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사이트 상위노출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3일 국어·영어·생활과 윤리 시험에서 공통적으로 수험생들을 괴롭힌 것은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였다.
국어 시험 독서 영역에는 인격 동일성에 관한 칸트의 견해를 다룬 지문이 등장했다. 칸트와 영국의 현대 철학자 스트로슨, 프랑스 철학자 롱그네스 등 여러 철학자가 인격 동일성에 대해 밝힌 견해를 이해하고 공통점과 차이점을 파악해야 하는 4개 문항이 출제됐다.
17번이 특히 까다로운 문항으로 꼽혔다. 3점 배점인 이 문항은 두뇌에서 일어나는 의식을 스캔해 프로그램으로 재현할 때를 가정하고 서로 다른 주장을 한 갑과 을의 발언을 칸트 등 철학자들이 각각 어떻게 평가했을지 판단하도록 했다. 수험생들 사이에선 지문에서 다루는 내용이 추상적이라 어려웠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문에는 “칸트는 영혼이 인격이라는 견해를 반박한다. 칸트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스스로의 동일성을 의식하는 것은 인격이다’와 ‘영혼이 자기의식을 한다’라는 두 전제 모두 납득할 수 있다고 보지만, 그 전제들로부터 ‘영혼이 인격이다’라는 결론은 도출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는 구절이 등장한다. 15번 문항은 해당 구절을 읽고 어떤 내용의 선지를 파악할 수 있는지 택하도록 했다.
3교시 영어 시험에서도 칸트에 대한 지문이 고난도 문제로 꼽혔다. 34번 빈칸 추론 문항으로 법을 강하게 옹호하는 칸트의 주장에 관한 지문이 나왔다. 칸트는 법치가 안전과 평화뿐 아니라 자유를 보장해준다고 믿었는데, 인간 본성이 선해서 조화롭게 살며 번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법이 인간의 폭력적인 본성을 제어하기 때문이라고 봤다는 내용이다.
칸트는 사회탐구 중 생활과 윤리에서도 등장했다. 11번 문항은 ‘살인을 저지르면 그는 죽어야만 한다. 이 경우 정의의 충족을 위한 대체물은 없다. 제아무리 고통 가득한 생이라 해도 생과 사 사이에 동종성은 없다’는 사상가 ‘갑’의 입장으로 적절한 것을 고르도록 했다. 갑은 칸트를 가리킨다.
“긴장하지 말고 차분하게 화이팅”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13일 대전시교육청 제27지구 제14시험장이 마련된 대전 서구 갈마동 둔산여자고등학교 앞에서 만난 학부모 김모씨(49)는 시험장으로 들어서는 수험생 딸을 바라보며 한동안 발을 떼지 못했다. 김씨는 “어제 딸이 긴장된다고 눈물까지 보여 걱정이 된다”며 “준비해 온 대로 차분히 시험을 잘 마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날 아침 입실 완료 시간이 다가오자 비교적 쌀쌀한 날씨 속에서 수험생들이 옷깃을 여미며 긴장된 표정으로 속속 시험장에 도착했다. 자녀를 배웅하러 온 학부모들의 표정에도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교사들도 시험을 치르는 제자들을 응원하러 나와 어깨를 토닥였다. 시험장 주변에는 교통 관리와 질서 유지를 위해 경찰과 봉사자들이 배치돼 있었다.
경찰은 이날 시내 곳곳에 교통경찰 등을 배치해 수험생 긴급 수송도 지원했다. 입실 종료 시간이 임박한 오전 8시3분쯤 교통정체가 빚어진 상황에서 수험생이 탄 차량을 4㎞ 가량 에스코트해 입실을 도왔고, 길에 떨어트린 수험표를 찾아 수험생에게 전달하는 등 이날 아침 수험생들에게 모두 26건의 편의를 제공했다고 대전경찰청은 밝혔다.
이번 수능에 대전에서는 모두 1만6029명이 지원한 가운데 오전 8시40분을 기해 전체 35개 시험장 590개 고사장에서 동시에 시험이 시작됐다. 1교시 결시율은 11.54%(1849명)로 집계됐다.
이날 대전에서는 병원에서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도 있다. 대전을지대병원은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으로 입원 치료 중인 수험생을 위해 교육청과의 협의를 거쳐 병원 내 특실에 시험장을 마련했다.
대전시교육청 관계자는 “유관기관과 협력해 시험일 소음통제와 재난대응 등 각종 비상계획을 마련해 놨다”며 “모든 수험생이 안심하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갈고닦은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게 시험장 운영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