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성범죄전문변호사 14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 검은 옷을 입은 여성 114명이 모였다. 이들은 오와 열을 맞춘 뒤 상체를 늘어뜨리고 숨을 골랐다. 잠시 후 북소리가 울리자 맨 뒷줄의 여성들이 박자에 맞춰 몸을 일으켰다. “신고받고도 실패했다. 구속도 실패했다. 처벌도 실패했다. 더 이상은 안 된다.” 한 어절을 외칠 때마다 검은 몸들이 차례로 솟아났다. 맨 앞줄까지 모두 일어서자 이들은 주먹을 움켜쥐고 외쳤다. “여성폭력 방치국가 규탄한다!”
이날 한국여성의전화는 세계여성폭력추방 주간을 앞두고 여성살해 현실을 알리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114명의 참여자는 지난해 경찰에 신고하고 보호조치를 받았음에도 친밀한 파트너에게 살해되거나 살해 위협을 겪은 여성의 수를 의미한다. ‘114번의 신고 114번의 실패’란 이름으로 진행된 퍼포먼스에서 참가자들은 “여성들이 죽어가고 있음을 알아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여성의전화는 2009년부터 ‘분노의 게이지’란 이름의 작업팀을 꾸려 매년 ‘언론 보도를 통해 본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한 여성살해 분석’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정부가 여성 살해와 관련한 공식 통계를 집계하지 않자 직접 언론 보도를 기반으로 수치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발표된 ‘2024년 분노의 게이지’ 보고서를 보면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게 살해된 여성은 181명에 달했다. 이틀에 한 명꼴로 여성이 살해된 셈이다.
[플랫]“전쟁도 아니고 저럴 수가…” 주인 잃은 192켤레의 신발
[플랫]“교제폭력은 여성을 폭행·살해하면 ‘용서받을 수 없음’을 보여주지 못해 나타난 결과”
퍼포먼스에 참여한 한예은씨(30)는 “국가가 여성을 향한 폭력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대로 개입하지 않는 현실이 분하다”며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더 많은 이들이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경숙씨(60)는 “여성 폭력이 여전히 만연하지만 스스로 폭력 피해를 겪고 있다는 걸 모르는 경우도 많다”며 “이런 퍼포먼스를 통해 여성 폭력의 현실과 이를 없애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이날 촬영한 퍼포먼스를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이 시작되는 오는 25일 배포할 예정이다.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은 1991년 지정돼 11월25일부터 12월10일까지 열린다.
▼ 우혜림 기자 saha@khan.kr
올해 9월까지 국내 보험사들이 낸 당기순이익이 지난해에 비해 2조원 이상 감소했다. 생보사는 들어가는 돈이 더 많아졌고, 손보사는 사고 처리 비용이 늘었다.
19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5년 1∼9월 보험사 경영실적(잠정)’에 따르면 생보사 22개·손보사 31개의 당기순이익은 11조291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조191억원(15.2%) 감소했다.
생보사의 당기순이익은 4조830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391억원(8.3%) 적었다. 자산처분·평가이익 등으로 투자손익은 개선됐지만, 손실부담비용 증가 등으로 보험손익이 큰 폭으로 줄었다.
손보사 당기순이익(6조4610억원)은 19.6% 줄어 감소 폭이 더 컸다. 역시 자산운용 이익 등 투자손익이 늘었지만, 손해율 상승으로 보험손익도 뒷걸음쳤다.
9월까지 수입보험료는 183조3829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4조1977억원(8.4%) 증가했다. 생보사 수입보험료는 89조4170억원으로 같은 기간 8조6505억원(10.7%) 증가했다. 보장성보험·변액보험·퇴직연금 등의 판매가 늘어난 반면 저축성보험은 감소했다. 손보사(93조9659억원)는 지난해보다 5조5472억원(6.3%) 늘었다. 장기보험·일반보험·퇴직연금 등 판매가 증가했지만, 자동차보험 수입보험료가 소폭 감소했다.
총자산이익률(ROA)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16%, 10.26%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0.27%포인트, 1.02%포인트 하락했다. 총자산과 총부채는 1327조2000억원, 1175조9000억원으로 지난해말 대비 각각 58조3000억원(4.6%), 49조1000억원(4.4%) 증가했다. 자기자본은 151조3000억원으로 지난해말 대비 9조1000억원(6.4%) 증가했다.
금감원은 금융시장 변동 및 손해율 악화 등 주요 위험 요인을 모니터링하고 보험사 당기손익 및 재무 건전성 변동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불륜 사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사산아를 냉장고 냉동실에 유기한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베트남 출신 귀화 여성 A씨(32)의 행방이 묘연하다. 이에 따라 청주지법은 공시송달로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청주지법 형사4단독은 시체유기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A씨에게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네 차례 공소장 송달을 시도했으나 모두 불발됐다.
기소가 이뤄지면 공소장이 피고인에게 송달되고, 피고인은 이에 대한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는 것이 통상적인 절차다.
하지만 애초 등록된 거주지에서 A씨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으면서 공소장 송달이 불발됐다.
A씨가 사실상 도주한 것으로 판단한 재판부는 지난 3월 직권으로 구속영장을 발부했으나 영장 집행에 나선 검찰 역시 A씨의 행방을 파악하지 못했다.
재판부는 결국 지난달 공시송달로 재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후 기소 1년 만인 지난 13일 A씨가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첫 재판을 진행했다.
공시송달은 송달 대상자의 소재가 불명확할 때 법원이 게시판이나 관보 등에 내용을 게재해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방식이다.
A씨는 지난해 1월 15일 충북지역 자택 화장실에서 홀로 사산아(21∼25주 차 태아)를 출산한 뒤 시신을 냉장고 냉동실에 유기한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시신은 약 한 달 만에 청소 중이던 시어머니에게 우연히 발견됐고, A씨는 당일 저녁 차량을 몰고 도주했다가 이튿날 전남 나주의 고속도로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A씨는 당시 경찰 조사에서 “오랫동안 각방 생활을 해온 남편에게 불륜 사실이 발각될까 두려워 아이를 냉동실에 숨겼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도주 우려가 큰 것으로 판단해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당시 법원은 “수사 과정에서 협조적이었고 추가 도주 우려가 없다”라며 이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