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이혼변호사 추석 연휴 내내 동네가 북적였다. 컴컴했던 집들이 불빛으로 환해지고, 적막하던 골목에는 늦은 밤까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이 돌아왔다. 아무리 먼 곳에 터를 잡고 살아도 고향집에 온 사람들은 ‘돌아온’ 사람들이다.
“저 왔어요.” 낯선 목소리에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본다. 아파서 자리에 누웠다던 이웃 할머니가 골목 앞에 나와 있다. 노인의 얼굴이 아니라 아이를 마중 나온 젊은 엄마의 얼굴로. 중년의 남성이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아이처럼 엄마를 부르며 웃는다. ‘돌아온다’는 말에는 장소만이 아니라 시간의 회귀도 담겨 있는 모양이다. 직선으로 흐르던 시간이 방향을 바꾼다.
부모가 있는 집, 내가 자란 집 앞에 서서 “돌아왔습니다”라고 말하면 과거가 문을 열어줄 것만 같다. 아직 젊은 부모와 그들이 애지중지 아끼는 살림살이가 여전히 거기 있을 것만 같다. 그러다 문턱을 넘는 순간, 모든 것이 조금씩 달라졌음을 실감한다. 부모는 왜 한없이 작아질까. 제자리에 서 있기만 하는 집은 뭘 했다고 그렇게 닳았을까. 돌아왔다는 안도감을 느끼기도 전에 시간의 무게가 묵직하게 가슴을 짓누른다. 집으로 돌아가는 일만큼 쉬운 게 없을 줄 알았는데, 때로는 세상에서 제일 먼 길처럼 느껴진다.
‘귀환 문학’이라는 장르가 있다. 주로 인물이 떠났던 장소나 시간을 다시 찾아가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잃었던 무언가를 되찾기 위해 집으로 돌아가지만, 그곳에서 마주하는 것은 회복이 아닌 충돌이다. 기억과 현실이 부딪히는 그 틈에서 그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세계와 마주하게 된다.
페터 한트케의 희곡 <마을들을 지나서(국내 미번역)>의 그레고르는 오랜 세월을 두고 떠나온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그곳은 더 이상 자신이 떠났던 마을이 아니다. 장뤼크 라가르스의 <단지 세상의 끝>에서도 마찬가지다. 병든 아들이 오랜만에 가족에게 돌아오지만, 그 귀환은 화해의 순간이 아니라 소통 불가능한 세계의 확인으로 끝난다. 집을 떠나온 이에게 집이란 얼마나 먼 곳인가. 떠나온 거리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멀리, 오래 돌아가야만 닿을 수 있는 곳인지도 모른다.
프랑스어로 ‘돌아오다’를 뜻하는 단어는 ‘revenir’이다. 이 동사는 ‘오다(venir)’ 앞에 ‘다시(re-)’가 붙은 형태다. 이때 접두사 ‘re-’는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다른 각도에서 다시 접근한다는 뜻을 지닌다. 그래서 ‘revenir’에는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과거와 새롭게 관계 맺는 행위, 변한 시선으로 세계를 다시 본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사라진 것들을 그리워하고, 남아 있는 것들을 받아들이면서 우리는 그렇게 다시 세계와 관계를 맺는다.
돌아오는 사람에게 시간은 직선도, 원도 아니다. 그는 되풀이되지만, 같은 궤도를 반복하지 않는 나선형의 시간을 산다. 한 바퀴를 돌 때마다 조금씩 다른 지점에 도착한다. 되돌아오지만 완전히 같은 자리로 돌아갈 수는 없다. 그게 귀환의 역설이자, 우리가 시간을 살아내는 방식이 아닐까.
“왔냐. 네가 왔냐. 어서 들어가자.”
할머니가 작은 몸으로 아들을 품에 안고 토닥인다. 중년 남성의 무릎이 꺾인다. 그가 몇번이고 울면서 안겨봤을 그 품에 말없이 얼굴을 묻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인공지능(AI) 생성물에 적용하기로 했던 ‘비가시적 워터마크’(눈에 보이지 않는 표시) 허용 방침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2차관은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기계가 아닌 사람이 보기에 ‘AI가 만든 것이구나’ 하고 알 수 있어야 한다”는 최민희 과방위원장의 지적에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17일 공개한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 기본법) 하위법령 초안에 AI 생성물에 비가시적 워터마크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비가시적 워터마크는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디지털 파일 내부에 출처나 생성 정보를 암호화해 삽입하는 기술로, 별도의 디지털 판독 과정을 거쳐야만 AI 생성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최 위원장은 이에 대해 “기계 판독 기준이 말이 되느냐”며 “각종 AI 페이크(가짜 생성물)에 대해 사람이 직접 판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AI가 만든 사진·영상·음성이 시연되며 논란이 일었다.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AI를 이용한 녹취록은 아주 손쉽게 만들 수 있다”며 AI 생성 사진과 음성 파일을 공개했다. 주식 차명거래 의혹으로 수사받는 이춘석 전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배경훈 장관이 건배하는 장면을 합성한 사진과, 이를 두고 익명의 인물들이 대화하는 AI 음성이었다. AI가 만들어낸 대화에는 이 전 위원장이 국정기획위원회에서 AI 관련 보고를 받던 시기 배 장관과 부적절한 만남을 가졌다는 듯한 뉘앙스가 담겨 있었다.
표면적으로는 ‘AI의 부작용’을 경고하는 시연이었지만, 최근 조희대 대법원장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비밀회동’ 의혹이 유튜브 AI 생성물에서 비롯된 점을 겨냥한 퍼포먼스로도 읽혔다. 김 의원은 “이걸(AI가 만든 사진과 대화를) 사실이라고 주장한다면, 민주당 논리대로라면 특검을 해야 한다고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 의원이 재생한 딥페이크 사진과 음성에 여당 의원들이 강하게 항의하면서 국감은 30분가량 정회됐다. 국감이 재개된 뒤 배 장관은 “딥페이크 영상을 보여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자막으로 딥페이크임을 명시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며 “사실로 오인돼 퍼질 수 있어 우려스럽다.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후 최 위원장은 국정감사를 이어가던 도중 김 의원의 사진·음성 생성물을 다시 언급하며 “부총리께서는 가짜임을 명확히 알 수 있도록 표시해달라고 했는데, 정작 정부의 AI 생성물 표시 기준은 왜 그렇게 안 세우느냐”고 꼬집었다. 그는 “아무리 AI 업계가 요구해도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라며 “AI 투명성과 관련해 깊이 고민해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