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용접 “괴물, 괴물…” 위태로운 상황에 처한 친구를 보고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 윤재를 사람들은 ‘괴물’ 같다고 이야기한다. “내겐 너무 어려워 잘 모르겠어. 눈썹, 입술, 표정의 미세한 차이. 난 감정을 느낄 수 없어….”
손원평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창작 뮤지컬 <아몬드>가 3년 만에 무대로 돌아왔다. 2017년 출간된 소설은 아몬드처럼 생긴 뇌 속 편도체가 작아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알렉시티미아’라는 신경학적 장애를 지닌 소년 ‘윤재’의 성장기다. 국내에서만 150만부가 판매되고, 전 세계 30개 이상 국가에 번역 출간되어 누적 판매 250만부를 기록한 베스트셀러다. TV 예능프로그램에서 방탄소년단(BTS) 멤버 RM과 슈가가 이 책을 읽으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소설을 무대로 옮긴 뮤지컬에선 타인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윤재’가 분노로 가득 찬 또래 소년 ‘곤이’, 그리고 자유로운 감성의 소녀 ‘도라’와 만나 변화하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공감의 의미를 묻는다.
재연을 올리면서 무대와 연출에 변화를 줬다. 무대는 윤재가 운영하는 헌책방을 주 공간으로 삼아 작품 특유의 따뜻한 정서를 전한다. 이번에 새로 도입한 LED 영상으로는 시공간의 변화와 인물의 내면을 감각적으로 표현한다.
30일 서울 종로구 NOL 유니플렉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태형 연출은 “윤재가 자기 이야기를 한 편의 이야기로 완성하고 그 책을 주변 사람들이 같이 읽는다는 콘셉트에 따라 그의 장면과 기억이 하나하나 보여지는 방식으로 구성했다”면서 “윤재의 변화를 보여주기 위해 무채색이었던 무대가 사람들과의 접촉에 따라 컬러풀하게 바뀌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12명의 배우가 출연했던 초연과 달리 재연에선 8명이 무대에 오른다. 윤재 역을 제외한 나머지 배우들은 복수의 역할을 소화하게 되는데, 이들은 극 중 인물 외에도 윤재의 회고록을 읽는 독자가 되어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윤재를 대신해 그의 마음 속 생각을 담은 내레이션을 들려주기도 한다.
윤재 역은 문태유·윤소호·김리현, 곤이 역은 윤승우·김건우·조환지가 맡는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악역 ‘손명오’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김건우는 “곤이는 일견 손명오와 비슷한 지점이 있지만, 끝까지 나쁜 손명오와 달리 곤이는 윤재와 만나면서 보지 못한 시선들과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고 설명했다.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욕설을 쏟아내는 곤이와 무표정하게 감정을 표출하지 않는 윤재의 대조도 작품의 묘미다. 김태형 연출은 “감정이 없는 캐릭터와 감정이 과한 캐릭터의 극적인 대조를 통해 살아가면서 내가 느끼는 감정을 어떻게 해소하고 타인과 소통해야 하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면서 “주변 사람들이 윤재를 개조하거나 고치려는 것이 아니라 한 발 한 발 나아가도록 도와주는 과정을 통해 윤재가 꿋꿋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봐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NOL 유니플렉스에서 12월14일까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드론(무인기)이 전면에 나선 ‘첨단 전쟁’이 현실화하자, 유럽의 신생기업(스타트업)들이 정부 주도의 군수체계를 대체하며 무기 개발의 속도와 판도를 바꾸고 있다. 민간 자본을 앞세워 연구·시제품을 신속히 내놓는 이들은 저비용·소프트웨어 중심 무기 혁신을 앞당기지만, 안보 우선순위와 민간 이익이 충돌할 위험도 함께 커지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기존 유럽 방위산업은 정부가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민간 투자자가 먼저 돈을 투입해 연구·시제품 개발을 앞당기고 이후 정부가 구매자로 나서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독일 국방부 자문관 출신 군드버트 셰르프는 2021년 스포티파이 창업자 다니엘 엑 등으로부터 초기 투자를 받아 방산 스타트업 ‘헬싱(Helsing)’을 창업했다. 뮌헨 본사를 둔 헬싱은 우크라이나에 드론을 공급하고 수 주마다 기술·전략 변화에 맞춘 업그레이드를 제공한다. 현재 기업 가치는 120억유로(약 19조원)에 이르며, 유럽에서 가장 급성장한 스타트업 중 하나로 꼽힌다.
자문업체 맥킨지앤컴퍼니에 따르면 지난해 국방 관련 기업에 대한 벤처캐피털 투자액은 310억달러(약 43조원)로 전년 대비 33% 늘었다. 유럽만 보면 2021~2024년 사이 투자액이 직전 3년보다 5배 많았다. 이런 자금은 주로 저비용 미사일·드론 요격기, 인공지능(AI) 전투기 등 혁신적 방산 영역으로 흘러들고 있다. ‘스파이 바퀴벌레‘를 개발하는 스웜 바이오택틱스 같은 신생 기업도 주목받는다.
헬싱 공동창업자 토르스텐 라일은 “과거 유럽 벤처캐피털은 국방에 관심이 전혀 없었지만, 지금은 모두가 국방에 투자하려 한다”고 말했다.
민간이 주도하는 ‘상향식’ 경쟁 방식은 기존의 ‘하향식’ 체계보다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혁신을 이끌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영국의 케임브리지 에어로스페이스는 창업 1년 만에 드론·미사일 요격기를 개발해 시험과 생산 준비를 마쳤고 크라켄 테크놀로지는 “10주 만에 시제품을 완성했다”고 밝혔다. 크라켄 테크놀로지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혁신 보조금을 받아 무인 수상정 개발에 뛰어들었고, 독일 조선업체 NVL 그룹과 합작을 맺으며 몸집을 불렸다. 창업자인 말 크리스는 “한 척 가격이 25만달러로 군수 조달 세계에서는 파격적 저가”라며 “무기 개발의 패러다임을 단기간에 바꿀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민간 투자자의 최우선 순위가 이윤이라는 점에서 국가 전략 목표와 충돌할 가능성, 군산복합체의 비대화와 첨단 무기 남용에 대한 우려 역시 제기되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