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릴리지구매 미국 해군참모총장이 한·미 관세·안보 협상이 타결된 다음날 국내 주요 조선소를 찾았다.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가 본격적으로 ‘시동’이 걸린 모양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15일 대릴 커들 미 해군참모총장이 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를 방문해 정기선 HD현대 회장과 마스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16일 밝혔다. 커들 총장은 같은날 한화오션 거제사업장도 찾아 김희철 대표이사와 함께 조립공장 등을 살폈다.
앞서 한·미 양국은 지난 14일 관세·안보 협상 결과를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에서 “한·미는 조선 분야 실무협의체를 통해 유지·정비·보수(MRO), 인력 양성, 조선소 현대화, 공급망 회복력을 포함한 분야에서 협력을 진전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 브리핑에 따르면, 양국은 기업(민간)투자·대출보증·선박금융 등으로 조선 협력 분야에 1500억달러(약 217조원)를 투자하고 향후 수익은 한국 기업이 갖는 데 합의했다.
커들 총장의 이번 방문은 조선업 분야 기술 협력과 공급망 연계 논의를 위해 직접 현장을 살펴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커들 총장은 정 회장에게 미 해군이 겪고 있는 함대 부족 문제 등을 언급했다고 HD현대중공업은 전했다. 커들 총장은 최근 HD현대중공업이 진수한 최신 이지스함 2번 함인 ‘다산정약용함’에 오른 뒤 3번 함의 납기를 묻기도 하고, 미국의 방산 기업인 안두릴 인더스트릴과의 무인수상정 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도 들었다.
한화오션을 찾은 커들 총장은 배관 제작 자동화 시스템, 자동용접 장비 등 자동화 공장 설비에 특히 관심을 보였다. 한화오션 경영진은 우수한 납기 능력과 함정 솔루션 등을 제시하며 MRO에서 함정 건조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포부를 커들 총장에게 전했다.
국내 조선업계는 함정과 상선 등 미국 선박 시장 진출을 기대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양국의 팩트시트를 보면 상선과 함정이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건조할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며 “이제 우리나라에도 본격적으로 미국 선박 시장이 열린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팩트시트는 미국의 상선과 함정 수를 신속하게 늘리기 위해 “한국 내에서의 잠재적 미국 선박 건조를 포함(한다)”이라고 명시했다.
정 회장은 “미국 조선산업의 역량 증대와 미국 해군력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마스가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이행될 수 있도록 제반 사항 준비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네스코가 서울 종묘(宗廟) 앞 초고층 빌딩 개발 논란에 국가유산청에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받으라는 ‘강력한 권고’를 전했지만, 서울시는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받는 데 부정적 견해를 고수했다. 국가유산청이 제안한 관계기관 회의는 환영하지만 관련 논의에 지역주민을 참여시켜달라고 요구했다.
서울시는 17일 이민경 대변인 명의 입장문을 내고 “국가유산청장이 세운4구역 재정비촉진사업과 관련해 종묘 경관 훼손 가능성을 반복 제기하며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지속 압박하는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앞서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이날 오전 고궁박물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유네스코 측은 고층 건물 개발로 인해 종묘가 훼손될 것을 우려한다고 명시하며 영향평가를 반드시 받도록 권고했다”면서 “세계유산영향평가 관련 긍정적인 검토가 끝날 때까지 사업 승인을 중지할 것”을 명시했다고 말했다.
허 청장은 이런 내용의 유네스코 입장을 외교 채널을 통해 지난 15일 전달받아 서울시에 이날 아침 전달했다고 밝혔다. 또한 한 달 내에 진행 상황을 회신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대변인 입장문은 이에 대한 회답 성격이다. 시는 세운4구역 재개발이 쟁점화된 이후에야 유산청이 세계유산영향평가 시행의 법적 전제가 되는 세계유산지구 지정을 뒤늦게 했다면서 “서울시의 특정 사업을 겨냥하기 위해 행동에 나섰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시는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에 대해선 “남산에서 종묘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녹지 축과 좌우로 형성되는 입체적인 도심은 지금의 폐허와 같은 판자 건물이 가로막고 있는 종묘 주변을 더욱 돋보이게 할 것”이라며 “정밀한 시뮬레이션과 종묘와 조화되는 건축 디자인 도입을 통해 경관 훼손이 없음을 이미 검증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산청장은 서울시 계획의 구체적인 내용을 정확히 확인하고 협의하는 과정 없이 마치 종묘가 세계문화유산 지위를 잃을 것처럼 호도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유산청장의 과도한 주장이 오히려 대외적으로 종묘의 세계유산적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신중한 언행을 당부한다”고 했다.
시는 “유산청장이 제안한 관계기관 회의를 적극 환영한다”면서도 “수십 년간 개발 지연으로 피해를 겪어 온 종로 지역 주민 대표들도 함께 참여해 특정 기관의 일방적 처지가 아닌 민·관·전문가가 함께하는 균형 잡힌 논의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