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금화 정부가 11일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라는 이름의 부처별 내란 청산 TF를 가동키로 한 것은 12·3 불법계엄 1년을 앞두고 공직사회에서 내란을 척결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내란 특별검사팀 수사 기간 만료를 앞두고 부처별로 진상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은 내란 가담 공직자에 대한 필벌을 통해 공직사회 내부 신뢰를 회복하고 이를 국정 동력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조사 후 대규모 인사조치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어 공직사회에 파장이 예상된다.
TF 구성은 이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김민석 국무총리가 제안하는 방식으로 나왔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실린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직사회 내부에 남아 있는 내란 잔재를 청산해야 한다는 의지를 피력해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국무회의에서도 군 장성 인사와 관련해 “내란은 정말로 발본색원해야 한다. 특히 인사에 있어서 가담 정도가 극히 경미하더라도 가담하거나 부역한 사실이 확인되면 승진시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TF는 불법계엄 직후 하달된 임무를 직접 수행한 군인뿐 아니라 계엄의 사전모의, 실행, 사후 정당화 과정에 가담한 전 중앙부처 공직자를 조사하고 인사조치를 하기 위해 만든 실행조직이다.
TF 조사 대상 중 군·검찰·경찰, 총리실·기획재정부·외교부·법무부·국방부·행정안전부, 소방청 등 집중점검 기관 12곳을 집중점검 대상으로 별도 지정한 것이 눈에 띈다. 이들 기관들은 불법계엄 당시 총리, 장관, 청장 등 해당 기관 수장이 주요 역할을 해 내란 특검에 의해 기소된 기관이 대부분이다. TF 추진 계획에는 이들 기관 수장의 불법계엄 수행에 가담하거나 협조한 공무원들을 발본색원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내란 특검은 다음달 18일로 총 180일의 활동 기간이 만료된다. 수사가 마무리되면 정부 차원에서는 기소된 내란 종사자들의 재판을 지켜보는 것 외에 별도로 할 수 있는 대응이 없지만 TF가 출범하면서 불법계엄 가담·협조 공무원들에 대한 진상조사가 가능해지고 이를 통해 인사조치의 근거도 마련할 수 있다.
국정농단으로 탄핵·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들어선 문재인 정부가 부처별·기관별로 두었던 적폐청산위원회·TF가 연상된다는 반응도 나온다. 총리실 측은 정권 내내 운영돼 온 적폐청산위와 달리 헌법존중 정부혁신 TF는 내년 2월까지 신속하게 활동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명확히 했다.
부처별로 시행될 TF 조사는 연말연시 인사철을 앞둔 고위공무원 인사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어 공직사회 여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사 대상 행위가 언론 보도와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행위는 물론 내부제보·공익신고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고, 대상 기간도 불법계엄 전후 10개월을 넘어선 기간까지 가능하도록 해 뒀기 때문이다. TF 조사 활동 기간 고위공무원단의 동요나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이후 인적 쇄신을 얼마만큼 해내는지에 TF의 성패가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총리실 측은 “공직자 개인 처벌이 목적이 아니라 정부의 헌법 수호 의지를 강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기 애니메이션 <체인소맨>의 악당 마키마, <짱구는 못말려> 속 액션 가면, 할리우드 대표 슈퍼 히어로 스파이더맨이 부산에 나타났다. 올해로 21주년을 맞은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지스타’가 13일 부산 벡스코에서 막을 올리면서다.
이날 나흘간의 여정을 시작한 지스타에는 전국에서 모인 게이머로 아침부터 북적거렸다. 갖가지 캐릭터로 분장한 ‘코스어’가 시선을 끌었고, 관람객들은 이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느라 여념이 없었다. 지스타를 주최하는 한국게임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지스타에는 44개국 1273개사가 참여하고 부스는 3269개가 꾸려졌다.
국내외 주요 게임사들은 저마다 자사 대표 게임 및 신작 관련 부스를 차리고 게임 팬들을 맞았다. 올해 메인 스폰서를 맡은 엔씨소프트의 부스 300개는 특히 인기였다. 곧 출시를 앞둔 신작 ‘아이온 2’를 미리 해보기 위해 수백명이 늘어서면서 오후 한때 대기 시간이 2시간을 훌쩍 넘기기도 했다. 크래프톤은 기대작 ‘팰월드 모바일’ 체험존과 배틀 그라운드 테마의 카페를, 넷마블은 ‘이블베인’ 등 5개 신작을 미리 해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게임이 10~20대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것과 달리 이날 현장에 모인 이들의 연령과 성별, 국적은 다채로웠다. 유아차에 어린 자녀를 태운 30대 부부부터 외국인 게이머, ‘나홀로 관람’에 나선 중·장년층까지 1시간이 훌쩍 넘는 대기 행렬에 기꺼이 합류했다.
20년 경력의 코스어 실버(34·닉네임)도 연차를 쓰고 경기 일산에서 부산까지 날아왔다. 인기 액션 롤플레잉 게임 ‘호라이즌’ 속 에일로이 캐릭터로 변신한 그는 “매년 이 시기에 바쁜 회사를 다니다 최근 이직을 하면서 올해 처음으로 연차를 쓰고 왔다”며 “규모가 크고 볼거리도 많아 재미있다”고 말했다.
‘게임 꿈나무’들도 눈에 띄었다. 권나경양(16·경북 구미정보고 메타커머스과)은 이날 체험 학습을 위해 처음 지스타를 찾았다. 그래픽 디자인, 가상현실 콘텐츠를 공부하는 권양에게 게임 전시로 가득한 지스타는 학교나 마찬가지다. “실제로 와보니 모든 게 신기하다”는 그는 크래프톤의 ‘팰월드 모바일’을 기대작으로 꼽기도 했다.
일각에선 올해 지스타가 예년보다 침체됐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0주년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했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참가사(1375개사→1273개사)와 부스(3359개→3269개) 모두 줄었다. 넥슨, 펄어비스 같은 국내 대형 게임사부터 일본·중국 등 해외 주요 업체가 줄줄이 불참했기 때문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작년과 비교하면 확실히 볼거리가 적다는 인상”이라며 “지스타보다 개별 행사를 열거나 지스타보다 게임스컴(독일)이나 도쿄게임쇼(일본) 같은 글로벌 전시회에 나가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 게임 ‘원신’으로 잘 알려진 중국 게임사 호요버스는 지스타에 참가하는 대신 지난달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단독 오프라인 행사를 통해 팬들을 만났다.
한편으론 희망 섞인 분위기도 읽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게임은 중독 물질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등 게임 친화적 행보를 보여온 만큼 게임 산업 육성에 적극적일 것이라는 기대다. 개막 전날까지 이 대통령의 지스타 방문설이 돌기도 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지스타 방문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14일 부산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