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팔정구입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 대형 에너지 기업 비리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 해외로 도피한 가운데 이번 사건에 연루된 두 명의 현직 장관이 전격 해임됐다.
우크라이나 국가반부패국(NABU)과 반부패특별검사실(SAPO)은 11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젤렌스키 대통령의 오랜 사업 동료인 티무르 민디치를 포함한 7명을 에너지 기업 비리 사건과 관련해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5명은 이미 구속됐다. 민디치는 젤렌스키가 코미디언 시절 설립한 미디어 제작사 크바르탈95의 공동 소유주이자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수사 당국은 민디치에 대해 “에너지 부문에서 범죄적으로 조성된 자금의 축적·분배·세탁 전반을 통제했다”며 대통령과의 친분이 영향력 행사에 활용됐다고 지적했다. 민디치는 10일 이뤄진 대규모 압수수색 직전 이미 해외로 도피했다.
당국은 우크라이나 원자력공사 에네르고아톰 고위 간부들이 협력업체들로부터 계약금액의 10~15%에 해당하는 리베이트를 조직적·상시적으로 받아온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조성한 자금은 별도 사무실에서 관리하며 역외 기업 네트워크를 통해 세탁된 것으로 파악됐다. 세탁된 규모는 1억달러(약 1400억원)에 달한다.
정·재계 핵심 인사들이 이들의 비리를 묵인하거나 지원한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당국은 에너지부 장관을 지냈던 헤르만 갈루셴코 현 법무장관도 입건했다. 갈루셴코는 지난 7월까지 4년 동안 에너지부 장관을 에너지 분야 자금 흐름을 통제해주는 대가로 민디치로부터 사적 이익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립뉴스(UNN)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이번 사건에 연루된) 법무장관과 에너지부 장관은 더는 직위를 유지할 수 없다”며 총리에게 두 사람의 해임을 공식 요청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해임 요구에 스비틀라나 흐린추크 에너지부 장관은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의 이런 조치도 이미 ‘때늦은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대통령실은 초기엔 민디치의 역할을 축소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의혹이 확산하자 제재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민디치는 이미 해외로 떠난 상태였다.
민디치 도피가 논란이 되자 국경수비대는 12일 “민디치는 모든 서류를 갖춘 상태에서 합법적으로 출국했으며 당시 출국 금지나 체포 지시는 어느 기관에서도 내려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대선 당시 젤렌스키가 당시 페트로 포로셴코 대통령을 향해 부패와 족벌주의라는 두 가지 약점을 강하게 공격했지만 6년이 지난 지금 본인이 같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5년 드라마 <국민의 종>에서 부패를 질타하던 교사가 대통령이 되는 주인공을 연기했던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이미지를 바탕으로 2019년 대선에서 포로셴코를 꺾고 당선됐다.
정치 분석가인 올레흐 사키안은 “국민은 젤렌스키라는 인물을 뽑은 것이 아니라 하나의 ‘아이디어’를 선택했다”며 “그 결과 의사결정이 대통령실에 과도하게 집중되고 절대 권력이 절대 부패로 이어지는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지적했다.
정치 경험이 없던 그는 측근들을 대거 기용했다. 시민단체인 ‘우크라이나 유권자위원회(CVU)‘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 취임 첫해 동안 크바르탈95 출신 인사와 지인 등 30명 이상이 대통령실, 정부 기관 등의 요직에 임명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중 12명은 크바르탈95에서 직접 일했던 인물로 확인됐다.
대통령실 부실장 안드리 스미르노우가 기소 후 2024년 해임는 등 측근 스캔들은 끊이지 않았다. 이 가운데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7월 반부패기관의 독립성을 약화하는 법안을 추진했다가 분노한 청년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골판지 혁명’ 시위로 인해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정치 분석가 볼로디미르 페센코는 “러시아군의 지속적인 에너지 인프라 공격과 전국적 정전 사태 속에서 에너지 부패 사건은 국민의 분노를 극대화했다”며 “이번 사건은 친구에 대한 과도한 신뢰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주는 사례이며, 젤렌스키는 불가피한 명성 손상을 겪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검찰이 대장동 개발 비리 1심 재판 결과에 대한 항소를 포기하면서 수천억원대의 부당이익 환수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피해자인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민사소송을 통해 피해 금액을 구제받을 수 있다고 했으나, 법조계 전문가 중에는 쉽지 않으리라 보는 사람이 더 많다. 앞서 1심 재판부도 “민사소송은 기일도 제대로 열리지 않아 공사가 민사 절차로 피해를 회복하는 것은 곤란해 보인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지난 10일 경기도 과천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찰의 항소 포기로 범죄수익 몰수가 불가능해졌다는 것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2000억원 정도는 이미 몰수보전 돼 있고, 성남도시개발공사는 민사소송도 제기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등 대장동 개발 민간업자들이 총 7886억원의 부당이득을 얻었다며 기소하고 전액 추징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2022년 12월~2023년 2월 대장동 일당의 재산 약 2070억원을 몰수·추징 보전했다. 범죄로 얻은 불법 재산을 형 확정 전에 빼돌릴 것에 대비해 임의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동결했다.
4년에 걸쳐 1심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조형우)는 이들에게 모두 업무상 배임으로 징역과 벌금 등을 선고하며 뇌물액 총 473억원에 대해서만 추징을 명했다. 구체적으로는 김씨에게 428억원, 유 전 본부장에게 8억1000만원, 정 변호사에게 37억2200만원의 추징을 명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는 무죄로 봤다. 정확한 피해 금액을 산정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점을 무죄 이유로 들었다.
재판부는 “현재 공사의 재산반환청구권 또는 손해배상청구권 행사 등 피해 회복 조치는 심히 곤란하다고 보인다”며 “뒤늦게나마 피해 회복 과정에 국가가 개입해 범죄피해재산을 추징한 다음 이를 다시 피해자에게 환부하는 조치를 취할 필요성이 크다”고 판시했다. 피해자인 공사의 피해 회복이 어려우므로 검찰이 몰수·추징을 통해 회복을 도와야 한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향후 재판에서도 추징금의 상한선이 473억원으로 정해졌다. 형사소송법상 피고인만 항소할 경우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1심보다 높은 형을 선고할 수 없다. 앞으로 특경법상 배임 혐의에 대해 다툴 수 없고, 추징금 규모도 1심 수준에 머무른다. 무죄가 선고된 유 전 본부장의 428억원 뇌물 약정 혐의, 대장동 업자들이 직무상 비밀을 이용해 재산상 이득을 취득했다는 이해충돌방지법 혐의 등도 마찬가지다.
공사가 제기한 민사소송 역시 수천억원을 환수하기엔 무리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민사소송 재판부가 추징액을 따로 정할 수 있지만, 통상 형사재판에서 확정된 규모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공사가 지난해 11월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은 1년이 넘도록 제대로 재판조차 열리지 않았다.
1심에서 인정된 추징금 이외 나머지 금액에 대해 2심에서 다툴 기회가 사라지면서, 대장동 개발업자들이 법원에 추징 보전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할 수도 있다. 이날 서울고법은 대장동 사건 항소심을 형사3부(재판장 이승한)에 배당했다. 형사3부는 부패사건 전담 재판부로 이재명 대통령의 위증교사 혐의 사건 항소심도 배당받았는데 대선 기간인 지난 5월 공판기일을 연기했다. 다음 기일은 지정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