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55)이 중동 최대 자동차 시장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40)와 만나 현지 전략과 신재생에너지, 수소,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차세대 에너지 사업의 협력 확대 가능성을 점검했다.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이 27일(현지시간) 사우디 리야드 리츠칼튼 호텔에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를 만나 자동차 산업, 스마트시티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28일 밝혔다.
정 회장은 2022년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 당시를 포함해 과거 두 차례 만났으나 단독 면담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회장은 현재 건설 중인 현대차 사우디 생산법인(HMMME)과 관련해 “사우디 산업 수요와 고객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특화설비를 적용한 현지 맞춤형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며 “향후 시장 상황을 감안해 생산능력 확대도 검토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HMMME는 중동 최초의 현대차 생산 거점으로 내년 4분기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연간 5만대 규모의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를 혼류 생산한다.
현대차는 이 공장에 다차종 생산설비를 구축하고 고온, 사막 등 특수 환경에 적합한 차량을 적시에 공급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도요타를 제치고 향후 사우디 최대 자동차 기업으로 자리매김한다는 전략이다.
‘관세전쟁’ 대응 차원에서 시장 다변화가 절실한 현대차그룹은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을 활용해 수소차 ‘디 올 뉴 넥쏘’와 로봇 등 미래 모빌리티 기술력 알리기에도 나선다.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사흘째인 30일에는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수소, 모빌리티를 넘어 모두를 위한 차세대 에너지로’라는 주제의 세션을 열고, 수소산업 비전을 선포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APEC 회원국 정상과 글로벌 리더 등 행사 참석자들에게 수소 사업과 미래 모빌리티 핵심기술을 소개함으로써 친환경 에너지 및 모빌리티 업계에서의 위상을 널리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진핑, 11년 만에 한국 방문이 대통령 “새 협력 모델 절실”
경제·문화 협력 확대 논의하고FTA 2단계 협상 진척 가능성북 비핵화는 추후로 미뤄질 듯
다음달 1일 열리는 한·중 정상회담은 2016년 이후 경색된 양국 관계를 9년 만에 복원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30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성숙한 발전을 지속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양 정상은 회담에서 경제·민간 협력 확대를 약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국빈방문한 이날 공개된 신화통신 인터뷰에서 “시 주석의 이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은 역내 지역 협력을 강화해 나간다는 차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시 주석이 11년 만에 한국을 국빈방문해 우리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한·중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어서 양자 차원에서도 각별한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 핵 문제의 실질적 해결과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해 우리에게는 중국의 건설적 역할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공통의 경험과 인식을 바탕으로 양국 국민의 삶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국민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한·중관계의 성과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상호 협력을 추진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번 정상회담은 2016년 7월 한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를 발표한 후 악화됐던 관계를 회복하는 신호로 읽힌다. 시 주석의 방한은 2014년 이후 11년 만이다. 이동률 동덕여대 교수는 “격화되는 미·중 경쟁을 통해 동북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투사되는 지역인 한국의 영향력이 커졌다”며 “한국 입장에선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 불편한 관계를 벗어날 필요가 늘 있었다”고 말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경주 국제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회담의 큰 기대 사안은 양국 정상이 처음 만나 신뢰를 형성하고, 양국 관계 전반에 협의를 나누는 일”이라며 “특히 경제 분야에 협력 사안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이 진척될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2017년 2월부터 서비스 무역·투자·금융서비스 협력 등 FTA 2단계를 논의했지만 성과를 내진 못했다. 희토류 등 원자재 공급망의 안정과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기술산업 협력도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양국 정상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공동의 의지도 재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 주석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역할을 해달라는 이 대통령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긴 어려워 보인다. 시 주석은 지난달 6년 만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도 만났다.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는 “이 대통령의 END(교류·관계 정상화·비핵화) 구상 중에서 비핵화보다는 교류에 방점을 두고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서해 구조물,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추진, 중국의 한화오션 미국 자회사에 대한 제재 등 갈등 사안이 회담에서 논의될지도 주목된다. 황재호 한국외대 교수는 “시 주석은 미국에 이어 한국과 벌이는 회담에서 최대의 성과를 도출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로 징계를 받은 공무원은 총 9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지난 23일 발표한 이태원 참사 합동 감사 결과에선 비위가 확인된 공직자가 62명이었다. 이 중 7분의 1만 징계를 받은 셈이다.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28일 행정안전부·경찰청·소방청·서울시·용산구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이태원 참사 대응 관련 징계를 받은 직원은 해임 4명, 정직 1명, 감봉 3명, 견책 1명 등 9명이었다. 국가공무원법상 징계는 중징계인 파면·해임·강등·정직, 경징계인 감봉·견책으로 나뉜다. ‘견책’에 비해 가볍지만, 책임이 없지는 않을 때는 ‘불문경고’를 준다. 징계 사유가 아니라고 볼 때는 ‘불문’ 처분한다.
이태원 지역을 관리하는 서울 용산구청에서 징계를 받은 사람은 1명에 불과했다. 이태원 참사 현장 도착 시각을 허위로 적어 1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최재원 전 용산구보건소장으로, 지난 6월26일 ‘견책’ 처분을 받았다. 안전재난과장이던 최모씨는 불문 처리됐다. 당시 안전건설교통국장은 2023년 퇴직해 징계를 받지 않았다. 2023년 1월 서울시로 전출한 전 용산구 부구청장 유모씨도 지난해 10월 불문 처리됐다. 결과적으로 참사 당시 서울시·행안부·소방청에 근무했던 사람 중 아무도 징계를 받지 않았다.
징계를 받은 공직자 대부분은 경찰이었다. 이들 중 중징계로 분류되는 파면, 해임, 강등, 정직이 5명이었다. 김광호 당시 서울경찰청장은 ‘성실의무 위반’으로 정직 3개월을 받았다. 이태원 참사 관련 경찰 내부 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했던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은 해임됐다. 참사에 부실 대응한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과 송병주 전 용산서 112종합상황실장, 보고서 삭제를 한 김진호 전 용산서 정보과장도 해임됐다. 당시 서울경찰청 정보분석과장, 공공분석계장과 용산서 정보과 경위 1명은 경징계인 감봉 1개월 처분을 받았다. 참사 당일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이었던 유미진 당시 인사교육과장, 정대경 당시 112상황팀장과 정현우 당시 용산서 여성청소년과장은 모두 1심에서 무죄가 선고돼 ‘불문경고’를 받았다.
정부는 지난 23일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태원 참사 대응과 후속 조치 과정에서 비위가 있었던 경찰 51명, 서울시청·용산구청 공무원 11명에 대해 징계 등 책임에 상응하는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양 의원은 “윤석열 정부 시기 징계 현황을 확인한 결과 경찰만 남고 윗선은 모두 빠졌다”며 “이제 조사 대상에 한계를 두지 말고, 윗선의 책임까지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