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이혼전문변호사 지난 5년간 2회 이상 반복적으로 자살·자해 시도를 했던 위기 청소년이 3000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시도·자해를 반복한 학생은 자살 위험이 더 높은데도, 교육청마다 추적 체계가 다르고 정보가 공유되지 않아 위험 관리에 구멍이 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2021년부터 올해 6월까지 전국 학교에서 2회 이상 반복적으로 자살시도·자해를 한 학생은 3197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자살시도·자해를 한 전체 학생 수는 3만1811명이었는데, 이 중 10%에 달하는 학생이 반복적으로 정서 위기 징후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자살시도·자해 반복 학생은 매년 증가 추세를 보였다. 2022년 522명이던 학생 수는 2023년 844명, 2024년 968명으로 늘어났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589명으로 파악됐다. 지역별로는 세종 131명, 인천 88명, 전남 75명, 서울 56명 등이었다.
반복적인 자살·자해 시도는 자살 사망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기에 체계적인 후속 관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상급 학교로 진학하거나 전학·자퇴 등으로 학적을 옮기는 경우 해당 정보가 공유되지 않는 관리 사각지대가 존재했다. 17개 시도교육청 중 강원·경북·대구·인천·충남 등 5개 교육청은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상급 학교에 학생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입학 후 실시되는 정서행동특성검사 등에서 자살시도 이력을 숨길 경우, 학교가 파악해 관리할 수 있는 경로가 없어지는 것이다.
5개 교육청 외 나머지 교육청도 상급 학교 정보 공유는 보호자 동의가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답했다. 서울·전북교육청은 학부모 동의를 얻어 조건부로 추적관리가 가능하다고는 했으나, 학생이 타 시도로 전학을 가는 경우에는 연계 관리가 어렵다고 밝혔다. 울산교육청은 전국 시도교육청 중 유일하게 학교급 이동 시에도 학생 추적 관찰을 진행해 고위기 학생 관리대장을 관리한다고 답했다.
추적 관찰 기간도 교육청마다 제각각이었다. 울산교육청은 자살시도·자해 학생의 추적 관찰은 사건이 발생한 해에만 진행하고, 고위기 학생의 경우 1년 이상 지속 관리한다고 답했다. 반면 서울시교육청은 상급학교로 진학하기 전까지 최대 3년(초등은 6년)간 추적 관찰을 한다고 했다. 광주교육청은 추적 관찰 기간에 대한 규정이 따로 없어서 위기 학생 사후관리는 개별 사안에 따라 다르게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사들은 현장에선 보호자 동의를 받지 못하면 위기 학생을 추적하고 치료까지 연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경기 지역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는 상담교사 A씨는 “학생이 이전에 정신적 어려움을 겪은 일을 미리 알면 학생 지도 시 섬세하게 신경 쓸 수 있는 부분이 많으나, 이런 정보를 공유했을 때 개인정보 침해를 이유로 학부모가 소송을 걸려 하거나 학생 기록이 남는 걸 꺼려 치료비 지원도 거절하는 경우들이 있다”고 말했다.
교육청과 학교 관리자가 개인정보 침해 민원을 이유로 추적 관찰에 소극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부산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보호자는 자녀가 아프다는 것 자체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데, 교사 개인이 알아서 설득하길 바란다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부모가 동의하지 않더라도 학교가 학생 사례 관리를 책임지고 할 수 있는 법적 절차와 권한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위기 학생 통계를 대책 마련에 활용하는 수준이 교육청마다 다른 것도 문제다. 개별 학교가 위기 학생별 자살·자살시도 사안 보고서를 작성하면 교육부가 집계한다. 관련 통계를 자살 예방 정책에 활용하는 교육청이 있지만, 대전·울산·전남·제주 등 4개 교육청은 “해당 보고서가 교육청으로 배포되지 않는다”며 활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고 의원은 “2번 이상 자살시도 및 자해는 학생이 보내는 분명한 위기 신호”라며 “정부가 위기 신호를 추적 관리하고 지원할 실효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발표한 사법개혁안에 ‘하급심 판결문’을 폭넓게 공개하는 내용이 포함되자 법조계 안팎에선 “사법 절차 투명성 강화를 위한 숙원이 풀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만 일반 시민들이 판결문을 쉽게 볼 수 있으려면 과도한 수수료 부과 등도 함께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 20일 사법개혁을 발표하면서 형사사건의 1심과 2심 판결문을 모두 공개하는 쪽으로 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2008년 1월 이후 선고된 사건에 소급 적용되는데, 법안이 통과되면 유·무죄가 확정되지 않은 형사사건 판결문도 열람이 가능해진다.
그간 법원은 국회 입법에 따라 열람 가능한 판결문의 범위를 점차 늘려왔다. 하지만 확정된 판결만 주로 공개해 열람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현행법상 민사·행정·특허 사건은 2015년 1월 이후 확정되거나 2023년 1월 이후 선고된 판결만 비실명 처리를 거쳐 공개하고 있다. 특히 형사사건 판결문은 무죄 추정의 원칙을 이유로 2013년 이후 확정된 사건만 공개해왔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개혁안으로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는 헌법 조문에 한 발 더 가까워진 것”이라며 “판결문을 더 많이 공개할수록 법원도 긴장감을 갖고 충실한 판결을 할 수 있고, 판례 분석을 통해 법리가 발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법원이 일괄적으로 ‘수수료 1000원’을 부과하고 비실명 처리를 해 가독성이 떨어지는 문제 등이 남아 있어 일반 시민이 판결문을 읽기에는 여전히 제약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보민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간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판결문은 ‘이재용’이나 ‘삼성’까지 알파벳으로 바뀌어 있어 이해하기 어렵고, 여러 명이 열람을 신청해도 모두가 수수료 1000원을 내야 한다”며 “시민들이 판결문에 쉽게 접근하려면 이런 부분이 최우선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랫동안 판결문 전면 공개를 요구해 온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이번 개혁안은 그동안 부족했던 부분을 조금 해소한 수준”이라며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판결문을 겨우 구할 수 있는 현재 시스템을 과감하게 탈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현행 판결문 열람 시스템이 위헌인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첫 판단도 나올 예정이다. 지난 6월 김정희원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 교수는 시민단체 등과 함께 “현행법이 일반 국민들이 판결문을 볼 기회를 박탈해 알권리를 침해한다”며 과도한 수수료 부과 등이 위헌이란 취지의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앞서 헌재는 유사한 헌법소원이 접수될 때마다 ‘판결문 공개는 대법원 내부 방침에 불과해 헌재의 판단 영역이 아니다’라는 등 이유로 심리 없이 각하했는데, 이들이 낸 헌법소원은 지난 8월 처음으로 전원재판부에 회부해 본격 심리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