칙칙이구매 ‘서울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의 배후로 지목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18일 경찰에 출석했다. 지난 1월 사건 발생 이후 처음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전 목사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좌파 대통령 때문에 나라가 망했다”고 주장했다.
전 목사는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사에 출석했다. 그는 조사실로 들어가기 전 취재진과 만나 “서부지법 사태와 우리는 관계가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전 목사는 “7~8년 동안 ‘광화문 운동’을 하면서 ‘경찰과 부딪치지 말고, 좌파 단체와 싸우지 말라’고 강조해 사건사고가 없었다”고도 했다.
전 목사는 폭력사태의 배후로서 ‘심리적 지배(가스라이팅)’를 한 것 아니냐는 질문엔 “목사가 설교할 때 성도들이 성령의 감동을 받는 것이 어떻게 가스라이팅이냐”고 반박했다. 폭력사태 가담자들에 대해선 “원래 광화문 단체가 아니고, 다른 데 가서 소리 지르는 애들”이라고 했다.
수사가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됐다는 주장도 이어갔다. 전 목사는 “사건이 일어난 지 거의 1년이 지났는데 윤석열 대통령 시절에는 이런 조사가 말도 안 나왔다”며 “지금 (대통령실) 민정수석이 (수사를) 총지휘한다고 합리적으로 의심한다”고 주장했다. 또 “좌파 대통령이 될 때마다 조사를 받으라고 한다”, “경찰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누워버렸다”, “3대 좌파 대통령 때문에 대한민국은 끝났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조사는 오전 10시쯤 시작돼 약 두 시간 만에 끝났다. 전 목사는 척추 인대가 뼈처럼 단단해지는 ‘후종인대골화증’ 등 지병을 이유로 대면서 조사 종료를 요청했고 낮 12시40분쯤 귀가했다. 경찰은 오는 21일 전 목사를 다시 불러 조사를 이어가기로 했다.
경찰은 전 목사가 지난 1월18일 윤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발부 직후 지지자들의 서부지법 난입을 선동·지시했다고 의심한다. 경찰은 지난 8월 전 목사의 사택과 사랑제일교회, ‘광화문파’로 분류되는 유튜버 ‘신의한수’ 대표 신혜식씨 등 보수 성향 유튜버 6명의 주거지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지난 9월에는 전 목사의 딸 전한나씨, 이영한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 사무실 등을 추가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이들이 전 목사의 지시 체계 아래 조직적으로 움직였다고 보고 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전 목사가 자신을 ‘선지자’로 따르는 청교도신학원 출신 이모씨·윤모씨를 ‘특임전도사’로 임명하고, 이들이 신혜식씨 등과 함께 사전에 미신고 집회 계획과 난입 가능성을 공유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전 목사가 폭력사태 직전 광화문 집회에서 “서부지법으로 모여 대통령 구속영장을 저지하자. 국민 저항권을 발동해야 한다”고 발언한 점도 경찰은 주목하고 있다.
경찰은 자금 흐름도 추적 중이다. 사랑제일교회 법인 ‘더피엔엘’이 운영하는 알뜰폰 통신사 ‘퍼스트모바일’이 과장 광고로 고령층 가입자를 모집했고, 이들의 개인정보가 전 목사 관련 조직에 넘어갔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여기서 확보된 자금과 정보가 극우 집회나 정치 활동에 쓰였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은 압수한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 포렌식 결과를 분석해 관련 인물들을 차례로 소환 조사해왔다. 지난 13일 신혜식씨를 조사한 데 이어 이날 전 목사를 조사하면서 수사가 막바지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지난 17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전 목사만 조사하면 배후 수사는 마무리 수순에 접어든다”고 밝혔다.
앞서 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로 재판에 넘겨진 인원은 총 137명이다. 지난 9월24일 기준 94명이 1심 선고를 받았다. 현재까지 최고 형량은 징역 5년이다. 무죄 선고는 없었다. 이 중 60여 명이 항소했는데, 일부는 공탁 등을 이유로 2심에서 감형받았다.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1913~1974)의 1970년대 전면점화가 경매에서 150억원대 금액에 팔렸다. 다만 2019년 11월 경매에서 김환기의 다른 그림이 기록한 한국 현대미술품 최고가 기록은 깨지 못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크리스티 뉴욕 ‘20세기 이브닝 세일’ 경매에서 김환기의 전면점화 ‘19-VI-71 #206’(1971)는 840만달러(약 123억원)에 낙찰됐다. 크리스티가 공개한 수수료 포함 구매 가격은 1029만5000달러(약 151억원)였다. 경매사 크리스티의 추정 낙찰가는 750만~1000만달러였는데, 추정가 중간 수준에 판매된 것이다.
이 그림은 가로 254㎝, 세로 203㎝로 화면에 방사선 패턴으로 확산하는 점들을 찍어낸 작품이다. 김환기의 작품 중 200호(가로 259.1㎝, 세로 193.9㎝) 이상의 대형 작품은 30점 이내로 추정돼 희소성이 높다고 평가됐다.
이로써 김환기의 그림은 경매시장에서 두 번째로 100억원대 낙찰가를 기록하게 됐다. 앞서 2019년 11월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김환기의 1971년작 ‘5-IV-71 #200’(일명 ‘우주’)는 8000만홍콩달러(당시 약 131억원)에 낙찰돼 한국 현대미술품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수수료 포함 구매 가격은 약 153억3000만원에 이르렀다. 한국 현대미술품 사상 최초로 경매가 100억원을 돌파한 것이기도 했다.
김환기는 한국 현대미술품 경매 낙찰가 1~3위 기록을 모두 보유하게 됐다. 역대 3위 기록은 2018년 5월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6200만홍콩달러(당시 약 85억3000만원)에 낙찰됐던 김환기의 붉은색 전면점화 ‘3-II-72 #220’(1972)였다.
김환기는 1963년 브라질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한국 대표로 참가한 뒤 미국 추상화에 영향을 받고 뉴욕으로 건너가 독자적인 추상화 제작에 몰두하며 말년을 보냈다. 뉴욕에서 활동하던 1970년대부터 점으로 우주를 표현하는 전면점화 연작을 내놓은 것으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