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 폰테크 늘 오가던 길에 우두커니 서 있는 나무를 지나치다 보면 나무가 생명체라는 당연한 사실도 잊을 때가 많다. 40여년간 한국의 숲과 나무에 천착하던 저자는 강원 원주 반계리에 사는 수령 1318년 은행나무를 5년간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서 그리며 나무의 생명력을 좇는다.
거리를 이루는 다른 구조물과 나무가 다른 건, 시간과 날씨, 계절의 변화를 겪는 동안 풍화하기만 하지 않고 변화를 극복하며 자라난다는 점이다. 같은 시간대에 같은 나무를 바라보더라도 나무가 보이는 모습은 날마다 다르다. “예술가로 산다는 것은 매 순간 절대의 세계와 만나는 경험”이라던 저자는 그런 나무를 보며 종교적 깨달음을 얻는다.
성경 구절을 보다 “아, 성경이 말하는 나무는 사람이구나!”라고 느끼며 나무를 그리기 시작했고, 한없이 나무를 바라보다 “보고 싶은 대로(관념) 보는 게 아니라 보이는 대로(인상) 볼 수 있게 되었다”며 ‘심무가애’(‘마음에 걸림이 없다’는 뜻의 불교 용어)를 읊는다. 물아일체의 경지에도 이른 듯하다. “나무가 나를 그렸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를 비운다는 게 이런 건가.”
반계리 은행나무뿐 아니라 멀리서 보는 산등성이부터 산길의 풍경까지 다양한 필체의 그림들이 책을 채웠다. 같은 나무를 그린 그림끼리도 색채나 붓질의 차이가 느껴진다. 유화가 주를 이루지만 수채화나, 목탄으로 나뭇가지를 머리카락처럼 거칠게 그린 그림도 더해져 보는 재미를 준다. 저자의 그림 56점과 작업 노트를 엮은 책은, 관찰일기처럼 시간이나 계절의 순서에 따라 보는 이를 안내하지는 않는다. 나무와 자연을 그린 그림, 저자의 깨달음 사이 적지 않은 빈 곳을 독자들이 몰입하며 음미하게끔 한다.
대구시는 계명대 동영관에서 ‘외국인 유학생 원스톱지원센터’와 ‘거점 한국어센터’ 현판식을 갖고 본격 운영에 나선다고 18일 밝혔다.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사업과 연계해 이룬 성과다.
외국인 유학생 원스톱지원센터에서는 유학생 유치부터 정착까지 지역 특성에 맞춰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질 전망이다. 지역 10개 대학이 참여하는 협의회를 기반으로 유학생 유치 공동 대응과 학업 및 취업·정착 지원 사업 등을 추진한다. 계명대가 주관대학으로서 센터 운영을 맡게 된다.
거점 한국어센터는 계명대와 경북대가 주도적으로 참여한다. 서남권은 계명대가 주관해 대구경북과학기술원·영진전문대 등 6개 대학이 동참한다. 경북대는 대구보건대, 영남이공대 등 4개 대학과 협력해 동북권을 이끌 예정이다.
이 곳에서는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한국어 교육 등 교육과정·교수법 개발과 한국어 강사 재교육, 모의 한국어능력 시험(TOPIK)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된다.
이은아 대구시 대학정책국장은 “앞으로 외국인 유학생 원스톱지원센터 등을 중심으로 지역대의 해외 우수 인재 유치와 유학생들의 학업 및 생활 전반에 대한 지원을 적극적으로 펼치겠다”면서 “우수한 유학생들이 대구에서 취업하고 정착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법에 따라 5년마다 발간해야 하는 ‘정신질환자 인권 백서’를 단 한 번도 만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복지부는 매년 발간하는 ‘보건복지백서’에 관련 내용 10여쪽 넣은 것으로 대체했다고 해명했다.
18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은 “보건복지부 장관은 5년마다 정신질환자의 인권과 복지증진 추진사항에 관한 백서를 발간하여 공표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 조항은 2017년 5월 법 개정 때 정신질환자의 인권 보호를 강화하고 복지 서비스 지원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취지로 신설됐다.
복지부는 법이 시행된 이후 올해까지 8년 동안 별도로 정신질환자 인권백서를 발간하지 않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8년간 이 백서를 만들기 위해 별도 예산이 편성되거나 집행된 적이 없었다.
복지부는 매년 발간하는 보건복지백서에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어 법적 의무를 충족했다고 주장한다. 보건복지백서는 한 해 동안 복지부가 추진한 정책과 성과 등을 담은 정기 간행물로 한 권 분량이 800~1000쪽에 이른다. 복지부는 이 가운데 ‘정신건강’을 다룬 10~20쪽 정도가 ‘백서’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백서 내 ‘정신건강’ 부분은 정신질환자 인권백서 발간 규정이 생기기 전부터 있었다. 2014년 보건복지백서를 보면 ‘제3절 정신건강’의 ‘정신질환 인식개선 및 권익증진’ 항목 아래 정신질환 인식 개선을 위한 홍보 활동 등이 서술돼 있다. 지난해 발간된 보건복지백서에서도 같은 절, 같은 제목으로 유사한 내용이 반복됐다. 10년 전 발행된 내용을 조금 보완한 뒤 ‘인권 백서’라고 부르는 셈이다.
그나마 정신질환자 인권백서의 핵심이 되어야 할 ‘정신질환자 인권과 복지 증진’에 해당하는 부분은 매우 적다. 정신건강복지법은 ‘정신질환자’를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중대한 제약이 있는 사람”으로 한정하고 있어, 중증정신질환자가 겪는 인권침해나 편견을 다루는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 보건복지백서에서 일반 국민 대상 정신건강 정책을 제외하고 ‘정신질환 인식개선’, ‘정신질환자 인권보호’ 등을 직접 다룬 부분은 2~3쪽에 불과했다.
정신질환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수준은 여전히 낮다.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정신건강센터가 지난해 발표한 ‘2024년 국민 정신건강지식 및 태도 조사’를 보면 국민 10명 중 7명이 ‘정신과 진료를 받으면 취업 등 사회생활에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고 답했다. ‘내가 정신질환에 걸리면 몇몇 친구들은 나에게 등을 돌릴 것이다’라는 문항엔 응답자의 절반가량(50.7%)이,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위험한 편이다’라는 문항에는 10명 중 6명(64.6%)이 ‘그렇다’고 답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법 조항에서 백서의 구체적인 형식을 정해 놓은 것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발간할지는 재량”이라며 “별도의 백서를 발간할 필요성은 느끼지 못해 보건복지백서로 대신해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미화 의원은 “복지부가 법으로 정해진 정신질환자 인권 백서를 8년째 발간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며 “정신질환자·정신장애인 복지서비스 인프라와 인권정책이 정부 안에서 얼마나 후순위로 밀려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