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변호사 월 100만원의 사용료를 지급해가며 통장을 모집한 뒤 불법 자금을 세탁하는데 활용한 일당이 경찰에 체포됐다. 체포된 이들 중에는 제1금융권에서 보이스피싱 피해 담당 업무를 하는 은행 직원도 있었다.
경기남부경찰청 형사기동대는 범죄단체조직,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대포통장 유통 조직, 일명 ‘장집’의 총책 A씨(30대) 등 59명(구속 7명)을 검거했다고 14일 밝혔다.
A씨 등은 2023년 6월부터 지난달까지 불법 고수익 아르바이트 중개 플랫폼인 하데스 카페와 텔레그램 등을 통해 통장 101개를 매입한 뒤 이를 도박 사이트나 성매매 사이트에서 번 불법 자금을 세탁하는 조직에 넘긴 혐의를 받는다.
총책인 A씨는 대포통장 유통 조직인 이른바 장집(통장을 관리하는 집)을 운영하기로 마음먹고 관리책·출동팀·상담팀·수거팀·모집팀으로 각 업무를 분담해 조직을 설계했다.
이후 온라인 등에 ‘개인장(개인 명의의 계좌) 등을 매입하고 있다. 통장 명의자분들과 서로 도움이 되면서 매달 월세 드리겠다’는 내용의 홍보 글을 올려 통장을 모집했다.
이들은 계좌 명의자들에게 통장 사용료 월 100만원을 지급했으며, 이를 불법 자금을 세탁하는 조직에 넘기면서 계좌 1개당 월 300만원의 사용료를 받아 챙겼다.
A씨 일당은 계좌 명의자로부터는 도주를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신분증, 가족관계증명서, 최근 음식 주문내역, 가족 계좌번호 등’을 사전에 받아 관리했다.
실제 계좌 명의자가 도주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출동팀’이 이를 처리해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출동팀은 미리 받아둔 정보를 활용해 명의자를 추적했고 실제 보복까지 이뤄졌다.
출동팀은 지난해 11월 대포통장 계좌 명의자인 B씨(30대)가 자신의 통장에 입금된 2200여만원을 인출해 도주하자 그를 추적해 두 달여 만에 그를 붙잡았다.
이후 B씨를 야산으로 끌고 가 쇠 파이프로 폭행하고, 스스로 이발기로 머리를 깎게 한 뒤 이를 동영상으로 찍었다. 이를 대포통장 계좌 명의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텔레그램 채널에 올리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다.
대포통장 유통 조직인 장집의 가장 큰 고충은 다른 조직이 고의로 입금하는 보이스피싱 피해금이었다. 보이스피싱 피해 신고 시 피해금이 거쳐 간 계좌는 모두 거래 정지되기 때문에 이렇게 피해금이 입금되면 대포통장이 묶이며 조직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장집 간 경쟁은 매우 치열해 이들 사이에선 상대 장집의 대포통장의 정지시키기 위해 이런 방식이 사용됐다고 한다.
이를 막기 위해선 대포통장에 보이스피싱 피해금이 입금되자마자 송금 계좌의 정보를 파악해 동일 금액을 해당 계좌로 되돌리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A씨는 이같은 작업을 보다 원활하게 하려고 실제 ‘은행 직원’을 모집했다. A씨는 텔레그램에 모집글을 올려 제1금융권의 모 은행 콜센터에서 보이스피싱 피해 담당자로 일하는 C씨(20대)를 가담시켰다.
C씨는 조직으로부터 ‘수상한 돈이 들어왔으니 확인해달라’는 요구가 있을 때마다 송금 계좌 번호를 조회해 다시 알려줬다. C씨는 건당 30만원의 대가를 받고 A씨 일당에게 정보를 알려준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C씨를 통해 은행 전산망으로 확인한 입금 계좌를 불법 자금 세탁 조직에 제공해 대포통장의 거래 정지를 방지하며 범행을 지속할 수 있었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A씨의 장집에서 분리돼 나온 다른 장집에서 일하다 탈퇴한 조직원으로부터 첩보를 입수, 수사한 끝에 지난 6월부터 최근까지 A씨 등을 모두 검거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이 유통한 101개의 대포통장을 통해 보이스피싱 피해금, 사이버 도박 자금 등 1150억 상당의 불법자금이 세탁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시가 6억4000만원 상당의 롤스로이스 등 고가 차량 및 귀금속을 압수하는 한편 범죄 수익 17억5200만 원에 대해 기소전 추징보전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계좌대여는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는 범죄조직과 연루돼 중하게 처벌될 수 있다”며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금전적 유혹에 빠져 접근 매체를 타인에게 양도·대여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부도 위험이 큰 한계기업이 제때 퇴출당했더라면 국내총생산(GDP)이 최소 0.4% 증가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등 수차례 경제위기 때마다 한계기업을 퇴출하지 않고 연명시킴으로써 생산성이 높은 새로운 기업이 시장에 진입할 기회를 막았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한계기업이 퇴출되고 ‘정화효과’가 작동되면 한국 경제 역동성이 회복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은은 12일 ‘경제위기 이후 우리 성장은 왜 구조적으로 낮아졌나’ 보고서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이후(2022~2024년) 퇴출 고위험 기업이 퇴출되고 정상기업이 등장했다면 GDP 수준이 0.4%, 국내 투자는 2.8%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14~2019년에도 퇴출 고위험 기업이 퇴출당했다면, 국내총생산(GDP)은 0.5%, 국내 투자는 3.3% 증가했을 것으로 분석됐다.
퇴출 고위험 기업은 실제 퇴출기업의 재무 특성을 바탕으로 투기등급 회사채의 1년 내 부도 확률(5%)을 넘어서는 기업으로 산정했다.
12만여개 외부감사법인, 비외감법인을 대상으로 투자와 수익성 등을 분석했다.
팬데믹 후 ‘고위험 기업 비중’ 3.8%, 0.4%만 퇴출
퇴출 고위험 기업 비중은 금융위기 이후(2014~2019년)에 4%였으나 실제 퇴출된 기업은 2%로 절반에 그쳤다. 팬데믹 이후(2022~2024년)엔 퇴출 고위험 기업 비중은 3.8%였으나 실제 퇴출 기업은 0.4%로 극히 미미했다.
한은은 시장에서 1990년대 이후 한국 경제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팬데믹의 주요 위기를 거치면서 퇴출당해야 했던 기업들이 정부의 금융지원 등을 통해 연명하면서 ‘정화효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민간투자가 위축됐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경우 경제위기가 오면 많은 기업들이 시장에서 퇴출되고, 신생 기업들이 들어오는데 한국은 퇴출되는 비중이 현저히 낮다 보니 전체 경제의 생산성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이종웅 한은 조사총괄팀 차장은 “원활한 시장 진입·퇴출을 통해 경제의 혁신성과 역동성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지원해야 한다”며 “개별 기업보다는 산업 생태계 보호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추진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