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법률사무소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제주 4·3 사건 왜곡 논란이 불거진 영화 <건국전쟁2>에 대해 “역사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은 모두 다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 시민사회와 정치권에서는 “범죄를 포장한다”며 반발했다. 제1야당 대표가 국가폭력을 미화하고 왜곡했다는 논란이 있는 영화에 동조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장 대표는 9일 국회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건국전쟁2>는 역사적 사건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각”이라며 “영화 보는 것 자체를 문제 삼거나 억울하게 희생된 분들을 폄훼한다고 몰아붙이는 것은 또 하나의 프레임이자 역사 훼손”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지난 7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영화관에서 <건국전쟁2>를 관람한 것을 두고 비판이 제기되자 반박한 것이다.
제주4·3범국민위원회와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는 전날 성명에서 “4·3 당시 제주도민 탄압에 앞장섰던 박진경 대령 등을 미화하는 영화에 대한 (장 대표의) 감사 표시는 3만명의 4·3 희생자를 두 번 죽이는 행위”라고 밝혔다.
장 대표는 영화를 관람한 직후 “우리나라는 언제부터인가 어떤 역사적 사실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말하지 못하는 ‘입틀막’이 됐다”며 “희생이 있었다고 해서 역사적 사실이 반드시 한쪽으로 기술되거나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이 금지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그러면서 “오늘날의 체제 전쟁은 역사 전쟁과 문화 전쟁에서 시작된다”며 “이 영화를 본 것이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는 시작점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는 해방 이후인 1947년부터 한국전쟁 직후인 1954년까지 제주에서 벌어진 4·3 사건을 강경 진압한 이승만 당시 대통령을 매개로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는 행보로 풀이된다. 장 대표가 지난 8월 취임 전후로 보여온 극우적 행보를 이념·역사적 차원에서 이어간 것으로 보인다.
제1야당 대표가 무분별한 제주도민 학살 등 국가 폭력이 자행된 4·3 사건 왜곡에 사실상 동조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오영훈 제주지사는 페이스북에 “수만 명의 제주도민을 학살한 제주 4·3은 국가가 저지른 참혹한 폭력이자 범죄였다”며 “장 대표가 범죄를 ‘다양한 역사적 관점’으로 포장했다”고 썼다. 민주당 제주특별자치도당은 전날 논평에서 “제주 4·3 왜곡·폄훼 영화 공개 관람은 국민의힘이 극우 정당임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당내에서는 강경 보수층 위주의 행보라는 지적이 나왔다. 우재준 청년최고위원은 SBS 라디오에서 “보수 결집 때문에 영화를 본 것 같다”며 “중도 확장을 위해 활동 영역을 넓혀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소희 의원도 BBS 라디오에서 “이 영화로 논란이 있을 거라는 건 누구나 다 안다”며 “굳이 이렇게 논란을 일으켜야 할까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김대중 대통령 때인 2000년 제주 4·3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 특별법이 제정됐고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은 4·3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국회는 2021년 특별법을 전부 개정하며 피해자·희생자 명예회복과 지원을 강화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에서는 4·3 사건 발발 요인 중 하나인 남조선노동당(남로당)의 무장봉기에 초점을 맞추며 이승만 정권의 국가 폭력 실태를 도외시하는 듯한 주장이 제기돼왔다. 2023년 최고위원에 출마한 태영호 당시 의원은 “4·3사건은 명백히 북한 김일성의 지시로 촉발됐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9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 구상 1단계 합의를 타결하자 이스라엘의 인질 가족들과 가자지구 주민들은 거리로 쏟아져나와 환호했다.
이스라엘 시민들은 양측이 협상에 돌입한 전날부터 텔아비브 인질광장에 모여 협상 결과를 기다렸다. 이날 새벽 인질광장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에서 1단계 협상이 타결됐다는 뉴스가 나오자 시민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인질 옴리 미란의 아버지 대니 미란은 “입이 귀까지 벌어질 만큼 미소를 지은 한편 기쁨의 눈물도 흘렸다”며 “손녀 둘과 함께 춤을 췄다. 이 순간을 2년 넘게 기다려 왔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말했다.
자녀가 인질로 붙잡혀있는 아이나브 자우커는 “나만 행복한 것이 아니다. 가자지구 전체가 행복해하고 있고 아랍 국민 모두와 전 세계가 휴전과 유혈 사태 종식에 만족하고 있다”며 기뻐했다.
인질 가족 단체인 ‘인질 및 실종 가족 포럼’은 성명을 내고 “이것(휴전 합의)은 모든 사람을 집으로 데려오기 위한 중요하고 의미 있는 조치”라고 밝혔다. 이어 “마지막 인질이 돌아올 때까지 우리의 투쟁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이스라엘 정부에 “즉시 (내각회의를) 소집해 합의를 승인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협상을 중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하며 인질 가족과 면담할 것을 요청했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폐허가 된 가자지구의 칸유니스 거리에도 젊은이들이 쏟아져나와 다 같이 손뼉을 쳤다. 알마와시 주민들은 거리에 모여 “신은 위대하다”고 외치며 축하 포탄을 공중에 터뜨렸다.
칸유니스 주민 압둘 마지드 압드 라보는 “휴전과 유혈 사태 종식에 대해 신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칼레드 샤트는 “2년간 대량 학살이 이어진 상황에서 팔레스타인 시민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순간”이라며 감격했다. 가자시티에서 사는 아메드 셰하이버는 가디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정말 기쁘다”며 눈물을 흘렸다.
휴대전화 등 통신장비를 사용할 수 없거나 통신이 끊긴 지역의 주민들은 휴전 소식을 뒤늦게 접하기도 했다. 가자지구 중부 지역에 피란해 있는 에야드 아마위는 이스라엘·하마스 합의 타결 이후에도 휴전 소식을 알지 못했다고 했다. 아마위는 “합의가 이행돼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 삶에 대한 의지와 희망을 새로 가질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가디언에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