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이혼전문변호사 구한말 정치가이자 개화사상가인 유길준이 쓴 <서유견문>의 필사 교정본이 국가등록문화유산 등록을 눈앞에 뒀다.
국가유산청은 ‘<서유견문> 필사 교정본’을 국가등록문화유산 등록 예고했다고 13일 밝혔다.
<서유견문>은 유길준이 미국 유학 경험을 토대로 서양 각국의 지리, 역사, 행정 풍속 등을 20편에 걸쳐 국한문혼용체로 써서 소개한 책이다. 19세기 조선인의 입장에서 세계 사정을 이해할 수 있는 자료로 꼽힌다.
등록 예고된 교정본은 <서유견문>을 검은색 또는 붉은색 먹을 써 교정한 것으로 1건 9책으로 구성됐다. 단순히 글자를 교정했을 뿐 아니라 문장을 다듬거나 내용을 바꾼 흔적도 남아 있다. 교정 작업과 인쇄 이전 원문 상태를 확인할 수 있어 역사학, 서지학 연구에 중요한 자료다. 고려대박물관이 소장 중이다.
김우진 희곡 친필원고는 예고기간을 거쳐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김우진의 대표 희곡인 <두덕이 시인의 환멸>, <이영녀>, <난파>, <산돼지> 총 4편이 등록됐다.
<두덕이 시인의 환멸>은 식민지 시대 개화 지식인의 내면 풍경을 신랄하게 비판한 풍자극이다. <이영녀>는 식민지 조선 하층 여성의 고단한 삶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며, <난파>는 전통과 근대라는 상반된 가치관이 충돌하는 과정을 서구(독일) 표현주의극을 수용해 재창조한 작품이다. <산돼지>는 무기력한 자아의 생명력 회복을 다룬 작품으로 자연주의, 상징주의, 표현주의 등 기법이 쓰였다.
국가유산청은 “일본 신파극이 지배하던 1910~1920년대에 서구 근대극을 주체적으로 수용해 근대극의 새 시대를 열고자 했던 시대 정신이 반영된 작품”이라며 “언어사, 생활사, 문화사, 사회사, 경제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가치가 있는 중요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중국 출신 세계적 피아니스트 랑랑(43)이 도이치그라모폰(DG)에서 새 앨범 <피아노북 2(Piano Book 2)>를 내놨다.
2019년 발매된 <피아노북(Piano Book)>은 현재까지 스트리밍 횟수 12억회를 돌파한 히트작이다. 피아노 초심자들이 연습을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 드뷔시의 ‘달빛’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 등 친숙한 곡들과 류이치 사카모토의 영화 음악 등이 포함됐다. 2장의 CD에 모두 32곡을 담은 <피아노북 2>는 정통 클래식과 영화 음악 이외에 비디오 게임과 애니메이션 OST까지 포함해 장르적으로 훨씬 다양해졌다.
랑랑은 10일 화상으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제가 ‘작은 걸작’(miniature masterful pieces)이라고 부르는 명곡들을 담았다”면서 “프로 피아니스트들이 잘 녹음하지 않는 단순한 곡들을 (초심자들이) 접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앨범”이라고 말했다.
“가장 신경 썼던 것은 교육적인 측면이에요. 피아노라는 세계에 입문하는 사람들에게 가이드북처럼 다가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했습니다. 피아노 연습은 아주 지루하거나 어려울 수 있는데 단순한 피아노 곡들도 아름답고 걸작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랑랑은 음악 교육에 커다란 열정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2008년 ‘랑랑국제음악재단’을 설립해 세계 240여개 학교에서 음악을 정규 수업에서 가르치도록 하는 일을 후원하고 있다. “제 목표는 ‘음악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것(make music great again)’이에요.(웃음)”
지난달 쇼팽 콩쿠르 결선에서 1~4위를 중국계가 차지하는 등 최근 중국 피아니스트들이 약진하는 현상에 대해서는 “한국 피아니스트들의 성과에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유명한 국제 피아노 콩쿠르 1, 2등은 다 한국들이잖아요. 농담이 아니라, 그게 중국 연주자들에게 자극을 줬다는 게 아주 중요한 이유입니다. 같은 아시아인들끼리 서로 영감을 준다는 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아시아 피아니스트들이 콩쿠르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연습을 많이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콩쿠르에서는 어떤 수준의 완벽성이 필요한데 아시아인들이 이걸 잘해요. 연습을 아주 열심히 하고, 콩쿠르에 계속 나가면서 준비를 더 많이 하기 때문입니다.”
랑랑 자신이 중국의 젊은 연주자들에게 도달해야 할 목표이자 전범의 역할을 제시하고 있다. “내가 피아노를 배울 때는 서구 연주자들만 봤어요. 제가 제대로 해낼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없었죠. 하지만 지금 젊은 중국 피아니스트들은 언젠가 저처럼 될 거라고 생각하죠. 이게 아주 큰 차이에요. 또 미국계 중국인, 캐나다계 중국인, 호주계 중국인 등 중국계 아이들이 세계 여러 곳에서 성장하면서 글로벌화된 측면도 있습니다.”
랑랑은 콩쿠르는 프로 피아니스트 경력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을 거듭 여러 차례 강조했다. “콩쿠르에서 이긴다고 국제적으로 큰 피아니스트가 되는 건 아닙니다. 우승이 성공적 커리어를 보장해주지 못해요. 첫 번째 기회일 뿐입니다. 진짜 게임은 그 다음부터 시작돼요.”
그는 큰 음악가가 되려면 방대한 레퍼토리, 다른 음악가들이나 음반사와의 좋은 관계, 콘서트홀에서의 성공적인 연주 경력, 안정적인 일상 관리 등 여러 가지 조건들이 요구된다면서 “이런 것들이 잘 조합돼야 예술가로서 긴 생명력을 지닐 수 있다. 100미터 달리기가 아닌 마라톤”이라고 말했다.
젊은 연주자들에게는 “상상력을 사용하라”고 조언했다. “악보 그대로 따라가는 것도 중요하나 무대에서는 자신의 감성을 보여줘야 합니다. 우리는 예술가이기 때문에 창의성을 보여주고 관객과 소통해야 해요. 클래식 연주는 틀에 갇힐 수 있는데 그러면 너무 기계적입니다. 반복적으로 연습할 때조차도 인간적 면모를 가지도록 해야죠. 특히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어느 때보다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