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당일 정부·기업이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장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토종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들이 개발하는 신경망처리장치(Neural Processing Unit·NPU)의 향방에도 관심이 모인다. 정부는 대규모 AI 학습에 시급한 GPU를 확보하되, 국내 NPU 시장도 함께 육성하는 ‘투트랙’ 전략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NPU는 인간의 두뇌 신경망을 모방한 AI 반도체다. 수많은 신경세포가 서로 연결돼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동시에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특히 NPU는 학습을 끝낸 AI 모델로 실제 서비스를 운영하는 단계인 추론 연산에 특화돼 있다. GPU보다 전력 효율성이 높다는 게 최대 강점이다.
국내에선 리벨리온과 퓨리오사AI, 딥엑스, 모빌린트 등이 NPU를 개발한다. 리벨리온과 퓨리오사AI는 데이터센터 서버 시장, 딥엑스와 모빌린트는 온디바이스(기기 내장형) 시장이 주 무대다.
GPU는 AI 학습과 추론 모두에 활용되는 범용 칩이다.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학습시키는 과정에서 GPU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가격이 비싸고 전력 소모가 크다는 단점이 있다. AI 추론 시장이 확대될수록 비용 효율성이 중요해지면서 NPU 수요가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AI 서비스 기업 입장에선 운영비 절감이 곧 수익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은 지난달 31일 엔비디아 GPU 공급 관련 브리핑에서 “학습에 사용하기 위한 반도체로 엔비디아 GPU가 너무 많이 필요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년, 3년, 5년, 10년 후를 봤을 때 국내 AI 반도체 내재화 역량을 키우는 게 중요해 투트랙으로 (정책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대규모 실증과 수요 창출 지원이 뒤따라야 할 과제로 꼽힌다. 하 수석은 “확보한 GPU로 강력한 AI를 만들고 산업 현장이나 자동차에서 학습된 AI를 운영할 땐 전력과 가격 경쟁력이 있는 국내 NPU 기업들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업계는 향후 추론 시장에서 일정 부분 엔비디아와 경쟁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리벨리온 관계자는 “2~3년 후쯤 챗GPT 외에도 다양한 AI 서비스가 실생활에서 체감될 정도로 확산하면 NPU 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본다”며 “GPU만으로 감당하지 못하는 시장이 분명히 생길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구한말 정치가이자 개화사상가인 유길준이 쓴 <서유견문>의 필사 교정본이 국가등록문화유산 등록을 눈앞에 뒀다.
국가유산청은 ‘<서유견문> 필사 교정본’을 국가등록문화유산 등록 예고했다고 13일 밝혔다.
<서유견문>은 유길준이 미국 유학 경험을 토대로 서양 각국의 지리, 역사, 행정 풍속 등을 20편에 걸쳐 국한문혼용체로 써서 소개한 책이다. 19세기 조선인의 입장에서 세계 사정을 이해할 수 있는 자료로 꼽힌다.
등록 예고된 교정본은 <서유견문>을 검은색 또는 붉은색 먹을 써 교정한 것으로 1건 9책으로 구성됐다. 단순히 글자를 교정했을 뿐 아니라 문장을 다듬거나 내용을 바꾼 흔적도 남아 있다. 교정 작업과 인쇄 이전 원문 상태를 확인할 수 있어 역사학, 서지학 연구에 중요한 자료다. 고려대박물관이 소장 중이다.
김우진 희곡 친필원고는 예고기간을 거쳐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김우진의 대표 희곡인 <두덕이 시인의 환멸>, <이영녀>, <난파>, <산돼지> 총 4편이 등록됐다.
<두덕이 시인의 환멸>은 식민지 시대 개화 지식인의 내면 풍경을 신랄하게 비판한 풍자극이다. <이영녀>는 식민지 조선 하층 여성의 고단한 삶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며, <난파>는 전통과 근대라는 상반된 가치관이 충돌하는 과정을 서구(독일) 표현주의극을 수용해 재창조한 작품이다. <산돼지>는 무기력한 자아의 생명력 회복을 다룬 작품으로 자연주의, 상징주의, 표현주의 등 기법이 쓰였다.
국가유산청은 “일본 신파극이 지배하던 1910~1920년대에 서구 근대극을 주체적으로 수용해 근대극의 새 시대를 열고자 했던 시대 정신이 반영된 작품”이라며 “언어사, 생활사, 문화사, 사회사, 경제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가치가 있는 중요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지는 13일 수능 출제·검토위원의 ‘감금 생활’도 약 40일만에 끝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수능 출제·검토위원 약 500명, 진행·급식·보안 등 행정 업무를 맡는 200여명 등 총 700여명은 지난달 7일부터 이날까지 38일째 합숙 생활을 해왔다. 제2외국어·한문 영역 시험이 진행되는 5교시(오후 5시 5분∼45분)가 끝나면 이들에 대한 사실상 감금이 해제된다.
평가원이 미리 확보한 현직 교수·교사 인력 풀에서 무작위로 추첨해 선발된 출제·검토위원들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모처에서 합숙하며 수능 문제를 출제했다. 이달 초 출제를 마쳤지만 합숙 기간 동안 외출이 통제됐고, 휴대전화나 블루투스 이어폰 등 통신기기도 일절 사용할 수 없었다.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외부와 철저히 단절돼 생활해야 하고 변별력 있는 문제를 출제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한치의 오류를 허용해선 안 된다는 부담감 때문에 이들이 겪는 스트레스가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수능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킬러문항은 배제하는 동시에 상위권 변별력을 키워야 한다는 부담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현직 교사 20여명으로 구성된 ‘수능 출제점검위원회’는 킬러문항 여부를 집중 점검하는 임무를 맡았다. 이들도 출제·검토위원과 함께 37일간 합숙했다. 평가원은 “사교육에서 문제풀이 기술을 익히고 반복적으로 훈련한 학생들에게 유리한 문항은 배제하고 공교육에서 다루는 내용만으로도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적정 난이도의 문항을 고르게 출제한다”고 강조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