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검사출신변호사 직업환경의학과 의사들이 야간·심야 노동이 건강에 미치는 피해가 심각하다며 야간노동 시간을 제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터 건강을 지키는 직업환경의학과 의사회는 14일 성명을 내고 “현재 새벽 배송과 심야노동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최근 몇 년 새 급증한 야간 노동이 노동자들에게 수면 장애를 유발하고 과로를 심화 시켜, 결과적으로 질병과 사고 위험을 크게 키우는 현실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의사회는 특히 “야간노동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2A군 발암요인으로 분류되며, 사고성 재해와 교통사고 위험을 현저히 증가시킨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모든 야간노동을 일률적으로 금지할 수는 없지만, 불필요한 야간 노동은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했다.
강모열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해외와 비교해 야간노동 근무시간이 길고, 노동 강도도 높은 편”이라며 “쿠팡 새벽배송은 연속적인 고정 야간노동 형태인데, 의학적으로 위험이 굉장히 크다”고 말했다.
의사회는 전면 금지가 어렵다면 최소한 연속 야간노동 시간을 감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들은 △비필수 야간노동 단계적 감축 △3일 이상 연속 야간노동 제한 △하루 8시간 이상 야간노동 금지 △하루 11시간 이상 연속 휴게시간 보장 △야간노동 업무강도 실질적 완화 등을 권고했다.
또 현재 정규직에만 적용되는 야간작업 특수건강진단을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등 모든 노동자로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산업안전보건법은 6개월간 자정~오전 5시를 포함한 연속 8시간 작업을 월 4회 이상 하거나, 오후 10시~오전 6시 사이 월평균 60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자는 특수건강진단을 받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실제 새벽배송 노동자 대다수가 특고로 분류돼 검진 대상에서 빠져 있는 실정이다.
강 교수는 “기업들이 법적 사각지대를 활용해 건강검진 의무는 회피하면서 수익만 올리고 있다”며 “고정 야간근무의 위험성이 명확한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주 한때 1475원을 웃돌았던 원·달러 환율이 외환당국의 개입 이후 17일 1450원대로 다소 진정세를 보였다. 시장에서는 당국 구두개입과 함께 국민연금 등이 나서면 1480원이 환율 ‘천장’이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환율 상승을 가져온 과거 일본의 ‘와타나베 부인’처럼 ‘서학개미’의 해외투자 증가, 대미투자 등 구조적 요인 때문에 ‘1400원대 환율’이 당분간 고착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0원 오른 1458원으로 주간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6.0원 내린 1451.0원으로 개장했지만 이후 오름폭을 키웠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일부 위원들이 여전히 인플레이션을 경계하며 12월 기준금리 인하에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인 영향이다.
천정부지로 치솟던 환율이 2거래일 연속 1450원대를 기록하며 다소 진정세를 보인 것은 지난 14일 외환당국의 구두개입 영향으로 풀이된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4일에 이어 이날도 “정부는 환율시장 안정을 위해 다양한 정책조합을 협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은 일단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 헤지(위험회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환율이 장기평균을 크게 웃도는 상황이 지속되면 해외투자 자산의 최대 10%까지 전략적 환 헤지를 할 수 있다. 국민연금이 환 헤지를 하면 외환시장에 달러가 풀리는 효과가 발생해 환율이 내려간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은 “환율이 1480원 부근으로 추정되는,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 헤지 수준에 근접한 것은 달러 매수 심리를 완화시킨다”고 말했다.
급등세가 일시적으로 꺾이긴 했지만 환율은 당분간 1400원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서학개미의 해외투자 증가가 환율을 끌어올리는 구조적 요인으로 꼽히면서 서학개미를 일본의 ‘와타나베 부인’에 비유하는 말까지 나왔다.
2000년대 초반 등장한 ‘와타나베 부인’은 초저금리 환경인 일본에서 엔화를 빌려 외화로 환전한 뒤 해외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일본 개인투자자를 말한다. 당시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에도 ‘와타나베 부인’의 해외투자로 인한 달러 매수로 엔·달러 환율이 일정 부분 상승했다고 분석된다.
소재용 신한은행 연구원은 “환율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서학개미는 마치 일본의 와타나베 부인을 연상시키게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서학개미의 해외투자보다는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가 환율을 더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낙원 NH농협은행 FX파생전문위원은 “외환시장에 매물로 들어올 연간 200억달러가 해외로 나가버리니 수급 균형이 깨지게 된다”며 “향후 10년간 이 재료가 시장에 계속 작용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이 환율 하락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