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릴리지구입 민간인을 상대로 불법 도청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국가정보원 수사관들이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직 국정원 수사관 A씨 등 4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들은 2015년 충남 서산의 한 캠핑장에서 ‘지하혁명조직’의 총화(지하 조직원 적격성 확인 절차)가 진행된다는 제보를 받고 캠핑장 카라반 등에 녹음장치를 설치해 대학생들의 대화를 5시간가량 몰래 녹음한 혐의를 받았다. 사전에 법원 영장을 발부받거나 긴급 감청에 따른 사후 허가도 거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통신비밀보호법상 대화 참여자는 상대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대화를 녹음할 수 있지만,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제3자가 타인들 간 대화를 몰래 녹음하는 건 불법이다.
1심은 A씨와 수사관들을 유죄로 판단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비밀 녹음장치 특성상 제보자가 참여하지 않는 대화가 무작위로 녹음될 수 있다는 사정을 인식하고 증거능력에 대한 문제를 사전에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필적으로나마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봤다.
2심은 이들에게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의 고의가 없었다고 보고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A씨와 제보자 사이에는 (녹음이 이뤄진 장소를) ‘총화와 관련 없는 일반인들은 들어가지 않도록 비워둔다’는 합의가 있었다고 합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다”며 “그렇다면 피고인들에게는 제보자의 참여 없는 대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인식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이어 국정원의 유급 정보원이었던 제보자가 A씨와의 관계가 끊긴 후 보복할 의도로 허위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검찰은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으나 대법원도 원심판결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이번 사건은 제보자가 박근혜 정부 시기에 문제가 됐던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이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19년까지 계속됐다고 폭로하면서 알려졌다. 검찰은 2022년 10월 A씨 등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고 나머지 혐의들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분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3일 캄보디아 내 한국인 납치·감금 사태와 관련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국회에서 위증한 정황을 파악했다며 조 장관이 거취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인 송 원내대표는 주캄보디아 대사관에 대한 현장 국정감사를 마치고 귀국한 이날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장에서 확인한 (캄보디아 사태에 대한) 이재명 정부 외교 당국의 대응은 무능과 무책임 그 자체였다”며 이같이 말했다.
송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외교부 국정감사에서의 조 장관 답변과 어제 캄보디아 대사관에서 확인된 내용 사이에 심각한 차이를 확인했다”며 “지난주 국감에서 조 장관은 ‘상황의 심각성을 언제 인식했느냐’는 질문에 지난주 정도라고만 답변했고, 외교부 영사안전국장은 ‘사망 원인이 분명하지 않았으며 정보도 충분하지 않았다’ ‘첫 보고에는 납치라는 단어를 받지 못했다’라고 답변했다”고 언급했다.
송 원내대표는 “하지만 어제 (현장) 국감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8월 11일 대사관 첫 보고에 피해자는 ‘고문에 의한 심한 통증을 겪은 후 심장마비로 사망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문구가 고스란히 명시돼있었다”며 “고문이 이뤄지고 있다는 심각한 보고가 이미 두 달 전 첫 보고로 들어갔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전문이 장관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가벼운 것이었는지 아니면 국민 상대로 외교부 장관이 거짓말한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국민의 사망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위증의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송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고문 사실이 담긴 첫 보고가 올라왔음에도 두 달이 지나도록 심각성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지금도 사태를 관망하고만 있는 무능한 조 장관은 이 사태에 책임을 지고 본인 거취에 대해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며 “아울러 국감에서 위증한 부분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도 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송 원내대표는 또 주캄보디아 대사가 이재명 정부 출범 후 4개월째 공석 상태라는 점을 언급하며 “그 결과 대사관의 한국인 사망 사건의 인지 보고, 후속 조치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 원내대표는 “대사 임명이 매우 시급한 것은 기본이다. 더 중요한 것은 외교부 고위 관계자와 대통령실 고위급 인사가 나서서 캄보디아 고위층과 직접 소통을 해야 한다”며 “조직적 범죄의 실행 주체가 누구인지 현황 파악도 안 되는 상태로 손 놓고 있다는 것이 지금 우리 외교당국의 현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