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상간소송변호사 “수험표 잘 챙겼지?” “걱정하지 마, 잘하고 올게.”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3일 오전 7시. 광주광역시 북구 금호중앙여자고등학교 정문 앞은 수험생과 학부모, 교사들로 북적였다.
부모들은 아이의 옷매무새를 가다듬어 주거나 따뜻하게 안아주며 “잘하고 와”라고 격려했고,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교문 안으로 향했다.
손을 호호 불며 교문 앞을 서성이는 학생들도 있었다. 선생님이나 친구를 찾는 눈빛에는 긴장과 설렘이 함께 묻어났다. 박민지양은 “학교에 오는 길부터 손이 얼 정도로 추웠지만, 친구 얼굴을 보니 마음이 놓였다”며 “떨리지만 끝까지 집중해서 시험을 치르겠다”고 말했다.
몇몇 학부모는 교문 너머 아이의 뒷모습을 끝까지 바라봤다. 학부모 황희연씨(44)는 “결과보다 그동안의 노력이 더 중요하다”며 “스스로를 믿고 편하게 시험을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보온병을 손에 쥔 채 수험생 손주를 기다리던 80대 노인은 “엄마가 베트남 사람이라 손주가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마음고생이 많았다”며 “오늘은 그간의 아픔을 훌훌 털고,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로 보상받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교문 앞에는 ‘서울대, 연고대보다 나대로’ ‘수능 만점을 응원합니다’ ‘수험생 여러분 모두 꿈꾸는 대로’라고 적힌 현수막이 나부꼈다.
담임교사들은 각 학교 이름이 새겨진 점퍼를 입고 학생들을 맞았다. 양손에는 초콜릿과 핫팩이 든 종이가방을 들고 있었다. “손 시리지 않게 녹이고, 마음은 편하게”라며 마주한 학생들에게 건넸고, 학생들은 환한 미소로 화답했다. 주먹을 맞대거나 어깨를 토닥이며 용기를 북돋는 교사들도 있었다.
동신고 3학년 3반 김재은(30) 담임교사는 “그동안 정말 열심히 해왔잖아. 오늘은 마음 편히 봐”라며 제자의 손을 꼭 잡았다. 옆에 있던 2반 임정민(29) 담임교사는 “얼마나 노력했는지 선생님이 다 알아. 끝까지 웃으면서 나와”라고 말했다. 다른 교사는 시험장으로 향하는 학생에게 “넌 우리의 자랑이야, 그거 잊지 마”라며 외쳤다.
입실은 소동 없이 차분하게 마무리됐다. 오전 8시10분 교문이 닫히자 학부모와 교사들도 안도의 숨을 내쉬며 천천히 자리를 떠났다.
한편 광주에서는 40개 시험장에서 1만7731명이, 전남에서는 46개 시험장에서 1만4952명이 시험에 응시했다.
“최근 중국의 굴기를 피부로 느끼고 우려하는 기업인들이 크게 늘고 있다.”
한국·미국·중국·일본 4개국 기업 경쟁력 현황과 전망을 조사한 한국경제인협회 관계자는 17일 경향신문과 통화하며 이같이 말했다.
각 업계 말을 종합하면, 중국의 ‘반도체 굴기’부터 거세다. 중국은 미·중 갈등 격화 속 반도체 기술 자립 속도를 더 높이고 있다.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서 D램은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낸드는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가 주도하고 있다.
그간 세계 D램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미국)의 3강 체제였다. 그러나 2016년 중국 정부의 지원으로 설립된 CXMT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점유율을 늘리면서 이 구도를 흔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업체들은 이미 첨단 시장까지 겨냥하고 있다. CXMT는 최근 화웨이에 4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3 샘플을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6세대 HBM4 개발을 마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비해 1~2세대 정도 뒤처진 셈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수율 등 아직 검증되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한국을 많이 따라온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가 한발 앞선 개발,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승부를 보더라도 중국 업체들이 전폭적인 국가 지원을 등에 업은 만큼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계 TV·가전 시장에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무기로 존재감을 키운 중국 업체는 이제 기술력과 제품 인지도까지 끌어올리면서 한국을 바짝 뒤쫓고 있다.
석유화학업계의 경우 범용 제품은 이미 추월당했고, 고부가합성수지(ABS)·폴리염화비닐(PVC) 등 일부 고부가가치 제품 역시 1~2년 내 중국에 따라잡힐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화업계 관계자는 “고부가가치 제품 경쟁력의 핵심은 촉매 기술인데 중국이 빠른 속도로 따라잡아 범용화되고 있다”며 “1~2년보다 더 빨리 따라잡힐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 분야에선 중국이 이미 한국을 넘어섰다고 보는 평가가 우세하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벨퍼센터는 지난 6월 ‘핵심 및 신흥 기술 지수 보고서’를 통해 바이오 분야에서 중국을 미국에 이어 2위로 보면서 한국은 10위로 평가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신약 파이프라인(후보물질)의 경우 중국이 1위 미국의 3분의 2 정도 수준, 한국이 그다음”이라며 “현재는 임상 기술, 병원 의료 기술 등은 우리가 낫지만 이 또한 2~3년 정도면 따라잡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동차·부품, 2차전지 업계가 느끼는 위기감도 상당히 큰 편이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인 BYD(비야디)는 올해 들어 지난 9월까지 지난해보다 약 3배나 늘어난 12만859대의 신차를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자동차 배터리 분야에서 글로벌 1위를 달리는 CATL을 비롯한 중국 업체들의 존재감은 더하다. 특히 원료 광물에서부터 소재, 배터리 셀, 사용 후 배터리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가치사슬 전반을 중국이 사실상 장악한 상태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위한 기술력 강화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등 시장 다변화를 위한 노력을 잠시도 멈출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제계에서는 핵심 인재 양성 시스템 구축과 함께, 세제나 규제 완화, 미래 기술 투자 지원 확대 등을 강조했다. 한경협 관계자는 “한·미 관세협상 타결로 어느 정도 불확실성이 해소됐지만, 우리 기업이 근원적인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더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