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변호사 대통령실은 6일 한·미 관세협상 타결 후속 작업인 양해각서(MOU) 체결과 관련해 “‘상업적 합리성’ 조항을 MOU 제1조에 넣었다”고 말했다. 한국 투자금의 원리금 회수가 불확실할 경우 투자를 진행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대통령실은 이번주 안에 관세 및 안보 분야 합의 사항을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며 이후 MOU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실 국정감사에 출석해 한·미 정상 간 타결된 관세협상 후속 조치 현황을 보고했다. 그는 한·미 간 논의 중인 MOU 제1조에 상업적 합리성 규정이 들어갔다며 관련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김 실장은 “상업적 합리성의 정의가 (MOU 제1조) 뒤에 나온다”며 “투자 원리금 회수의 불확실성이 있는 사업은 애당초 착수하지 않도록, 협의위원회에서 동의하지 않도록 (MOU) 제1조에 상업적 합리성 조항을 넣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투자금을 회수할 현금 흐름이 있을 것으로 투자위원회가 선의, 굿 페이스로 판단하는 정의 조항을 넣었다”고 했다.
김 실장은 한·미 간 투자 수익 배분 비율과 관련해 “5 대 5는 (미국이 이미 협상 타결한) 일본 때문에 끝내 숫자를 바꾸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중간에 투자 원리금 회수가 한국 쪽에 불확실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비율을 조정할 수 있다는 문구도 포함시켰다”며 “다중의 안전장치를 확보하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김 실장은 10년간 매년 200억달러의 대미 투자 규모는 부담되지 않는다고 했다. 김 실장은 “우리 외환보유고가 4200억달러 있다”며 “중앙은행의 보유자산과 외평기금(외국환평형기금)까지 포함하면 150억달러에서 200억달러 정도를 부담 없이 조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환시장에 충격이 없는 금액”이라며 “중앙은행과 아주 면밀히 분석해서 대응했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의 주장과 달리 반도체 관세 감면 내용도 합의에 포함돼있다고 재확인했다. 김 실장은 ‘반도체 관세 협상 내용도 팩트시트에 포함돼있나’라는 채현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포함돼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과 비교해 불리하지 않다는 내용인가’라고 이어진 질문에 “그런 내용”이라고 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국감에서 “김 실장이 보고한 MOU 내용은 저희 측 안”이라며 “법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것도 협상의 과정을 좀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MOU 체결 시점에 대해 “미국 안에도 여러 부처가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며 “일방적으로 예단해서 언제까지 된다고 말씀드리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강 실장은 MOU 등 관세협상 타결 내용이 국회 비준 대상인지와 관련한 논란에는 거리를 뒀다. 그는 “비준으로 할지 법률로 할지 논의는 차치하더라도, 논의가 투명하게 국회에 보고돼 여러 의원님들이 의견을 모아주시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 실장은 ‘조약이 아니고 정부가 이행하면 되기 때문에 특별법으로 뒷받침하면 되지 않나’라는 김영배 민주당 의원 질문에 “국회가 결정해주시면 따르겠다”고 답했다. 그는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하시고 특별법을 통과시킬 때 충분히 국익 중심으로 함께 마무리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 실장은 “팩트시트는 이번주를 넘기지 않을 것”이라며 “그 정도로 원만한 협의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관세협상뿐 아니라 안보 관련 여러 가지 자평하는 성과들을 다 팩트시트에 담은 다음에 MOU를 체결한다”고 밝혔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왜 오늘까지 팩트시트가 안 나오나’라는 윤후덕 민주당 의원 질문에 “저희가 늑장 부려서 그런 게 아니다”라며 “미국 측에서 여러 관계 부처 간에 최종 확인을 받고 있다고 들었다”고 답했다. 조 장관은 “거의 합의 단계에 이른 문안을 서로 주고받았다”며 “국무부로부터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는 전갈을 받았다”고 했다.
조 장관은 “MOU는 조약이 아니고 기본적으로 구속력이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에 부담이 되는 것에 대해 정부는 입법 과정에서 국회 동의를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날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미국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송유관 건설 사업은 대미 투자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하이리스크(고위험) 사업”이라며 “상업적 합리성은 현금 흐름이 창출될 수 있는 프로젝트에 한정돼있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 국방부 장관이 4일 만나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한 양국의 의사를 재확인했다. 한국 국방비를 인상하고 방산협력을 강화하는 등 한·미 동맹 현대화를 두고도 일치된 의견을 보였다. 양국 장관의 협의 사안이 담긴 공동성명은 한·미 관세 및 안보 협상 결과 ‘팩트시트’(설명자료)가 발표된 이후 공개될 예정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이날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제57차 한·미 안보협의회(SCM) 이후 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SCM은 한국과 미국의 주요 군사정책을 협의 및 조정하는 양국 국방 분야 최고위급 기구다. 이번 SCM은 이재명 정부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처음 열렸다.
양국 장관은 이번 SCM에서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논의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관련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한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해드린다”며 “군 당국에선 최선을 다해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과 회담한 이튿날인 지난달 30일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를 두고 “(핵추진 잠수함이) 한국의 자체 방어 능력만 아니라 우리 한·미 동맹에도 도움이 된다는 확신을 (트럼프 대통령이) 가지고 계신 것”이라고 말했다.
핵추진 잠수함 관련 후속 협의 가능성도 열어뒀다. 헤그세스 장관은 “미 국무부나 에너지부 등 다른 유관 기관과 계속 긴밀하게 협조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핵물질 등 핵 정책을 담당하는 에너지부의 승인과 국무부를 통한 한국과의 별도 협정 마련 가능성 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한국은 조선업에서 세계적 수준의 능력을 갖고 있다”며 “미 정부는 잠수함만 아니라 전투함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더 확대하길 원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핵추진 잠수함 관련 내용은 SCM 공동성명에 반영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두 장관은 한·미 동맹 현대화 방안과 관련해 한국의 국방비를 인상하고 방산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헤그세스 “확장억제 변함없이 제공”
헤그세스 장관은 “한국 정부가 방위비 지출을 늘리고 핵심적 군사 능력인 미사일, 사이버, 그리고 필수 능력 부분에서 군사적 투자를 강화하기로 말씀하신 것에 대해 많이 고무돼 있다”고 말했다.
국방비는 구체적으로 2035년까지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3.5%까지 올리는 방향으로 합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국방부는 매년 7.7%의 국방비를 늘려 2035년 이전에 미국 측에서 요구한 GDP 대비 3.5%의 국방비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헤그세스 장관은 한·미의 대북 공동 대응을 재확인하면서도 한국의 역할이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역내에 다른 어떤 비상사태에 대처할 수 있는 유연성 제고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대북 재래식 방어에서는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중국 등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확대해야 하고, 이를 위해 한국이 대북 재래식 위협 대응을 주도할 것이란 뜻으로 해석된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SCM 공동성명에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관련해 진전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헤그세스 장관은 다만 “한국에 확장억제를 변함없이 제공하게 될 것”이라며 북핵 위협 대응 방침은 유지했다.
SCM 공동성명은 이날 공개되지 않았다. 안 장관은 “(한·미 정상회담의 합의 내용을 담은) 팩트시트가 진행 중인 관계로 추후에 발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