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망머니상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고민하는 10대 청소년 성소수자로서, 누구와 상담하면 좋을지 챗GPT에 물어보았다. 챗GPT는 먼저 정체성에 대한 탐색이 잘못된 일이 아니라며 위로해 주었고, 학교에서 신뢰할 만한 사람을 찾아보라는 조언과 함께 학교 상담(보건)교사를 추천했다. 띵동은 믿을 수 있는 친구나 어른 다음으로 소개되었다. 정보를 얻기 위해 검색한 것이었지만, 생성형 인공지능은 질문의 의도를 파악할 뿐 아니라 마음까지 살펴주는 듯했다. 마치 띵동 상담 기록을 엿보는 느낌이었다.
2014년 2월, 학교에서 동성애 혐오에 기반한 집단 괴롭힘으로 고통받던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부산고등법원은 파기환송심에서 학교 측의 괴롭힘 방지 의무 위반 책임은 인정했지만, 학생의 자살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비록 아쉬운 판결이었지만, 재판부는 담임교사가 피해 사실을 인지하고도, 성소수자 문제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상담교사에게 상담을 맡기거나 전학을 권유하는 등 피해 학생에게 책임을 돌리는 방식으로 대응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재판부는 담임교사가 성소수자의 정체성과 심리를 이해하고, 차별의 본질을 인식한 바탕 위에서 지지적인 태도로 상담하며 신뢰 관계를 유지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이 사건은 집단 괴롭힘을 마주한 교사의 책임과 역할이 무엇인지 상기시켰고 성소수자 학생에 대한 잘못된 대처가 어떤 끔찍한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챗GPT는 이 판결이 인권과 평등의 관점에서 학교 측 책임을 확장하지 못한 한계를 지닌다고 보았다.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교사의 응원 한마디에 큰 힘을 얻기도 하고, 무심코 지나가며 내뱉은 조롱성 농담과 혐오 표현으로 절망하기도 한다. 그래서 성소수자 학생의 고민에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은지 띵동에 문의하는 교사가 있다는 사실이 반갑기만 하다.
지난 9월, ‘학교에서 무지개길 함께 걷기 가이드북’ 개정판이 발간됐다. 이 가이드북은 평등한 학교와 차별 없는 교실을 만들고자 하는 교사들을 위해 제작된 자료로, ‘인권교육을 위한 교사모임 샘’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책에는 언제, 어디서든 만날 수 있는 성소수자 학생을 지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 제안이 담겨 있으며, 164명의 성소수자 학생이 교사에게 듣고 싶다고 남긴 메시지도 실려 있다.
챗GPT도 알고 있는 성소수자 지지적 상담을 구축하기 위해서라도, 10여년 전의 비극적인 사건이 교육 현장에서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두려움 없이 성소수자 학생을 만나고 혐오에 단호히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교사가 많아져야 한다. 정부도 무관심에서 벗어나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한다. 학교에서 무지개길을 함께 걷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자료가 소중한 길잡이가 되길 희망한다.
통일교의 정치권 청탁과 로비 의혹 등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10일 한학자 통일교 총재를 구속기소 했다. 이로써 ‘통일교 청탁 사슬’의 핵심 관련자들이 모두 재판에 넘겨졌다.
특검팀은 이날 한 총재를 정치자금법 및 청탁금지법 위반, 업무상 횡령 및 특경법 위반(횡령), 증거인멸교사 등 4가지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한 총재와 마찬가지로 4가지 혐의를 받는 한 총재의 전 비서실장 정모씨도 불구속기소 했다. 이미 구속기소 된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영호씨는 정치자금법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등을 추가해 기소했고, 그의 아내이자 통일교에서 회계를 담당한 이모씨도 업무상 횡령 혐의 등으로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한 총재는 정씨, 윤씨와 공모해 2022년 1월5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불법정치자금 1억원을 전달하고, 같은 해 3~4월 통일교 단체 자금 1억4400만원으로 국민의힘 국회의원 등에게 쪼개기 후원을 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됐다. 1억4400만원은 한 총재가 20대 대선을 전후로 국민의힘에 후원한 2억1000만원 중 일부다. 윤씨는 권 의원에게 1억원을 줬다는 기존 혐의에 쪼개기 후원이 추가됐다.
한 총재는 2022년 7월 2차례에 걸쳐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의 금품을 전달한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도 받는다. 특검은 윤씨가 2022년 4~7월 통일교의 각종 민원 해결을 위해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8200만원 상당의 청탁용 선물’을 전달했다고 특정했다. 다만 김 여사 신분이 ‘공무원 배우자’가 된 때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취임한 2022년 5월10일 이후이므로 그 기간에만 청탁금지법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특검은 한 총재가 이러한 금품을 마련하기 위해 통일교 자금을 활용한 데 대해선 업무상 횡령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특검은 한 총재가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전달된 쪼개기 후원금을 포함한 2억1000만원, 김 여사에게 전달한 물품을 구매하는데 쓴 8200만원 등을 통일교 자금으로 충당했다고 28쪽 분량의 공소장에 적시했다. 업무상 횡령 혐의에는 한 총재가 정씨와 윤씨, 이씨와 공모해 2021~2024년 통일교 산하 단체들의 자금 1억1000만원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의혹도 포함됐다. 또 한 총재는 해외국가의 특정 국회의원과 정당의 선거자금 총 60만달러를 지급한 혐의(특경법 위반 횡령), 2022년 10월 권 의원이 윤씨에게 전한 통일교 임원 등의 미국 원정도박 수사 정보를 듣고 정씨와 공모해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증거인멸교사)로도 기소됐다.
한 총재는 구속영장이 발부된 지난달 23일을 전후한 세 차례 소환조사에서 “기억이 안 난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윤씨가 한 일”이라고 책임을 떠넘겼다. 그러나 특검은 통일교 회계자료, 윤씨의 진술과 물증, 통일교 지역별 책임자인 지구장들의 진술과 자금 사용처 내역 등을 통해 한 총재의 혐의가 충분히 입증된다고 밝혔다.
한 총재와 그의 전 비서실장, 회계 담당자까지 기소되면서 ‘통일교 청탁 사슬’ 핵심 관련자들이 모두 재판을 받게 됐다. 통일교 청탁의 실무를 담당한 윤씨를 시작으로 선물 전달 매개자 전씨, 청탁 수수의 정점에 있는 김 여사가 줄줄이 구속기소 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통일교 청탁의 ‘다른 경로’인 권 의원도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2일 구속기소 됐다.
특검은 이번에 한 총재를 구속기소 하면서 권 의원과 마찬가지로 2022년 2~3월 경기 가평군 천정궁에서 권 의원과 두 차례 만나 현금이 들어 있는 쇼핑백을 전달한 의혹은 담지 않았다. 특검은 쇼핑백 안 내용물을 두고 한 총재와 권 의원 측 진술이 엇갈렸지만 이를 전달하고 받은 것은 일치하는 만큼 추가 불법정치 자금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특검은 한 총재를 구속기소 하면서 ‘통일교 국민이힘 집단 입당 의혹’ 수사에 더욱 속도를 낼 계획이다. 특검은 지난달 18일 국민의힘 데이터베이스(DB) 관리업체를 압수수색 해 국민의힘에 가입한 통일교 교인 추정 당원 11만~12만명의 명단을 확보한 뒤 분석에 들어갔다. 특검은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열린 2023년 3월6일 직전 시기를 집중해 보고 있다. 최근 국민의힘 경남도당도 압수수색 해 통일교 추천인이 적혀있는 입당원서 묶음을 확보했다. 이 사건에서 한 총재와 김 여사는 모두 공범으로 정당법 위반 혐의를 받는다.
특검은 “피고인들에 대한 정당법 위반 혐의 등 나머지 특검법상 수사대상 사건 및 관련 공범에 대해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통일교 측은 “한 총재는 정치적 이익이나 금전적 목적과는 무관하게 신앙적 사명을 수행해 왔고 이번 사건을 지시하거나 수행하는 등 관여한 바가 없다”며 “한 총재를 기소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