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법무법인 김지형 신임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장이 민주노총의 복귀를 위해 ‘삼고초려’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민주노총은 여전히 참여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년 연장 논의는 여당 주도의 정년연장특위 중심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6일 기자와 만나 경사노위 참여 여부에 대해 “우리가 언제 위원장이 누군지 보고 들어갔냐”며 “내부에서 전혀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김지형 경사노위 위원장은 전날 취임사에서 “가장 시급한 일은 경사노위에 노사정 논의 주체 모두가 빠짐없이 참여하는 것“이라며 “경사노위를 완전한 회의체로 재건하기 위한 일이라면 삼고초려나 그 이상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1999년 경사노위의 전신인 노사정위원회 탈퇴 이후 경사노위에 한 차례도 참여하지 않았다. 경사노위는 노동계·경영계·정부가 경제·사회 정책을 협의하는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로, 원래 정년 연장은 경사노위에서 다뤄졌다. 그러나 지난해 12·3 비상계엄 이후 한국노총이 보이콧을 선언하며 경사노위 운영이 중단되고, 새 정부의 위원장 임명이 늦어지면서 ‘개점휴업’ 상태가 지속됐다. 이런 와중에 지난달 국회 주도의 사회적 대화기구가 출범하면서 논의 테이블이 국회로 옮겨갔다.
민주노총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국회 사회적 대화기구와 더불어민주당 정년연장특위에는 참여하고 있다. 여당이 연내 정년 연장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양대 노총은 전날 국회를 찾아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거듭 요구했다. 양대 노총은 경영계가 대안으로 제시한 ‘퇴직 후 재고용’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라 합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노사 간 합의안 도출이 어려운 만큼, 노동계는 민주당이 주도적으로 정년 연장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년 연장의 시기도 쟁점이다. 노동계는 2033년부터 국민연급 수급개시 연령이 65세로 높아지는 것을 고려해 2033년까지는 정년을 65세로 연장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그러나 민주당 정년연장특위는 정년을 2041년까지 단계적으로 상향하는 절충안도 검토하고 있다. 지난 9월 ‘2041년 65세 연장안’이 알려지며 노동계가 거세게 반발해 논의가 진전되지 못한 상태다.
양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 열린 ‘민주노총-민주당 정책간담회’에서도 “오늘 당장 출생률이 반등된다 하더라도 향후 20년간 경제활동 인구가 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정년연장으로 노후 빈곤을 해소하고 청년들에게는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서 희망을 주는 정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도 “법정 정년을 65세로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방안이 정부의 국정 과제에 상당히 반영돼 있다”고 호응했다.
그러나 이날 간담회에서 구체적인 안이 오가지는 않았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간담회를 마친 뒤 연내 입법 추진에 대해 “그건 단정적으로 말씀드릴 수 없다”며 “특위는 노사 한 쪽의 주장만 들을 수 없기 때문에 최적의 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65세 연장 시점과 관련해서도 “정년연장특위에서 아직 그 정도까지 진도가 나가거나 정리하지 않았다. 실무 회의가 진행 중이라 입장을 밝힐 상황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간담회에서 노동자 작업중지권, 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자성 인정, 초기업 교섭, 5인 미만 사업장까지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 등을 중요한 현안으로 꼽으며 이중에서 “플랫폼 노동에 대한 보호막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관련 입법에 속도를 내겠다”고 답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에 나선다. 미·중·일 정상과의 회담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이후 예산안 처리에 필요한 협치에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 후 공식 일정인 이날 시정연설을 통해 정부가 제출한 728조원 규모 내년도 예산안의 방향을 설명하고 처리에 야당의 협조를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도 예산안은 올해 대비 8.1% 증가한 역대 최대 규모로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등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증액한 것이 특징이다. 야당은 국채 발행 우려를 근거로 대대적 삭감을 요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던 지난 8월 29일 국무회의에서 ‘경제 혁신’과 ‘수출의존 개선’을 중점 과제로 내세우며 “내년도 예산안은 이런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경제 대혁신을 통해 회복과 성장을 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번 시정연설은 이 대통령 취임 후 정부가 제출한 본예산에 대한 첫 시정연설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 6월26일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골자로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한 바 있다.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앞서 통상적으로 진행하는 국회의장·여야 지도부와의 환담도 주목된다. 환담이 이뤄지면 이 대통령이 APEC 정상회의와 미·중·일 정상회담 결과를 여야 지도부와 긴밀히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 관세협상 타결 이후 필요한 대미 투자 법안 처리에 야당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서는 회담 결과 설명이 필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4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핵추진 잠수함 연료 공급 협의 진전 등을 언급하며 “최악의 상황에서도 최선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 영혼까지 갈아 넣으며 총력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회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에 나서 “예산안 설명에 앞서 경주 APEC의 성공을 위해 힘을 모아주신 모든 국민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경주선언’을 이끌어 내면서 대한민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교류와 번영, 역내 평화 증진을 위한 역할을 주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APEC 주간에 이뤄진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과 관세 협상을 타결함으로써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완화했다”며 “자동차와 반도체 분야에서 경쟁국과 동등한 수준의 관세를 확보함으로써 평평한 운동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대미 투자 패키지에는 연간 투자상한을 설정해 많은 분들이 우려했던 외환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했고, 투자 프로젝트 선정과 운영 과정에서도 다층적 안전장치를 확보함으로써 투자금 회수 가능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한 원자력 추진 잠수함 핵연료 공급 협의의 진전을 통해 자주국방의 토대를 더욱 튼튼하게 다지고,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위한 획기적 계기 마련으로 미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 성과도 언급했다.
그는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서는 한·중 관계를 전면 회복하고, 양국이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서 실용과 상생의 길로 함께 나아가기로 다시 합의했다”며 “무엇보다 민생이 가장 중요하다는 공감대 속에 양국 중앙은행 간 70조원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과 초국가 스캠(사기) 범죄 대응을 비롯한 6건의 MOU(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앞으로도 정부는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국력을 키우고 위상을 한층 높여나가겠다는 말씀도 드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