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사무소 올해로 5회째를 맞는 포항국제음악제가 7일부터 13일까지 경북 포항시 일대에서 열린다.
포항국제음악제는 포항이 고향인 첼리스트 박유신이 음악감독을 맡아 2021년 시작한 이래 지역이라는 불리함 속에서도 탄탄한 라인업으로 짧은 시간에 주목받는 음악제로 성장했다. 올해도 소프라노 황수미, 바리톤 사무엘 윤, 피아니스트 손민수, 현악사중주단 하겐 콰르텟 등 국내외 최정상 음악가들이 참가한다.
‘인연’을 주제로 하는 올해 음악제는 7일 경상북도교육청문화원 대공연장에서 윤한결이 지휘하는 포항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막이 오른다. 세계 초연인 ‘별신굿’, 스크랴빈의 피아노 협주곡(협연 데니스 코츠킨), 말러 교향곡 1번을 연주한다.
‘별신굿’은 작곡가이기도 한 윤한결이 음악제의 위촉을 받아 작곡한 관현악곡으로, 포항의 대표적 문화유산이자 국가무형문화유산인 별신굿을 서양 현대음악 기법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박 감독은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박 감독은 “악기를 구하느라 전국의 선생님들에게 연락을 드릴 정도로 모든 타악기가 나온다”며 “올해의 하이라이트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하겐 콰르텟은 8일 포항시청 대잠홀에서 바흐의 ‘푸가의 기법’, 쇼스타코비치 현악사중주 8번, 슈베르트 현악사중주 5번을 연주한다. 1980년대 데뷔한 이래 세계 최정상의 현악사중주단으로 확고한 명성을 얻은 하겐 콰르텟이 내년에 은퇴할 예정이다. 이날 공연과 다음날 서울 롯데콘서트홀 공연이 이들의 마지막 내한공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11일 효자아트홀에서 열리는 황수미와 사무엘 윤의 듀오 리사이틀도 주목할 만하다. 두 사람은 바로크 시대 작곡가인 헨리 퍼셀부터 20세기 스타 지휘자이자 작곡가였던 레너드 번스타인에 이르는 폭넓은 음악적 시기에서 선별한 성악곡 15곡을 ‘웃음에서 광기로’라는 주제 아래 배치해, 오페라를 방불케 하는 극적인 무대로 꾸밀 예정이다. 사무엘 윤은 기자간담회에서 “주제에 어울리는 스토리텔링이 될 수 있도록 약간의 소품과 저희 둘의 연기가 버무려진다”며 “중간에 손뼉을 치거나 하는 일 없이 극음악의 형태로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민수는 12일 지휘자 차웅이 이끄는 포항시립교향악단과 함께 베토벤의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를 연주한다.
이외에 노부스 콰르텟 리더인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과 지난해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유성호의 듀오 리사이틀 등 10개 공연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올해는 모든 공연이 무료다. 주된 공연장이었던 포항문화예술관이 보수공사에 들어간 바람에 다른 장소들을 물색했는데 유료로 진행하기에는 여건이 열악하다는 판단에서다. 이 때문인지 예매를 시작한 지 8분 만에 전 공연이 매진됐다.
박 감독은 “서울에서도 모든 무료 공연이 매진되긴 어렵다”며 “이 정도 애정과 관심이라면 이번에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앞으로 관객들을 계속 공연장에 오게 만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인 감독과 배우를 발굴해 온 제51회 서울독립영화제가 오는 27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열린다. 윤석열 정부에서 효율성을 이유로 ‘0원’으로 삭감됐던 영화제 예산이 우여곡절 끝에 복원된 터라 더 뜻깊다.
올해 슬로건은 ‘영화가 오려면 당신이 필요해’다. 서울 동작구 메가박스 아트나인에서 5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백재호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은 “독립영화는 항상 누군가의 용기로 시작되고, 누군가의 공감으로 완성되는 매체”라며 “(슬로건은) 독립영화에 꼭 필요한 참여와 연대를 말한다”고 밝혔다.
전액 삭감됐던 서울독립영화제 예산은 영화인들의 항의 연명 등 노력 끝에 지난 4월 극적 복원됐다. 백 이사장은 “많은 분의 노력과 관심 덕분이다. 단순히 한 영화제가 회복된 것이 아니라, 독립영화가 문화 자산임을 보여준 것”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올해 영화제에 출품된 작품은 총 1805편(단편 1590편·장편 215편)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전년과 대비해서는 101편이 늘었다. 모은영 집행위원장은 “독립 영화인들이 처한 여러 어려움에도 1년 안에 많은 작품이 만들어졌다는 것에 큰 힘을 받았다”고 했다. 상업 영화 제작이 위축되면서, 기존 인력들이 개인 연출 데뷔를 하는 등 소규모 창작을 시도하는 경향이 보였다고 한다.
총 127편(단편 84편·장편 43편)이 영화제 기간 서울 CGV 압구정·청담씨네시티에서 상영된다. 각 부문 대상 등을 놓고 겨루는 본선 경쟁에는 장편 12편과 단편 35편이 선정됐다. 장편경쟁은 남동철 프로그래머·이언희 감독·배우 전여빈이, 단편경쟁은 김미영·박경근·유진목 감독이 심사한다.
장편 연출작 1편 이하의 감독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선택’ 부문은 작년까지 장편과 단편을 나눠 심사했으나, 올해는 장편 부문으로 단일화했다. 모 집행위원장은 “계속해서 영화를 만들어갈 새로운 감독을 발굴하는 데 중점을 두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페스티벌 초이스, 독립영화 아카이브전, 각종 포럼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다. 올해 로카르노영화제에서 황금표범상을 수상한 <여행과 나날>의 미야케 쇼 감독 마스터클래스도 열린다.
배우 홍경, 노재원, 윤가이 등을 배출한 ‘배우프로젝트-60초 독백 페스티벌’은 올해로 제8회를 맞는다. 역대 최다인 7757명의 지원자 중 선발된 24명이 영화제 기간 중 공개 자유연기를 선보인다. 최종 선발된 6명에게는 상금이 수여된다. 25년째 개막식 사회를 맡으며, 2018년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배우 권해효는 “올해 또 어떤 배우가 감독들에게 소개되고, 또 성장할지 기대된다”고 했다.
영화제 측은 창작자를 지원하는 산업 프로그램을 다각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배우 변우석이 총 3000만원의 제작비를 후원하는 프로젝트 ‘SIFF X 변우석: Shorts on 2025’가 대표적이다. ‘사랑’이라는 공모 주제로 최대 3편의 단편 극영화를 선정하는데, 최종 심사에 변우석이 직접 참여하고 완성된 작품은 서울독립영화제를 통해 상영·배급된다. 모 집행위원장은 “배우가 기존 역할이 아닌 다른 역할로 참여하면서 독립영화를 지지한다는 점에서 긍정적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개막식은 27일 서울 CGV압구정에서 열린다. 개막작은 <무관한 당신들에게>(김태양·손구용·이미랑·이종수 감독)다. 문주화 영화평론가가 기획한 동명의 전시에서 선보인 작품으로, 한국영화 최초의 여성감독 박남옥이 남긴 유일한 영화 <미망인>을 재해석한 단편 연작이다. 다음달 5일 서울 CGV 압구정에서 열리는 폐막식에서는 시상식 이후 수상작이 상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