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정구입 오직 그녀의 것
<딸에 대하여> <너라는 생활>을 쓴 김혜진 작가의 열 번째 소설집이다. 일생을 문학 편집자로 살아가는 한 여성의 삶을 다룬다. 내성적이고 운명에 순종적인 주인공이 책을 만들며 만난 인연과 사건을 통해 자신의 삶을 엮어나가는 모습을 그렸다. 김혜진 지음. 문학동네. 1만6800원
축 생일
“뜁니다/ 뜁니다/ 뜁니다// 배꼽에서 탯줄이 자라/ 엄마에게 닿을 때까지”(‘축 생일’ 중)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 모든 존재를 경탄하는 생일을 화두로 시 53편을 담았다. 1996년 활동을 시작한 시인은 한국 여성시의 영역을 확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선우 지음. 문학과지성사. 1만2000원
작약과 공터
“작약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슬프고 수줍어서 한층 더 작약이었다”(‘작약과 공터’ 중) 시인이 “보호색처럼 온몸을 슬픔의 색으로 무장하고 기꺼이 슬픔의 한가운데를 향해 섞여 들어가려는 어떤 결심”으로 기록한 총 66편의 시를 담았다. 허연 지음. 문학과지성사. 1만2000원
머슬
홍콩계 미국인 작가이자 수영선수이며 서퍼인 저자가 근육을 탐구해 써내려간 논픽션 작품. 해부학 교수, 파워리프팅 세계기록 보유자, 요가 강사 등 근육과 관련된 일을 하는 세계 각지의 사람들을 인터뷰해 저자만의 관점으로 엮어냈다. 보니 추이 지음. 흐름출판. 2만1000원
끝맛
맛으로 유령의 존재를 느끼는 이가 주인공인 소설이다. 그는 자신이 만든 요리로 고인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사람들의 재회를 돕기로 결심한다. 어쩌면 이 능력으로 열두 살 때 돌아가신 아버지를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리아 라벨 지음. 정해영 옮김. 클레이하우스. 1만9500원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 강화로 미·중 무역갈등이 재점화되면서 인공지능(AI) 반도체 붐으로 ‘훈풍’이 불던 국내 반도체 업계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삼성전자는 특허 문제로 미국 업체에 6000억원대 배상금을 물게 됐다.
12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희토류 수출통제 조치와 관련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지난 9일 사마륨·디스프로슘 등 희토류 7종을 수출통제 품목에 포함하고, 반도체 등을 위한 수출 신청도 사안별로 심사를 거치도록 하면서다.
희토류는 반도체 웨이퍼 연마작업 등에 쓰이는 필수 원료로, 중국은 전 세계 생산량의 약 70%를 차지한다. 반도체 업계로서는 수출 허가를 일일이 거쳐야 하는 등 불확실성이 커진 셈이다.
주말 사이 미·중 갈등이 찬물을 끼얹기 전만 해도 반도체 업계 분위기는 최고조였다. 미국발 ‘AI 칩 특수’로 인한 고대역폭메모리(HBM) 판매량 확대와 D램 수요 증가·가격 상승 등 호재가 잇따르며 주가가 연일 오름세를 기록했다.
지난 10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6.07% 오른 9만4400원에 거래를 마쳤고, SK하이닉스는 8.22% 오른 42만8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양사 모두 종가 기준 사상 최고가다.
SK하이닉스는 이에 힘입어 이날 창립 이래 최초로 시가총액 300조원을 돌파했다. 삼성전자는 역대 최고가 9만6800원(2021년 1월)에 바짝 다가서며 이른바 ‘10만 전자’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삼성전자는 악재가 하나 더 겹쳤다. 미국 업체가 낸 무선통신 특허 침해 소송에서 거액의 배상금을 물게 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미 텍사스주 동부연방지방법원 배심원단으로부터 콜리전 커뮤니케이션스에 4억4550만달러(약 6381억원)를 배상하라는 평결을 받았다.
배심원단은 삼성전자 노트북과 갤럭시 스마트폰 등 무선 기능을 탑재한 기기들이 이 업체의 특허 4개를 침해했다고 봤다. 4세대(4G)·5G 등 무선통신 관련 기술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이 업체는 2023년 삼성전자가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평결에 관해 별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곧 있을 올해 3분기(7~9월) 잠정 실적 발표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호실적이 유력한 상황이다. 증권사들은 14일 공개될 3분기 잠정 실적에서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가 5조~6조원 영업이익을 기록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분기 매출 24조2999억원과 영업이익 11조1844억원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 SK하이닉스는 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돌파한 적이 없다.
지난 1일(현지시간)부터 시작된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정지)이 13일 차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협상의 돌파구는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미 의회 양당이 역대 최악의 분열상을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대로 가다간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기록한 역대 최장 셧다운 기록 35일을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13일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셧다운 상황에 대해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며 “실물 경제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강제 무급휴직 상태에 놓인 연방 직원을 넘어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타격이 가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셧다운으로 인한 영향이 누구에게나 고르게 미치는 것은 아니다. 민간 기업과 레스토랑, 백화점, 금융기관 등은 모두 차질없이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셧다운으로 인한 불편함을 거의 체감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정부가 멈춰선 피해는 가장 큰 사회적 약자 중 하나인 수급권자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사회보장국(SSA) 직원들은 셧다운 초기에 중단해야 할 업무 목록을 전달받았는데, 여기에는 푸드스탬프·주택보조금·노령연금 등을 지원받기 위해 필요한 수급 자격 확인서 발급이 포함돼 있다. 확인서를 발급해주지 않으면 수급 신청 자체가 불가능하다.
게다가 셧다운이 11월까지 넘어갈 경우 연방정부의 ‘보충영양 지원 프로그램’(SNAP)도 중단될 위기에 처하게 된다. 앞서 SNAP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미국 농무부 산하 식품서비스국은 “10월까지 예산은 확보해 놓은 상태이지만, 11월부터는 자금이 부족해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SNAP 수혜자는 미국 전체 인구의 약 9%에 달한다.
푸드뱅크들도 비상이 걸렸다. SNAP가 중단되면 식량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이 푸드뱅크로 쏠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방기금 의존도가 높은 푸드뱅크의 운영난도 셧다운으로 인해 급격히 악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필라델피아 최대 푸드뱅크 중 하나인 ‘셰어푸드 프로그램’은 이미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후 850만달러(약 122억원) 규모의 연방 지원금을 삭감당한 상태다. 조지 마티식 사무국장은 “푸드뱅크 이용자는 120%나 증가했는데, 연방 지원금이 삭감된 데다 이제는 셧다운까지 덮쳤다”면서 “우리 창고가 이렇게까지 비어 있는 건 처음 본다”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연방 직원들의 생활고도 커지고 있다. 체이스은행 등 미국 시중은행들은 셧다운으로 인해 담보대출 상환과 카드비 납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연방 직원들을 위한 특별 상담 창구를 마련했다.
셧다운 후에도 박물관과 동물원을 대중에게 개방해 온 세계 최대 규모 박물관 재단인 스미스소니언 재단도 지난 12일부터 산하 모든 기관의 운영을 일시 중단했다. 워싱턴을 찾는 세계 각국 관광객들은 허탕을 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