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차장검사출신변호사 미국 의회가 연방정부 예산안 처리에 실패하면서 결국 1일(현지시간) 0시 1분부터 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에 돌입했다. 필수 인력을 제외한 연방정부 공무원 75만명이 강제 무급휴가에 들어가게 되면서 공공 서비스 영역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과거에도 미국에서 셧다운은 여러 차례 발생했지만 정치적 공방에 머물렀을 뿐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번엔 다를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가 셧다운을 기회로 연방 공무원을 영구적으로 대량 해고하고, 국방·이민자 추방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극적 전환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미 상원은 30일 셧다운을 피하기 위해 공화당과 민주당이 자체 발의한 임시예산안을 각각 표결에 부쳤으나 모두 부결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은 이날 셧다운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기 위해 여론전을 본격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셧다운 시한을 불과 몇 시간을 앞둔 시점에서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멕시코 전통 모자 ‘솜브레로’를 쓴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의 가짜 영상을 게시했다. “민주당이 불법 이민자에게 의료혜택을 주려고 정부 예산안을 반대하고 있다”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으로, 그는 전날에도 비슷한 가짜 영상을 올렸다가 ‘인종차별적’이란 비판을 받았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올해 말로 종료되는 공공의료보험 ‘오바마 케어’(ACA·Affordable Care Act) 보조금 지급 연장 등을 요구하며 공화당이 주도하는 임시 예산안에 반대하고 있다.
보통 다른 나라들은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전년도에 준하는 임시 예산안을 발효해 정부 운영을 위한 지출을 계속할 수 있지만, 미국은 지미 카터 행정부 이후 ‘예산 없이 지출도 없다’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왔다. 새 예산안이 통과되기 전까지 정부 지출이 거의 올스톱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을 설득하려 하기보다 마지막 순간까지 조롱한 것은 셧다운이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는 계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셧다운을 하고 싶진 않지만,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면서 “(셧다운을 통해) 우리가 원하지 않았던 많은 것들을 없앨 수 있다. 그것은 민주당의 것들”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비당파적이어야 할 연방정부 부처인 주택도시개발부는 트럼프 대통령과 코드를 맞춰 홈페이지에 “(셧다운 위기는) 다 급진좌파 탓”이라는 배너를 내걸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행정부에 이번 셧다운이 오히려 행정부 권한을 더 막강하게 휘두를 기회가 될 것이라 지적한 바 있다. 러셀 보우트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은 이미 셧다운 사태에 대비해 각 기관에 대규모 해고 계획을 준비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우트 국장은 트럼프 2기 집권 청사진인 ‘프로젝트 2025’의 핵심 설계자로도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 7월 의회를 통과한 ‘크고 하나의 아름다운 법안’으로 자금을 이미 확보한 국방부와 국토안보부를 제외한 대부분 모든 기관을 사실상 마비시킬 방침이다.
통상 강제휴직에 들어간 비필수 공무원은 셧다운이 끝나면 다시 업무에 복귀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 기회에 일론 머스크의 정부효율부(DOGE)가 완수하지 못한 연방 공무원 대량 해고에 다시 박차를 가하려 한다. 이렇게 되면 이민자 추방 정책 등을 제외한 대다수 공공서비스가 축소되면서 정부 정책 방향이 극적인 전환을 이루게 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번 셧다운이 과거와 다른 형태로 전개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1980년 이후 미국에서는 모두 15번의 셧다운이 발생했다. 대부분 1~3일의 단기간이었고, 주말에 발생해 정부 운영이 큰 차질이 없었다. 2주 이상 이어진 셧다운은 1995~1996년 빌 클린턴 행정부(21일), 2013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16일), 2018년 12월 트럼프 1기 행정부(35일) 때였다.
CNBC는 “역사적으로 셧다운은 정치적 후폭풍을 불러일으켰을 뿐, 그로 인한 GDP 감소분은 대부분 다음 분기에 만회돼 시장과 경제 모두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며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 정부 직원을 영구히 해고하겠다고 위협한 것은 이미 위태로워 보이는 미국 고용상황에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제가 안정적일 때면 몰라도, 현재 상황에서는 그 영향이 더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매체 바이털날리지의 창립자인 애덤 크라시풀리는 “이미 셧다운이 예상된 탓에 시장에 큰 충격은 없지만, 이 상황이 2주 이상 길어지면 우려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협상 타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트럼프식 국정 독주에 견제장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 민주당은 이번만큼은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앞서 지난 3월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셧다운을 막기 위해 공화당 예산안에 합의했다가 지지층으로부터 큰 반발을 산 바 있다. 현재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 지지층은 타협 vs 강경대응을 주문하는 여론이 오차범위 내인 52% vs 47%인 것으로 나타나 민주당 지도부의 정치적 계산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NBC는 전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대만에 반도체 절반은 미국에서 생산하자고 압박했지만, 대만 측은 이러한 제안에 응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 CNBC 방송에 따르면 러트닉 장관은 28일 보수성향 매체 뉴스네이션과의 인터뷰에서 “나와 현 정부의 목표는 반도체 제조시설을 국내로 대폭 유치해 자체 칩을 생산하는 것”이라며 “대만에 ‘우리가 절반, 당신들이 절반을 만들어 50대 50으로 나누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러트닉 장관은 현 정부의 임기 말까지 반도체의 국내 생산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5000억 달러(약 700조원)의 국내 투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전 세계 첨단 반도체의 90% 이상을 생산하는 대만이 미국과는 멀리 떨어져 있고 중국과는 인접해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대만의 반도체 생산업체 TSMC는 전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특히 첨단 공정의 시장점유율은 90%를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반도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TSMC는 중국의 위협에서 대만을 지켜주는 ‘실리콘 방패’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러트닉 장관은 실리콘 방패 이론을 평가절하하며, 미국과 대만의 반도체 생산이 균형을 이룰 때 대만이 더 안전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만에 ‘만약 당신들이 (반도체 생산의) 95%를 차지하고 있으면 어떻게 우리가 당신들을 보호할 수 있겠는가. 칩을 비행기로 실어 보내겠나, 배로 실어 보내겠나’ 하고 물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근본적으로는 대만에 의존하겠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했다.
대만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정리쥔 대만 행정원 부원장(부총리 격)은 1일 미국에서의 협상을 마치고 귀국하는 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미국 측 제안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 부원장은 “협상팀은 반도체를 5대 5로 나누는 데 대해 어떠한 약속도 하지 않았다”면서 “이번 협상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지 않았으며, 이러한 조건에 동의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