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사무소 최근 주식시장에서 ‘동학개미’와 ‘서학개미’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미국 증시가 대내외 외풍에 주춤한 반면, 한국 증시는 수출·실적 개선과 한·미 무역협상 진전에 힘입어 23일 장중 3900선을 넘었다. 서학개미들의 대거 사들인 미국 원자력·양자컴퓨터·가상자산 관련 종목이 급락하고 국내 2차전지·전력주는 급등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8.12포인트(0.98%) 떨어진 3845.56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장중 달러당 1440원을 넘긴 원·달러 환율과 미·중 무역갈등의 영향으로 7거래일 만에 종가가 하락했지만 장중 3902.21까지 치솟았다. 장중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가를 새로 썼으며, 3800선을 넘긴 지 사흘 만에 3900선도 넘은 것이다.
코스피 상승세는 최근 ‘박스권 장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 증시와는 대조적 양상이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지난 9일과 10일(현지시간) 각각 역대 장중 최고가를 경신한 이후 박스권에서 횡보하고 있다. 코스피가 가파르게 오른 9월 이후를 보면 차이가 두드러진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가 각각 3.7%, 5.98% 오른 반면 코스피는 20.7% 급등했다. 두달 동안 코스피가 S&P500보다 5배 넘게 오른 셈이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업 실적은 3분기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데, 반도체 호황에 원화 약세 효과가 관세의 악영향을 상쇄하고 있다”며 “한·미 무역협상은 어느 정도의 합의는 달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되며 상승 업종이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코스피에선 반도체 업종이 부진하더라도 ‘조방원(조선·방산·원전)’과 자동차·2차전지·전력 등 대형주가 골고루 오르면서 지수의 낙폭은 줄이고 상승세를 유지했다.
미국 증시에서도 전반적으로 기업 실적이 좋지만 미·중 무역갈등과 경제 불확실성, 인공지능(AI) 거품론 등에 민감한 모습을 보이면서 상승세가 꺾이고 있다.
동학개미와 서학개미의 인기 종목도 상반된 수익률을 보인다.
‘동학개미’이 최근 순매수에 대거 나선 대표 종목인 2차전지와 전력주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5거래일간 6.42%, LG화학도 24.84%, LS일렉트릭 20.33% 급등했다.
반면 서학개미들이 택한 미국 원자력과 양자컴퓨터 관련 주식은 뚜렷한 성과가 없고 과대 평가됐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폭락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5거래일간 미국 소형 원전주인 오클로는 30% 가량 급락했고, 양자 컴퓨터 대표 주식인 아이온큐도 23% 넘게 하락했다. 올해 서학개미 순매수액 1위(약 10억2300만달러)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던 ‘비트마인’ 등 가상자산주도 최근 5거래일 간 10% 넘게 떨어졌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휴전협정 발효 이후에도 가자지구 기아 상태가 “재앙적 수준”이라고 경고하며, 더 많은 식량이 공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23일(현지시간) 제네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자지구로 반입되는 인도적 지원이 여전히 필요량의 일부에 불과하다”며 “식량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기아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고 밝혔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이집트와 가자지구 국경의 라파 검문소를 재개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라파 검문소는 가자지구로 식량이 반입되는 주요 통로이지만, 이스라엘이 지난해 5월 이곳을 폐쇄하면서 식량 등 구호물자가 반입되지 못하고 있다.
유엔인구기금(UNFPA) 부총장 앤드류 세이버튼은 전날 가자지구 인구의 4분의 1 이상이 굶주리고 있으며 이중에 1만1500명의 임산부가 포함돼 있다며, 영양실조가 가자지구에 세대를 거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이버튼 부총장은 신생아의 70%가 미숙아 또는 저체중 상태이며, 이는 2023년 10월 이전 20%에 비해 대폭 증가한 수치라고 밝혔다. 그는 “영양실조는 산모 뿐 아니라 신생아에게 세대를 거쳐 영향을 미치며, 아이는 평생 장기간의 돌봄을 필요로 하는 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옥스팜과 노르웨이 난민위원회 등 41개 구호단체는 24일 공개 서한을 발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로 향하는 구호물자 반입을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지난 10일부터 21일까지 국제 NGO의 구호품 전달 요청 가운데 99건이 거부됐다. 유엔의 요청도 6건 거부됐다”며 “이스라엘 당국이 거부한 구호품에는 텐트, 방수포, 담요, 매트리스, 식량 및 영양공급품, 위생 용품, 아동복 등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이 발효되며 가자지구에 대한 구호물자 공급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유엔은 매일 2000t의 구호물자가 공급되는 것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세계식량계획(WFP)은 이스라엘이 라파 국경 검문소를 폐쇄하면서 남부 카렘 아부 살렘과 중부의 알카라라 검문소 두 곳만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하루에 들어오는 식량은 750t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인질 시신 송환이 지연된다는 이유로 라파 검문소를 개방하지 않고 있다.
가자지구의 의료 상황도 심각한 상태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현재 일주일에 1회 이뤄지는 가자지구 환자의 외부 의료 후송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700명의 환자가 대기 중 사망했다고 밝혔다. 그는 4000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1만5000명의 환자가 가자지구 외부에서 치료받을 필요가 있다며 각국이 더 많은 환자를 수용해줄 것을 촉구했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가자지구 환자 가운데 5000명이 절단 환자이며, 3600명이 심각한 화상을 입었고, 약 100만명이 정신건강 치료를 필요로 한다고 밝혔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가자지구 보건시스템을 재건하는 데 최소 70억달러(약 10조원)가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22일 유엔 사법기관인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이스라엘이 지난 2년간 가자지구 구호물품 반입을 제한한 것이 국제법상 인도주의 의무 위반이라고 판단하며 유엔의 구호 활동에 협조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