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사무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맥도널드 프랜차이즈 행사에서 생활물가를 낮춘 자신의 업적을 강조하며 “내가 대통령인 것은 미국인에게 엄청난 행운”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맥도널드 연례행사에 참석해 높은 물가는 조 바이든 전 정권의 탓이며 자신이 이를 낮추는 데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그들에게서) 엉망진창인 상황을 물려받았지만 지금은 물가 상승률이 거의 적정 수준에 도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내가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재앙이 들이닥쳐 이 나라는 파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맥도널드 가격도 내려가고 있다고 들었다”고 감사를 표하면서 자신이 얼마나 맥도널드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좋아하는지 강조했다.
맥도널드는 최근 5달러짜리 특별할인 세트를 출시했다. 하지만 이는 맥도널드 세트 메뉴 가격을 감당할 수 없어 떠나버린 저소득층 고객을 붙잡기 위한 특단의 조치였다. 맥도널드는 서민들이 애용하는 곳이지만 가격 인상 탓에 지난 2분기 저소득층 이용률이 두 자릿수 감소했다. 애널리스트 애덤 조지프슨은 “맥도널드 해피밀 가격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날 행사에서 “월마트 추수감사절 식사 바구니 가격이 ‘사기꾼’ 바이든 정권 때보다 25% 하락했다”는 주장을 반복하며 자신이 물가를 끌어내렸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월마트가 바구니에 들어가는 품목 수와 양을 줄여 가격을 낮췄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때 고물가를 잡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당선됐지만 미국인들이 체감하는 소비자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을 공격하는 무기로 활용했던 물가 의제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셈이다.
최근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기간 중,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에 GPU 26만장을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는 인공지능(AI) 산업의 장밋빛 미래를 그리며 기대감을 드러냈고, 주식시장은 기다렸다는 듯 호재로 반응했다. 경기 침체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반가운 소식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기업인도 정치인도 아닌 시민의 입장에서 냉정하게 말해보자. 이런 호재에도 우리의 일자리·주거·육아·노후 불안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뉴스를 읽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국가가 나름대로 잘나가는 시기라면, 그 힘이 있을 때야말로 미래를 준비할 적기이지 않을까?”
올해 ‘불평등 물어가는 범청년행동’이 진행한 ‘광장 밖 청년 100인 인터뷰’에서 청년들이 꼽은 불안 요인 1순위는 ‘인구구조’였다. 노동인구는 빠르게 줄고 부양인구는 급증하고 있다. 일자리도, 집도, 미래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청년들의 위기감은 감정적 과장이 아니라 지극히 합리적인 현실 진단이다. 이러한 위기감은 국민연금 논쟁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 유사한 조사에서도 미래세대의 세금·연금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았고, 상당수가 세대 간 불공정으로까지 인식했다. 정작 시민사회조차 현실의 불평등과 인구구조 변화가 만들어낸 불안에 제대로 응답하지 못한 채, 여전히 ‘소득보장론 vs 재정안정론’이라는 때늦은 프레임에 머물러 있다.
사실 기후변화가 어떤 속도로 파고들지, AI가 경제와 산업을 어떻게 재편할지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초고령화 문제가 가장 심화될 것이라는 50년 뒤의 미래는 더더욱 알 수 없다. 하지만 불확실성을 이유로 현실 문제를 미루고, 이론 논쟁이나 정파적 계산에만 매달린다면, 그 결과를 감당해야 하는 사람들은 그 논의를 신뢰할 수 없다. 미래를 논하기 이전에, 지금의 불안에 답하고 시민을 설득할 수 있는 시선부터 회복해야 한다.
연금이든 복지국가든 방식은 다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원칙과 방향을 먼저 세우는 것이다. 국가가 비교적 여력이 있을 때 무엇을 미래에 남길지, 그 청사진을 선명하게 보여줘야 한다. 다양한 세대·계층의 연대를 이끌어내는 원칙은 단순하다. 노동인구가 풍부할 때 남는 생산 여력을 미래세대를 위해 축적해야 된다. 부동산 가격이 오를 때 보유세 일부를 공공임대주택 확충에 투입해 다음 세대의 주거 기반을 강화하면 된다.
AI·반도체 산업이 특수를 누릴 때 법인세와 소득세 일부를 미래 투자를 위해 비축해야 한다. 나라가 어려워질 때 그 자원을 꺼내 쓰면 된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인구구조도, 산업도, 부동산 시장도, 지금이 어쩌면 우리가 ‘가장 잘나가는 시기’일지 모른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바로 지금이야말로 미래를 준비할 최적의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