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 좋아요 구매 지난 26일 발생한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로 정부 전산망이 마비되자 근거 없는 ‘혐중’ 음모론이 다시 퍼지고 있다. 이 사태의 배후에 중국이 있다는 주장이 주요 내용인데 지난 29일부터 시행된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을 그럴싸한 근거로 내세우기도 한다. SNS에 밑도 끝도 없는 음모론이 제기되면 유투버들이 이를 받아 급속도로 퍼뜨린다.
지난 26일 밤부터 엑스(X·옛 트위터)에는 “공교롭게 중국인 무비자 입국 시행 직전 주말에 화재가 발생했다”, “(국정자원) 화재는 한국의 모든 민간데이터를 중국에 넘기려는 시도” 등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이어 지난 29일 구독자 22만여 명을 보유한 한 유튜버는 영상을 올려 ‘국정자원 화재가 단순 화재가 아닌 ‘작전명 화재차이나’이며, 부정선거 데이터를 모두 사라지게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 유튜버 전한길씨도 “국정자원 화재로 전산화가 망가져 수기 작성으로 (중국인들이) 입국하는데, 신분증도 아무거나 복사해 내면 된다”며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은 제2의 홍콩·신장 위구르가 될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음모론은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확산했다. 보수단체 ‘민초결사대’는 지난 29일 서울 영등포구에서 집회를 열어 “(국정자원 화재의) 진상규명이 될 때까지 중국인 무비자 입국을 한시 보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 단체는 서울 명동 일대에서 ‘혐중 집회’를 벌이다 경찰에게 집회 제한 통고를 받았다.
법무부는 지난 28일 설명자료를 내 음모론을 반박했다. 법무부는 “법무부 출입국관리정보시스템은 법무부 소속 기관에서 별도 관리돼 이번 화재와 관계가 없다”며 “출입국 심사 관련 기능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해명도 근거 없는 음모론에 제동을 걸지는 못했다.
일부 정치인들이 음모론에 힘을 실어주는 것도 문제다.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29일 “무비자 입국 중국인들의 범죄 행위·전염병 확산에 국민들이 유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은 “시비를 거는 낯선 사람을 직접 응대하지 말고 신고·촬영을 하라”거나 “인적 드문 곳·야외 화장실 등을 이용할 때 짝을 이뤄 이동하라”고도 덧붙였다.
음모론은 구체적인 협박글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 2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중국인 무비자 관광객이 내일 아침 7시 모든 학교 앞에서 칼부림함’이라는 글이 올라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이날 관련 신고를 접수하고 작성자를 추적하고 있다.
앞서 지난 3월 영남 지역에 연달아 큰 산불이 났을 때도 “산불이 금속성 물질을 써 방화한 것이며 중국인이 개입돼 있다”는 등 음모론이 퍼졌다. 국가적 재난·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이를 특정 국가나 민족의 범행으로 단정 짓는 행태가 반복된다.
이나영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반복되는 음모론은) 혐오 문제가 레드라인(한계선)을 넘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라며 “이대로 두면 어떤 집단에 대해서든 차별·혐오가 재생산되고 정당화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혐중’에 초점을 두는 것을 넘어 어떤 집단에 대해서든 혐오·차별을 용인하지 않는다는 사회적 메시지를 보여줘야 할 때”라며 “혐오·차별금지법 제정 등 근본적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의 영예는 인간 면역 체계가 우리 자신의 몸을 공격하지 않는 이유를 밝혀낸 과학자 3명에게 돌아갔다. 이들의 연구는 자가 면역질환 치료와 장기 이식 성공률을 높이는 데 응용됐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노벨위원회는 6일(현지시간) 사카구치 시몬(74·일본) 오사카대 면역학 프런티어 연구센터 교수와 메리 브렁코 시애틀 시스템생물학연구소 선임 프로그램 매니저(64·미국), 프레드 램즈델(65·미국) 소노마 바이오테라퓨틱스 과학 고문을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생명과학계에서 ‘말초 면역 내성’이라고 부르는 분야의 연구를 했다. 이를 통해 인간 면역 체계가 우리 몸을 공격하지 않도록 통제하는 장치인 ‘조절 T세포’를 찾아냈고, 이 공로를 인정 받아 노벨상을 받게 됐다.
우리 몸의 면역 체계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침입자, 즉 세균을 포함한 수천 가지 미생물을 막는다. 하지만 자칫하면 면역 체계가 인간 자신을 공격할 수 있다. 미생물 형태가 저마다 다른데다 일부는 인간 세포로 위장까지 해서다. 피아 구별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면역 체계가 인간 자신을 공격하는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무엇을 공격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할지 면역 체계 스스로 판단한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생명과학계에서는 우리 몸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를 두고 다양한 연구를 해왔다.
기존 과학계는 인간 가슴 안쪽에 있는 기관인 ‘흉선’이 그런 역할을 전담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카구치는 1995년 자가 면역질환을 막는 새로운 유형의 세포, 즉 조절 T세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인 브렁코와 램즈델은 2001년 면역 체계와 관련해 다른 각도의 발견을 했다. 자가 면역질환에 유난히 잘 걸리는 특정한 생쥐 품종을 골라내 연구했더니 ‘Foxp3’라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발생했다는 점을 규명한 것이다.
브렁코와 램즈델은 인간에게서도 이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생길 수 있으며, 그렇게 되면 치명적인 자가 면역질환인 ‘IPEX 증후군’이 생긴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IPEX 증후군에 걸리면 지속적인 설사와 영양실조가 유발되고, 갑상선 등 호르몬 기관에 기능 이상이 생긴다
2003년 사카구치는 추가 연구를 통해 브렁코와 램즈델이 다룬 Foxp3 유전자가 자신이 발견한 조절 T세포 발달을 조절하는 핵심 열쇠라는 점을 확인했다. 세 사람의 연구가 결합해 인간 면역 체계가 인간 자신을 공격하지 않도록 하는 피아 식별 시스템의 원리를 규명한 것이다.
올레 캄페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그들은 우리가 자가 면역질환을 피할 수 있는 이유를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세 사람의 분석은 자가 면역질환과 암 치료제 개발에 활용되고 있으며, 장기 이식 성공률을 높이는 연구에도 쓰이고 있다고 노벨위원회는 밝혔다.
수상자에게는 총 상금 1100만크로나(약 16억5000만원)가 주어진다. 상금은 세 사람이 균등하게 나눈다. 한편, 이번에 사카구치가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일본은 30번째 노벨상(개인 29명, 단체 1곳)을 받게 됐다.
이날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노벨위원회는 7일 물리학상, 8일 화학상, 9일 문학상, 10일 평화상, 13일 경제학상 수상자를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