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쇼핑몰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민간 경제포럼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이 28일 개막하는 가운데 부대행사인 ‘퓨처 테크 포럼’이 하루 앞서 시작했다. 첫 번째 세션 기조연설자로 나선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조선업의 미래에도 인공지능(AI) 기술이 필수적이라며 글로벌 혁신 동맹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27일 경북 경주엑스포대공원 문화센터 문무홀에서 열린 ‘퓨처 테크 포럼: 조선’ 기조연설에서 “경주는 한반도 역사상 가장 위대한 해양 강국 중 하나였던 신라의 수도였다”며 “경주에서 ‘조선 산업의 미래’를 주제로 퓨처 테크 포럼을 시작하게 됨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정 회장은 자율운항 기술을 전문으로 개발하는 HD현대 자회사 ‘아비커스’를 언급하며 자율주행 차량보다 자율운항 선박이 더 빠르게 현실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현재 아비커스의 자율운항 기술은 전 세계 수백척의 선박에 적용되고 있으며, 운항 중 연료 사용량을 5% 이상 절감시키는 등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다”면서 “방산 분야로 확장해 차세대 무인 함정을 개발 중인데 파트너십을 체결한 미국 ‘안두릴’과의 기술을 융합하면 해군 작전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AI 기반 운항 최적화, 전기·암모니아·소형모듈원자로(SMR) 같은 에너지 기술로 효율과 지속가능성도 극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로봇을 공정 전반에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첨단 로봇 기술을 활용해 고질적인 숙련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24시간 운영이 가능하면서도 더욱 안전한 자율 조선소를 구축하고 있다”며 “로봇 산업의 선두주자들과의 협력을 통해 머지않아 휴머노이드 로봇을 도입해 공정 전반에 근본적인 혁신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이어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산업 간 경계를 넘는 긴밀한 협력, 즉 ‘글로벌 혁신 동맹’이 필요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이날 만남이 더 큰 의미를 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포럼에는 HD현대 파트너들도 연단에 올랐다. HD현대와 무인수상정(USV) 등을 공동 개발 중인 ‘안두릴 한국’의 존 킴 대표는 드론·미사일 등 복합 무인 위협이 가속화되는 시대에 대비하는 차세대 방위 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포럼에는 정 회장 등 HD현대 임직원, 헌팅턴 잉걸스, 안두릴, 지멘스 등의 포럼 연사, 조선업계 관계자, 학계 관계자, 정부·군 관계자 등 총 600여명이 참석했다.
퓨처 테크 포럼은 주요 산업을 이끄는 대표기업, 정부·기관·학계 등 관계자들이 모여 업계 현황을 살펴보고 향후 청사진을 밝히는 자리다. HD현대가 첫 번째 기업으로 나선 가운데 방위산업(한화), 유통(유통물류진흥원), AI(SK그룹), 디지털자산(두나무), 미래에너지(한국수력원자력) 등을 주제로 오는 30일까지 열린다.
이달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을 방문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사진)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의 ‘깜짝 회동’과 관련해 미 전문가들은 가능성이 작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시드니 사일러 선임고문은 21일(현지시간) 팟캐스트 대담에서 ‘다시 보니 좋군요. 우리는 앞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라고 인사하는 수준이라면 둘의 만남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양측 모두 표현과 접근방식에 있어 충분한 재량권을 갖고 있어서 일회성 만남이라면 비핵화에 대한 입장 차는 극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빅터 차 CSIS 한국석좌도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에서는 ‘비핵화가 우리의 목표이자 정책’이라고 해놓곤 판문점에 가선 ‘북한(김정은)은 핵강국’이라고 말하는 것이 상상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라면서 “요즘 미국이 처리해야 할 일들을 고려할 때 둘이 짧은 만남이라도 갖고 연락을 주고받는 게 큰 틀에서 보자면 나쁘지 않다”고 밝혔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앤드루 여 한국석좌도 이날 APEC 관련 언론 브리핑에서 “2019년 트윗 하나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판문점 회동이 성사된 것을 돌이켜볼 때 일말의 가능성은 있다”면서 “미군과 한국군 당국도 회담이 진행될 경우(를 대비해) 필요한 절차를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 석좌는 “트럼프 대통령이 1박2일의 짧은 한국 일정 동안 모든 자원을 미·중 정상회담에 쏟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김 위원장과의 만남이 성사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매우 낮다”고 내다봤다. 그는 무엇보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동을 원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여 석좌는 “중국 쪽 소식통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김 위원장에게 ‘트럼프를 만날 기회가 있다면 고려해보라’고 권했다지만 김 위원장이 준비돼 있는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APEC을 앞두고 막바지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진 한·미 무역협상과 관련해 여 석좌는 “조 바이든 정권이 아니라 온전히 트럼프 정권의 성과로 내세울 수 있는 분야의 프로젝트를 앞세운다면 APEC에서 뭔가를 발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조선업이 그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그러면서 “최근 중국이 한화오션을 겨냥해 단행한 제재는 오히려 한·미(의 조선업 협력)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 분야에서 중국에 반격하고 싶어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무역 협정보다 안보 문제에서 더 많은 진전이 있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차 석좌도 “8월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안보 측면에서 발표할 만한 좋은 것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들은 분명 일부 합의에 이르렀다”며 무역협상 이슈에 밀려 “첫 정상회담에서 어떤 문서도 내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