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형사변호사 전 세계에서 ‘Z세대’ 주도의 반정부 시위가 확산하는 가운데 아프리카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에서도 Z세대가 거리로 나서고 있다. 시위대에 일부 군인들까지 합류했다.
마다가스카르에서는 지난달 25일(현지시간)부터 수도 안타나나리보를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Z세대 청년과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잦은 단수와 정전 사태에 항의하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가디언은 11일 안타나나리보에서 반정부 시위대 수천명이 장갑차를 몰고 온 군인들과 함께 ‘5·13 광장’으로 행진했다고 전했다.
마다가스카르 민주화의 상징인 5·13 광장은 시위가 일어나는 동안 출입이 금지됐으나 이날 시위대는 군인들의 호위를 받아 광장 진입에 성공했다.
앞서 SNS에는 육군인사행정센터(CAPSAT) 소속 군인들이 동료들에게 상관의 명령에 불복종할 것을 촉구하는 영상이 확산하기도 했다. 이들은 “군인과 헌병, 경찰이 힘을 합쳐 우리의 친구와 가족을 쏘고 돈을 받는 것을 거부하자”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국가 지도자들은 권력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경찰과 군인을 이용해 시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CAPSAT는 2009년 안드리 라조엘리나 마다가스카르 대통령이 쿠데타를 일으켜 집권한 것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CAPSAT의 지도자인 리리송 르네 드 롤랑은 5·13 광장에서 시위대를 향해 연설하기도 했다. 시위에 참여한 한 활동가는 “지난 쿠데타에 CAPSAT가 연루된 것을 생각하면 우려스럽다”며 이날 연설을 비판했다.
마다가스카르에서는 잦은 단전과 단수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지난달 25일 시위를 시작했으며 이는 정권의 부패를 규탄하는 반정부 시위로 확대됐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마다가스카르 인구 3200만명 중 4분의 3이 빈곤층이다.
라조엘리나 대통령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총리와 내각 전체를 해임했으나 시위는 이어지고 있다. 라조엘리나 대통령이 국외로 도피했을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자 대통령실은 “국가 업무를 잘 살피고 있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유엔은 마다가스카르 경찰이 시위대를 강경하게 진압하는 과정에서 최소 22명이 사망하고 10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시위가 벌어지는 동안 정부 치안군은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과 고무탄 등을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은 이날 시위 중 CAPSAT 군인들과 정부 치안군 사이 총격전이 벌어져 2명이 치명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금색 왕관에 술이 찰랑거리는 황금 드레스, 부채처럼 길게 뻗은 속눈썹, 이마와 볼에 붙인 큐빅이 반짝인다. 무지갯빛 레이스 숄은 이탈리아 가면무도회를 떠올리게 했다. 생활한복 차림의 참가자, 드라큘라와 조커, 여전사를 연상케 하는 모습까지. 각양각색의 드랙 아티스트들이 10월의 가을 서울 도심을 물들였다.
개천절인 3일 오후 4시, 서울 용산구 해방촌에서 ‘서울드랙퍼레이드’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이태원역까지 약 1시간 30분간 행진했다. 휴일을 맞아 해방촌을 찾은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버스 승객들도 창문 너머로 고개를 내밀어 구경했다. 박수와 환호로 화답하기도 했다.
드랙(drag)은 의상·화장·행위 등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문화 예술 장르다. 드랙 아티스트 ‘허리케인 김치’와 ‘알리 베라’는 2018년부터 서울드랙퍼레이드를 개최했다. 행사는 단순한 축제를 넘어 성소수자 커뮤니티의 문화·인권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이들에게 드랙은 ‘규칙 없는 예술’이다. 알리 베라는 “(드랙을) 남장이나 여장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드랙은 성별에 갇히지 않고 정체성과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예술 수단”이라고 말했다.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다가 드랙 아티스트로 무대에 서는 순간, 그는 “해방감을 느낀다”고 했다. 허리케인 김치는 “드랙에 정답은 없다. 어떤 사람은 재미로, 어떤 사람은 자기 정체성을 탐구하기 위해, 또 어떤 사람은 그걸 마음껏 드러내기 위해 한다”고 말했다.
올해 행사의 콘셉트는 ‘블랙 앤 골드’다. 허리케인 김치는 “‘케데헌’(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영감을 받았다”며 “주제곡 ‘Golden’의 가사 ‘I’m done hidin’, now I’m shinin’ like I’m born to be’(더는 숨지 않겠어, 이제는 내가 태어난 그대로 빛나고 있어)가 드랙과 성소수자의 메시지를 잘 담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드랙은 클럽이나 유흥 문화 속에만 머무르는 게 아니라 낮에도, 일상에서도 볼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드랙은 단순한 ‘변장’이 아니다. 자신을 표현하고, 공동체를 확인하며, 다름을 드러내는 해방의 언어다. 자신을 레즈비언이라 밝힌 앤디(31)는 “평소 내향적이라 진한 화장이나 코스튬을 못 입는데, 다 같이 하니 용기가 났다. 드랙을 한 내 모습이 사랑스럽다”고 말했다.
충남 아산시에서 온 미국인 맥스(41)는 “드랙은 나에게 ‘공동체’”라며 “사회가 정해놓은 경계선을 밀어내며 서로를 지지하고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인 폴(27)은 “드랙은 예술이자 정치”라고 정의했다. 그는 “한국 사회는 성소수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거나 외면하려 한다”며 “존재를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정치적 행위가 된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에서 온 유학생 렉시(34)는 “한국은 늘 앞으로 나아가고 변화하는 나라라 좋아한다”며 “성소수자뿐 아니라 장애인, 이주민 등 모든 소수자, 즉 ‘나와 다른 사람’을 포용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