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이혼전문변호사 이재명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비롯해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이집트, 튀르키예 등 4개국 순방을 위해 17일 출국한다.
순방 기간 국익 중심 실용외교의 영역을 글로벌 사우스(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개발도상국)로 확장하고, 방산 세일즈 외교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17~19일 UAE를 국빈방문하고, 이어 19~21일 이집트를 공식 방문한다. 21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로 이동해 23일까지 G20 정상회의 일정을 소화한 뒤 24~25일 튀르키예를 국빈방문할 예정이다.
방산 세일즈 외교와 관련해 주목되는 일정은 UAE 국빈방문이다. UAE는 중동에서 최초로 국산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인 천궁Ⅱ를 도입한 국가로 2022년 당시 한국과 4조원대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최근에는 한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도입 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 국빈방문에 앞서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 13일 전략경제협력특사 자격으로 UAE에 먼저 도착해 양국 방산 협력 양해각서(MOU) 체결 등을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UAE에서는 정상회담 일정 외에 한국경제인협회·코트라가 주최하는 한·UAE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도 개최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은 물론 국내 인공지능·반도체 등 첨단기술, 방산, 에너지, 식품 기업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한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4일 브리핑에서 UAE 방문에 대해 “새 정부 출범 후 첫 중동 국가 방문을 통해 기존의 국방·원전·에너지를 넘어 첨단기술·보건의료·문화예술 등으로 양국 관계를 더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방문하는 이집트에서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마치고 카이로대학에서 대중동 구상이 담긴 연설을 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남아공 G20 정상회의에서는 이틀간 열리는 3개 세션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과 개발 지원, 재난 위험 경감과 기후변화, 모두를 위한 공정한 미래 등을 주제로 하는 토의에 참가한다. 정상회의에 참석한 주요국 정상들과의 약식 회담도 예상된다.
G20 정상회의 참석은 앞서 6월에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8월 유엔총회, 10월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와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로 이어진 “올해의 다자외교 여정을 마무리하는 자리”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튀르키예를 방문해 정상회담 등을 마친 뒤 26일 귀국할 예정이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했지만 여전히 수많은 ‘오늘의 전태일들’이 권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13일 오전 경기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 전태일 묘역은 ‘전태일 열사 55주기 추도식’을 찾은 시민과 노동계 인사들로 붐볐다. 참석자들은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분신한 11월 13일을 ‘노동인권의 날’로 지정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박승흡 전태일재단 이사장은 추도사에서 “전태일이 살던 시대는 산업화의 파도 속에서 노동자의 희생이 당연시되던 시절이었다”며 “그가 근로 환경 개선을 외친 지 반세기가 지났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는 여전히 불평등과 양극화의 위기 앞에 서 있다”고 짚었다.
정연실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은 “안정적인 일자리는 점점 없어지고 비정형 노동자는 눈덩이처럼 확산하고 있다. 노동자로 인정조차 받지 못하는 특고(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플랫폼, 프리랜서 노동자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투쟁이 계속돼야 한다”며 “11월 13일 국가기념일 지정으로 온 사회가 함께 전태일 정신을 계승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도식에는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정연실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 등 노동계 인사를 비롯해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 김창년 진보당 공동대표, 엄정애 정의당 부대표 등 각계 100여 명이 참석했다. 전태일 열사 유족인 전순옥 전 국회의원과 전태삼·태리씨도 함께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우원식 국회의장,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는 조화를 보내 고인을 추모했다.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로 “11월 13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라!”고 외쳤다. 전태일재단은 최근 ‘11월 13일 국가기념일 지정 전태일 시민행동’을 출범해 이날을 ‘전태일의 날’로 지정하는 사회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앞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서울 종로3가역 명칭을 ‘전태일역’으로 바꾸고, 11월 13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할 수 있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이날 추도식에서는 제33회 전태일 노동상 시상식도 열렸다. 스리랑카 이주노동자 지게차 결박 사건을 세상에 알린 문길주 전남노동권익센터장이 개인 부문을 수상했다. 공로상에는 고(故) 유희 십시일반 음식연대 밥묵차 대표와 월간 작은책이, 특별상에는 양대 노총 타워크레인 노조가 선정됐다.
아름다운청년 전태일기념관은 이번 주 시민 참여형 추모주간 ‘전태일을 찾아라’를 진행한다. 이날 오후 7시 30분에는 ‘전태일을 노래하다’ 공연이, 14일에는 창작시 낭송회와 시화전 ‘전태일을 쓰다’, 15일에는 청계천과 전태일다리, 평화시장 일대에서 시민 참여 어반스케치 ‘전태일을 그리다’가 열린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태일 열사를 추모하며 산업재해 근절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최근 울산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사건에서 보는 것처럼 지금도 수많은 전태일들이 일터에서 생과 사의 경계에 놓여 있다”며 “산업 안전의 패러다임과 인식을 근본부터 새롭게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전태일 열사는 1948년 대구에서 태어나 17살부터 동대문 평화시장 봉제공장에서 재봉사로 일했다. 하루 14시간씩 일하던 어린 여공이 폐렴으로 해고되는 모습을 보고 열악한 노동 현실에 눈을 떴다. 그는 동료들과 ‘바보회’ 및 ‘삼동회’를 결성해 근로기준법 준수를 요구했으나 현장의 변화는 없었다. 결국 1970년 11월 13일 평화시장 앞에서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를 외치며 자신의 몸에 불을 붙여 분신했다. 그의 죽음은 한국 노동운동의 기폭제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