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국가핵심기술을 빼돌려 코스닥 상장사를 운영한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부장검사 조정호)는 3일 산업기술보호법 위반(국가핵심기술 국외유출 등)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 국외누설 등),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코스닥 상장사 A사 운영자 B씨(37)와 삼성SDI 협력사인 C사 직원 D씨(30대) 등 4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공범인 C사 과장, 삼성SDI 출신인 A사 대표이사 등 9명과 A사 등 코스닥 상장사 회사법인 2곳 등을 불구속 기소됐다.
B씨 등은 2022년 10월부터 지난 2월까지 국가핵심기술 및 영업비밀인 삼성SDI 및 협력사 C사의 전기차 배터리 부품 도면 등을 유출해 A사 등에서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베트남과 중국의 2차전지 업체에도 국가핵심기술과 영업비밀을 누설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빼돌린 영업비밀은 삼성SDI가 10여년간 큰돈을 들여 개발한 각형 배터리 부품인 알루미늄 케이스 ‘캔’과 뚜껑에 해당하는 ‘캡어셈블리’ 관련 자료다. 캔은 외부 충격에 의한 내부 손상을 방지하고 추가폭발을 방지한다. 캡어셈블리는 내부 온도나 압력 상승 시 전류 차단 및 가스 배출 기능을 갖춰 폭발이나 화재 등 사고를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전기차용 중대형 고에너지 밀도 배터리는 설계, 공정, 제조, 평가기술이 모두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있다. B씨 등은 C사에서 근무했거나 근무 중이었다.
검찰은 국가정보원 산업기밀보호센터에서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이들의 휴대전화, 전자기기 및 디지털 증거를 압수했다. 그리고 변리사 출신 검사와 IT 전문 수사관 등을 투입해 이들이 유출한 기술자료 파일, 대화내역, 통화녹음 파일 등을 분석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A사가 유출한 기술을 이용해 중국 배터리 회사와 800억원 상당의 납품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확인하고 B씨 등을 구속해 배터리 부품이 중국회사에 넘어가는 것을 차단했다.
B씨는 코스닥 거래소에서 거래 정지된 A사의 주식을 비자금 관리용 회사 명의로 매수해 최대 주주가 된 뒤 거래를 재개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그는 훔친 기술을 이용해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에 진출한다고 홍보해 자신이 설립·운영하던 플라스틱 사출 업체 D사를 코스닥 거래소에 상장시켰다. B씨는 이런 방식으로 코스닥 상장사 2개를 운영하면서 수익을 올렸고, 서울 소재 최고급 레지던스에 거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들이 해외로 유출한 자료는 납품 계약 단계에서 영업용으로 제시된 것으로 해외 업체가 이를 활용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직전 칼럼에서 필자는 인공지능(AI)이 만들어내는 6가지 가상경험 중 ‘유사신빙적 물리 경험’ ‘인공적 물리 경험’ ‘유사신빙적 사회 경험’을 다루었다. 이번 글에서는 나머지 3가지 유형을 고찰하며 AI가 만들어내는 관계와 자아의 확장을 살펴보겠다.
네 번째 유형은 AI 에이전트나 가상 캐릭터와 관계를 맺고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인공적 사회 경험’이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AI 동반자는 사용자의 정신건강에 긍정적 효과를 준다. 예컨대 장기간 AI와 꾸준히 대화한 사람들의 우울증 지수는 현저히 낮아졌다. 인간의 근원적 욕구인 ‘연결감’과 ‘소속감’이 서비스 형태로 구현된 셈이다. 이른바 ‘서비스로서의 애착’이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는 완벽한 동반자는 현실 인간관계를 회피하게 만들 수 있다. 외로움을 치유하는 약이 될 수도, 더 깊은 고립으로 이끄는 독이 될 수도 있다. 이제는 “이 관계가 진짜인가?”보다 “이 관계를 통제하는 자는 누구이며, 그 목적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다섯 번째는 ‘유사신빙적 자아 경험’이다. AI는 사용자의 SNS 활동이나 피트니스 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개인이 인식하지 못한 심리 상태를 감지하거나 변화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의 ‘퓨처유(Future You)’ 프로젝트는 사용자의 목표와 가치관, 라이프 스토리를 기반으로 미래의 자아를 생성해 현재의 자신과 대화를 나누게 한다. 이 경험은 참여자의 학습 성과, 저축률, 행복지수를 모두 높였다. ‘은퇴 자금을 모아야 한다’는 추상적 과제가 ‘미래의 나를 위해 선물을 준비한다’는 구체적이고 감성적인 목표로 전환되는 순간, 인간은 즉각적인 감정적 동기를 부여받는다. AI는 이런 변화를 가능케 하며, 자기 성찰 과정을 독백이 아닌 ‘미래의 나와의 대화’로 재구성한다.
마지막 여섯 번째는 ‘인공적 자아 경험’이다. 이는 게임 속 아바타처럼, 현재의 정체성과는 다른 가상의 자아를 체험하는 것이다. 여러 미디어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아바타의 특성이 사용자의 실제 태도와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프로테우스 효과’가 존재한다. 자신과 다른 성별의 아바타를 사용한 사람들은 성 고정관념이 줄었고, AI가 생성한 다양한 사회경제적 삶을 체험한 후에는 편견이 낮아지며 기부 행동이 두 배 이상 늘었다. 필자의 연구에서도 대학생들이 360도 카메라를 통해 노인의 시선으로 세상을 본 뒤, 노인 빈곤 문제에 대한 공감이 크게 향상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는 가상 정체성 경험이 인간을 더 공감적이고 이타적인 존재로 변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6가지 가상경험 프레임워크는 AI 시대 인간 경험을 이해하기 위한 탐험 지도다. 스트레스 완화, 우울증 예방, 편견 해소, 창의성 향상 등 AI가 가져오는 변화는 이미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 그러나 진정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이 6가지 경험은 서로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며, 인간의 삶을 더욱더 깊고 풍요롭게 만들어야 한다. AI가 그리는 가상경험은 현실의 대체물이 아니라 인간을 더 깊이 이해하게 만드는 거울이다. AI가 제시하는 지도는 목적지를 알려주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서 있는 지형을 보여줄 뿐이다. 그 여정의 방향을 정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