 이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고 한국 개봉 소감을 밝혔다.
<국보>는 일본의 전통 무대예술인 가부키를 소재로, ‘국보(國寶)’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 서로를 뛰어넘어야만 했던 두 남자 일생을 그린 영화다. 일본 소설가 요시다 슈이치의 동명 소설로, 재일동포 3세인 이상일 감독이 메가폰은 잡았다. 일본에서 지난 6월 개봉한 이후 100여 일 만에 누적관객 수 1000만 명을 돌파했고 현재는 1200만 명을 넘어서며 역대 일본 실사 영화 흥행 1위 등극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일본에서 자국 실사 영화가 천만 관객을 모은 것은 2003년 개봉한 <춤추는 대수사선 극장판 2>에 이어 <국보>가 두 번째다.
이 감독은 가부키라는 소재를 택한 배경에 대해 “저의 뿌리는 한국이지만 일본에서 나고 자라 일본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며 “가부키에 대한 거리감은 일본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악인’이란 영화를 찍으면서 ‘온나가타’(가부키에서 여자 역할을 하는 배우)에 관심을 갖게 됐다. 굉장히 아름다우면서도 남성이 여성을 연기한다는 것이 그로테스크하게 보일 수 있지만, 5~60년 동안 예술을 위해 자신을 갈고 닦으며 독특한 신비성이 어떻게 나오는지 알아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영화는 야쿠자의 아들로 태어나 가부키 명문가의 당주 ‘한지로’(와나타베 겐) 거둬지는 ‘키쿠오’(요시자와 료)와, 가부키 집안의 정통 혈통을 이어받은 한지로의 아들 ‘슌스케’(요코하마 류세이)의 삶이 교차하며 펼쳐진다. 가문 안에서 예명이 세습되는 가부키 세계에서 핏줄은 곧 배우의 생명이다. 두 사람은 재능과 혈통, 인정과 질투, 외부인과 내부인이란 미묘한 경계 위에서 끊임없이 경쟁하고 연대하며 성장한다.
두 주인공 요시자와 료, 요코하마 류세이는 촬영 1년 반 전부터 직접 가부키 수련에 뛰어들어 예술의 경지로 향하는 구도자의 삶을 몸으로 익혔다. 아름다운 영상미와 압도적 스케일에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가 더해지며 175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이 지루할 틈 없이 흡입력 있게 관객을 이끈다.
이 감독은 그렇다고 이 영화가 가부키를 소개하는 작품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영화에서 가장 보여주고 싶었던 건 가부키 그 자체라기보다 배우들과 그들을 둘러싼 가족, 지지자들의 이야기”라며 “배우들은 굉장한 빛을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거기에 수반되는 그림자도 짙다”며 “그림자를 등에 지고 빛나는 존재, 예술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디서든 보편성을 갖는다”라고 했다.
가부키라는 낯선 소재이지만 한국 관객에게도 충분히 공감될 것이라는 기대도 전했다. 그는 “한국 관객분들이 가부키에 당연히 거리감을 느끼시겠지만, 이 영화에서 중요한 부분은 혈통이 중요한 분야에서 핏줄로 계승되는 존재가 있는 한편, 그렇지 않은 외부인도 있다는 점”이라며 영화의 이런 구조가 자신이 태어나면서부터 가진 재일동포라는 정체성과도 맞닿아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마지막으로 “다른 나라보다도 한국 관객들이 이를 밀접하게 느껴주신다면 기쁠 것 같다”며 “무엇보다 영화를 즐겨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