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지구인 한·미 무역협상이 최종 조율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의 대미 경제·통상 라인이 미국으로 총출동한 시점에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한·미 무역협상이 곧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을 계기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측이 투자 양해각서(MOU) 서명을 위한 최종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은 15일(현지시간) 미 재무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미 무역 협상과 관련해 “이견이 해소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현재 논의 중이며 앞으로 열흘 안에 어떤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요구한 통화스와프 체결을 지원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건 연준(Fed·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결정에 달린 사항”이라면서도 “아직까지 (한·미 통화스와프가) 체결되지 않았단 사실에 놀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연준 의장이었다면, 한국은 싱가포르처럼 이미 체결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미는 지난 7월30일 큰 틀의 무역 합의를 이뤘지만, 3500억달러(약 500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금 성격과 투자처 등을 놓고 이견을 보여왔다. 한국은 투자금 대부분을 보증·대출 형태로 채우려는 구상이지만, 미국은 앞서 일본과의 합의처럼 ‘투자 백지수표’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한국 정부는 무제한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투자처 선정 관여권 보장, 합리적 수준의 직접투자 비중 등의 조건을 요구해 왔다.
베선트 장관은 앞서 CNBC방송 대담에서도 ‘현재 어떤 무역 협상에 가장 집중하고 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우리는 한국과의 무역협상을 곧 마무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대미 투자를 두고 이견이 있지 않냐’는 질문에는 “악마는 디테일에 있지만, 우리는 디테일을 해결하고 있다”고 답했다.
협상 타결이 가시권 안에 들어옴에 따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을 비롯한 모든 경제·통상 라인이 워싱턴에 모여 최종 조율에 총력전을 펼칠 예정이다.
이날 워싱턴을 방문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한·미 무역협상에 “진전이 있다”며 “빠른 속도로 서로 조율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구 총리는 미국이 통화스와프 체결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또 미국이 전액 현금 투자를 요구하고 있는 대미 투자금과 관련해서도 “베선트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우리의 입장을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협상을 주도하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16일 워싱턴을 찾아 러트닉 장관과 회담할 예정이다. 여 본부장은 “인위적인 데드라인을 생각하기보다 국익에 가장 부합하는 결과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모든 유관 부처 수장들이 총출동해 “최선을 다해보고자 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노르웨이 교회가 과거 성소수자(LGBTQ)를 차별해 많은 이들에게 상처를 줬다며 공식으로 사과했다.
17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노르웨이 루터교회 수장인 올라브 피크세 트베이트 수좌주교는 전날 수도 오슬로에 있는 게이바 ‘런던 펍’에서 “노르웨이 교회는 LGBTQ에게 수치심과 큰 상처, 고통을 줬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일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됐다. 따라서 오늘 나는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차별, 불평등한 대우, 괴롭힘 때문에 신앙을 잃은 이들도 있었다”고 인정했다.
이날 연설 장소인 런던 펍은 2022년 6월25일 성소수자 축제인 오슬로 프라이드 행진을 앞두고 총격 사건이 발생했던 장소 중 하나다. 이 사건으로 2명이 사망하고 21명이 다쳤다.
노르웨이 교회는 다른 종교와 마찬가지로 오랜 기간 성소수자를 배척해왔다. 1950년대 교회는 동성애자를 ‘세계적 사회 위험’으로 규정하고 그 행동을 ‘변태적이며 혐오스러운 것’이라고 규정했다. 교회는 2007년이 돼서야 동성애자 목사를 허용했고 2017년 동성 커플의 교회 내 결혼을 허용했다.
시민사회는 교회의 역사적인 사과를 환영하면서도 ‘때 늦은 사과’라고 아쉬워했다. 노르웨이 기독교 레즈비언 네트워크 대표이자 동성애자 목사인 한네 마리 페데르센 에릭센은 이번 사과를 “중요한 배상이자 교회 역사에서 어두웠던 장의 종지부를 드디어 찍은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스티븐 아돔 노르웨이 성별·성적 다양성 협회 대표는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강력하고 중요한 사과지만, 너무 늦은 사과”라며 “교회가 감염병인 후천성면역결핍증을 신의 벌로 여겼기 때문에 마음에 깊은 고통을 안고 죽은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여러 나라에서 포퓰리스트 보수 기독교 세력이 급속히 확산하는 현상을 목격하고 있다”며 “미국·헝가리뿐 아니라 노르웨이에서도 종교 및 정치 지도자들 사이에서 인간의 정체성과 신체적 다양성을 폄하하는 것이 점점 더 용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노르웨이 여론조사기관 오피니언 인스티튜트가 실시한 교회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5%가 “교회가 동성애자에게 사과할 때가 이미 지났다고 생각한다”고 답한 바 있다. 노르웨이 교회는 전체 인구의 60% 이상인 약 340만명의 신자를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