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트 정부가 주식 장기 투자자에게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부자 감세’ 우려로 대주주 등은 혜택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주식 소액 투자자에게는 양도세가 부과되고 있지 않은 만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한도 확대나 배당 관련 소득에 대한 세제 혜택이 부여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일 국무회의에서 ‘내년도 경제성장전략 방향’을 보고했다. 이번 보고에는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해 벤처 투자 확대, 국내 주식 장기 투자 및 기업 자금 공급 촉진 등의 내용이 담겼다.
구 부총리는 이재명 대통령이 “장기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 등이 충분한가”라고 묻자 “많이 부족하다. 조금 더 강화해 장기 투자를 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답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장기 투자 인센티브를 두는 방안에 반론도 있다. 결국 대주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며 “대주주는 경영권 유지를 위해 이미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이들에게까지 혜택을 주면 부자 감세 논란이 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주식은 종목당 50억원 이상 보유한 사람에게만 25%의 양도세가 부과된다. 이 때문에 배당 관련 소득에서 주식 장기 보유 감면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배당소득 2000만원 이하는 14%, 초과는 다른 소득과 합산해 종합소득 과세되고 있다. 또 3년간 계좌를 유지하면 투자수익의 200만원(서민·농어민 400만원)까지 비과세되고 이를 초과하는 수익은 분리과세(9%)되는 ISA 세제 감면 한도를 확대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거론된다. 앞서 여당에서는 매년 100만원씩 비과세 한도를 추가해주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경우 5년 보유하면 비과세 한도가 400만원으로 늘고, 10년 보유하면 900만원까지 확대된다.
구 부총리는 이날 내년 경제성장전략의 주요 방향으로 거시경제 및 민생 안정, 성장동력 확충, 양극화 구조 극복 등을 제시했다. 인공지능(AI) 대전환, 초혁신경제 본격 추진, 탄소중립 및 에너지 전환이 포함됐다. 산업안전 투자 확대를 위해 안전 투자에 대한 금융 지원 인센티브 등도 담겼다.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국무회의에서 “경제·민생 회복의 불씨를 더욱 키워서 잠재성장률을 반등시킬 수 있도록 정책적 역량을 총집중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전 과정이 생중계된 국무회의에서 경제·민생 이슈를 집중적으로 다루며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논란에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관세 협상이라는 큰 산을 넘었지만 우리 앞에 많은 과제가 놓여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특히 대내외 파고에 맞서서 경제 기초체력을 강화하고 국민 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토대를 더 튼튼하게 구축해야겠다”며 “그래서 내년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민생의 핵심은 먹고사는 문제”라며 식품 물가 안정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가끔 독점, 과점적 지위를 악용해 부당이익을 취하려는 경우가 있다. 쌀 속의 뉘(등겨가 벗겨지지 않은 벼 알갱이) 같은 것이라 반드시 골라내야 한다”며 유통구조 개선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회의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26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하며 국내 주식 장기 투자 촉진을 언급하자 “장기 투자 인센티브 부여 제도에 대해 결국 대주주들이 혜택을 보는 게 아니냐는 반론이 있다”며 “일반 투자자에게 장기 투자에 대한 혜택이 있을 수 있도록 방안을 세부적으로 만들어달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내년도 경제 성장 비전과 관련해 ‘기업하기 좋은 대한민국’을 구호로 제시하자 “그거 좋다”며 화답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법무부 등에 “특정 국가, 인종 등에 대한 혐오를 더는 묵과할 수 없다”며 부적절한 내용이 포함된 현수막을 철거할 수 있도록 하는 관련법 개정도 주문했다. 그는 “(정당 현수막 규제를 완화하는 법은) 제가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있을 때 만든 법이긴 하나, 악용이 심하면 법을 개정하든 없애든 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혐오 발언 처벌을 위해 형법을 개정할 때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지시했다. 혐오 발언 당사자에 대한 처벌은 강화하는 한편 표현의 자유는 보장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날 국무회의는 대통령 모두발언과 현안 토의, 부처 보고 외에도 안건을 심의·의결하는 전 과정이 생중계됐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대한민국 정부 사상 최초로 국무회의 거의 모든 과정이 공개된 것”이라며 “국가의 주요 의사 결정 항목과 과정을 국민께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무위원들의 책임성을 높이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철학을 보여주는 조치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논란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대통령실도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