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력강의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매장량 기준 세계 2위 규모의 흑연 광산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9일(현지시간) 탄자니아 모로고로주 울랑가 지역에 있는 마헨게 광산에서 착공식을 개최했다.
마헨게 광산은 매장량 약 600만t의 천연 흑연 광산이다. 호주 자원개발기업 블랙록마이닝이 개발을 주도하고 포스코그룹이 전략적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특히 이 프로젝트는 미국,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이 주도하는 ‘광물 안보 파트너십(MSP·Mineral Security Partnership)’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MSP는 핵심 광물의 안정적 공급을 목표로 한 다자협의체로, 글로벌 차원의 핵심 광물 공급망 안정화에 이바지할 것으로 평가된다.
흑연은 전기차 배터리의 음극재 생산에 필수적인 핵심 소재다. 현재 중국이 전 세계 공급량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공급망 안정성이 글로벌 이슈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주요국의 움직임이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중국산 흑연에 대해 93.5%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는 예비 결정을 내렸다. 이는 기존 관세 등을 합산하면 실질적으로 최대 160%에 달하는 고율 관세로, 사실상 중국산 흑연의 미국 시장 진입을 차단하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미국의 강력한 무역 조치는 주요국 정부와 글로벌 완성차·배터리 업계의 공급망 다변화 필요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앞서 포스코그룹은 2021년 포스코홀딩스가 블랙록마이닝에 750만달러를 투자하며 마헨게 흑연 광산 개발에 참여했다. 이후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23년 연간 3만t 규모의 1단계 흑연 공급계약에 이어 지난해 같은 규모의 2단계 계약을 체결하며 협력을 강화한 바 있다.
블랙록마이닝은 올해 최종 투자 결정(FID)을 위한 유상증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포스코홀딩스는 블랙록마이닝의 약 7.45%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9월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체결한 4000만달러 규모의 투자 계약 이행이 완료되면 포스코그룹의 지분은 총 19.9%로 확대된다.
2028년 광산이 상업 생산을 시작하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연간 6만t 규모의 천연흑연을 약 25년간 안정적으로 공급받게 된다. 확보된 흑연은 포스코퓨처엠의 음극재 생산에 투입돼 그룹 내 2차전지 소재 원료 자급률을 크게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그룹 측은 국내 배터리 산업의 원료 자급률 제고와 국가 차원의 광물 안보,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이번 마헨게 광산 개발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아프리카 지역에서 자원개발 역량을 확대하는 중요한 계기”라며 “마헨게 흑연 광산 개발 프로젝트가 향후 포스코그룹의 음극재 사업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배터리 소재 공급망 안정화, 나아가 국내 광물 안보에도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주 4일 기업전문변호사로 일하다새벽과 주말엔 마라토너로 변신세계선수권 뛸 만큼의 ‘실력자’
“집중력과 인내심, 하나의 공통점인생 두 면 모두 즐기는 게 중요”
지난 9월 도쿄 국립경기장. 세계육상선수권 도쿄대회 최종일이었다. 뜨거운 열기 속에서 수많은 선수가 탈진과 기권으로 마라톤 코스를 떠났다. 그 가운데 끝까지 팔을 흔들며 결승선을 향해 나아간 한 남자가 있었다. 리엄 보딘(호주)이었다. 그의 직업은 변호사. 그리고 전문 마라토너다.
호주 퀸즐랜드 출신 28세 보딘은 ‘마호니스 법률사무소’에서 기업 전문 변호사로 일한다. 주 4일, 정장 차림으로 법정과 사무실을 오가며 복잡한 계약과 분쟁을 다룬다. 그러나 퇴근 후 넥타이를 푸는 순간, 또 다른 자아가 깨어난다. 운동복으로 갈아입은 그는 거리로 나서 세계무대에 설 만큼의 실력을 지닌 엘리트 장거리 주자가 된다. 그는 13일 일본 매체 디앤서를 통해 “나는 낮에는 변호사, 새벽과 주말에는 마라톤 선수”라고 말했다. 디앤서는 “법과 운동이라는 두 세계를 오가며 살아가는 진정한 ‘이중인생(life dualist)’ 주인공”이라며 그를 소개했다.
보딘은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57위(2시간24분39초)로 완주했다. 기록으로만 보면 중위권이지만, 극심한 도쿄의 더위와 습도 속에서 24명이 중도에 쓰러진 가운데 그의 완주는 그 자체로 ‘투혼’ 이상의 의미로 주목받았다. 그는 “30㎞ 이후부터는 다리가 완전히 지쳐버렸다”며 “그래도 완주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했다”고 말했다. 그의 개인 최고기록은 지난 2월 수립한 2시간10분28초다.
그의 일상은 혹독하다. 평일엔 업무와 회의, 서류 검토로 하루가 끝나지만 그는 매일 러닝화를 신는다. 훈련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있다. 바로 ‘쉬는 시간’이다. 그는 “힘든 훈련을 할 기분이 아닐 땐, 그냥 쉬거나 가볍게 달리면 된다”며 “억지로 자신을 몰아붙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보딘에게 ‘휴식’은 게으름이 아닌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 열정은 자연히 돌아온다”며 스스로를 다그치지 않는 태도를 강조했다.
그는 법정과 코스를 오가며 두 세계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그는 “변호사로서의 집중력은 마라톤에 도움이 되고, 마라톤의 인내심은 법정에서 냉정함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어 “일할 때는 달리기에서 잠시 떨어지는 게 좋다”며 “한쪽에만 몰두하면 정신적으로 무너질 수도 있다. 인생의 두 면을 모두 즐기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보딘은 순위나 기록보다 과정을 중시한다. 그에게 마라톤은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 일부이며, 경쟁보다 즐거움이 우선이다. 그는 “스포츠는 즐기기 위한 것이고 그 대원칙을 잊으면 인생의 성공도 잡을 수 없다”며 “쉬는 것도 훈련의 일부”라고 말했다. 디앤서는 “보딘은 달리기를 ‘성취의 도구’로만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삶의 리듬을 조율하고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하루의 철학적 시간으로 삼는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종전 50주년인 1995년 나온 ‘무라야마 담화’는 “일본이 식민 지배와 침략전쟁을 했다”며 처음으로 과거사에 대한 정부 차원의 반성과 사죄를 밝혔다. 당시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 사죄를 표명한다”며 “전쟁의 비참함을 젊은 세대에게 전달해야 한다”고 했다. 2015년 아베 신조 총리의 70주년 담화는 명백한 퇴행이었다. 아베 담화의 방점은 “다시는 전쟁의 참화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말보다 “이후 세대가 사죄하는 운명을 짊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는 데 찍혀 있었다. 아베의 다짐처럼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를 마지막으로 일본 정부는 과거사와 관련해 주변국에 사죄하지 않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 10일 개인 명의로 ‘전후 80주년 메시지(이시바 담화)’를 내놨다. 이시바 총리는 담화에서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하면서도 전쟁을 피하지 못한 이유와 평화국가를 향한 일본의 책임을 강조하는 성찰을 담았다. 그는 전쟁을 피하지 못한 이유가 ‘문민 통제 원칙이 없었던 일본 제국 헌법, 전쟁을 지지한 언론, 군부를 통제하지 못한 의회, 포퓰리즘에 빠진 정치’ 때문이라며 “과거 교훈을 바탕으로 평화국가의 초석이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 ‘제도의 붕괴가 전쟁을 불렀다’는 이시바의 성찰에 대해 일본 안팎에선 “보수의 자기반성”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반면 “식민지배와 침략전쟁 책임은 언급하지 않아 무라야마 담화에도 미치지 못했다”(일본 반전평화단체 피스보트)는 비판도 있다.
일본이 우경화를 멈추지 않는 상황에서 이시바의 성찰은 의미가 작지 않다. 일본 정치에서 드문 품격 있는 ‘고별사’인 셈이다. 다만, 그의 반성은 일본 군국주의가 폭주하던 1930~1940년대에 국한돼 있다. 한일병합이 이뤄진 ‘메이지 시대(1868~1912)’는 시야에 들어 있지 않다. 일본인들에겐 영광으로만 기억되는 ‘메이지 시대’의 반성이 없는 한·일 역사화해는 불가능하다. ‘친한파’ 이시바조차 이를 몰랐던 것인지, 알면서도 외면한 것인지 의문이다. 퇴임 직전 개인 메시지로 전후 80주년을 반성한 것도 아쉽다. 이 정도 메시지라도 다행이라고 여겨야 하는 게 일본 정치의 현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