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 팔로워 나비 필레이 전 유엔 인권최고대표(84)는 오랫동안 입지전적 인물이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그는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에 의해 남아공 고등법원 최초의 비백인 여성 판사로 임명됐다. 르완다 국제형사재판소(ICTR) 판사와 소장을 지냈으며, 국제형사재판소(ICC) 판사를 지냈다. 악명 높은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 정책) 철폐에 힘써온 그는 ICTR에서 강간·성폭력이 집단학살과 반인도적 범죄가 될 수 있다는 판례를 확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남아공 헌법에 인종·성별·종교·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평등 조항을 포함시키는 데 기여했다.
그런 그가 최근 중요한 경력을 추가했다. 유엔 팔레스타인 점령지 및 이스라엘에 관한 독립 국제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그는 지난달 16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집단학살(제노사이드)을 저지르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72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는 2023년 10월7일부터 2025년 7월31일까지 벌인 조사를 기반으로, 1948년 제정된 집단학살 방지 협약에 근거해 이스라엘이 집단학살을 저지르고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는 국제사회의 행동을 촉구하며 “행동의 부재는 공모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국제적 파장은 컸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아졌으며 서방 주요국들이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을 발표하는 데도 영향을 끼쳤다.
필레이 위원장은 1일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한 국가가 노골적으로 반항하며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고 그래서 이 보고서가 중요하다”며 “이것은 유엔 보고서이고 각국이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한다는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프랑스·영국·캐나다·호주 등 서방 주요국들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승인하기로 결정한 것이 “정치적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필레이 위원장은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에 미국 역시 공모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이 이스라엘에 군사 장비와 군사 자문을 제공하는 최대 국가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책임에 대한 구체적 조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는데 이는 위원회가 세계 각국이 이스라엘로 무기를 이전한 사례에 대한 조사 권한을 추가로 부여받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필레이 위원장은 가자지구 전쟁이 다른 분쟁들과 매우 다르다고 밝혔다. 그는 “다른 분쟁의 경우 사람들이 이웃 국가로 피난을 가서 보호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는 ‘가자 감옥’이라는 매우 잔인한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며 “사람들은 의료적 이유로도 떠나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필레이 위원장은 가자지구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봉쇄로 떠날 수 없을뿐더러 그들이 자신들의 땅을 떠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떠나느니 차라리 여기서 죽겠다’고 말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며 “가자지구를 즉시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모든 것을 재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남아공 출신이라는 경험과 배경이 어떤 영향을 미쳤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굶주림과 기아, 구금에 익숙하다”며 “내 남편도 테러방지법에 의해 아무런 이유 없이 구금됐다”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갈등이 벌어지고 있고 남아공에도 아파르트헤이트가 있었다. 하지만 가자지구 상황은 최악”이라며 “굶주림을 이용해 집단을 부분적으로 파괴하고 있다. 식량도, 의료 지원도, 인도적 지원도, 물도 없다. 정말 화가 나는 것은 너무나 많은 아이들이 죽거나 다쳤고, 마취도 받지 못한 채 사지가 절단됐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필레이 위원장은 이스라엘과 그 지지자들로부터 ‘반유대주의자’라는 비판을 듣고 있다. 그는 “유엔 인권최고대표로 재직한 6년(2008~2016) 동안 아무도 저를 반유대주의자라고 비난하지 않았다. 내가 이 조사위원회 위원장직을 수락한 이후에야 제기된 주장”이라며 “이스라엘 정부와 지지자들은 우리 조사 결과에 틀렸거나 편향된 부분이 어디인지 지적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필레이 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어떤 조언을 하겠느냐는 질문에 “국제법에 대해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대통령뿐만 아니라 상·하원에 있는 그의 지지자들도 국제법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 국제법이 한 국가만이 아니라 모든 국가의 이익을 위해 작동한다는 것, 모든 국가가 준수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왜 모든 국가들이 함께 모여 이러한 조약과 협약, 의정서를 만들었는지 알아야 한다. 그들이 ‘다시는 안 된다’고, 제3차 세계대전 같은 일이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했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유엔 조사위원회의 필레이 위원장과 다른 두 명의 위원은 모두 최근 사임한다고 밝혔다. 필레이 위원장은 고령과 건강 문제 등 개인적인 사유를 언급했다. 그는 국제 변호사로서의 활동은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은 1일 김건희 특별검사팀 파견 검사 전원이 검찰청 폐지 등이 담긴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에 반발하며 ‘검찰청 조기 복귀’를 요청한 것을 두고 “법무부는 항명성 행동에 강력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말했다.
민주당 3대 특검 종합대응 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관련 회의를 연 뒤 “검찰개혁에 저항하는 검찰의 집단 행위를 좌시하지 않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성윤 의원은 “이들의 요구는 김건희 특검 파견검사들만의 입장이 아닌 검찰 개혁에 저항하는 검찰 전체의 입장으로 보인다”며 “법무부의 명을 받아 파견된 검찰의 집단 성명 발표는 정치적 성격이 강해 국가공무원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형사처벌 대상이고 검사징계법 2조에 따른 징계사유에도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개혁에 저항하는 집단행위를 좌시하지 않겠다. 아직도 특권의식과 우월감에 빠져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현희 의원도 “공무원들이 집단행동으로 정치적 편향성과 당파성을 명확히 드러내는 경우 중립 의무 위반으로 보고 엄격히 처벌한 판례들이 있다”며 “법무부는 검찰개혁에 조직적으로 저항하는 정황이 있는지 철저히 진상규명해서 징계 등 적절한 조치를 하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앞서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전원은 전날 민중기 특별검사에게 “원래 소속된 검찰청으로 복귀시켜달라”는 입장문을 제출했다. 이들은 정부·여당이 수사·기소 분리와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상태에서 “직접수사·기소·공소유지가 결합된 특검 업무를 계속 담당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혼란스럽다”고 주장했다.
김동아 의원은 “특검법은 수사를 하도록 되어있고, 검찰청 해체가 포함된 정부조직법 역시 1년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있다”며 “전혀 혼란스러울 것이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일부 주동자가 있고 부화뇌동한 검사들이 함께한 것으로 보인다”며 “주동자에 대한 철저한 감찰과 진상조사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추미애 의원도 페이스북에 “파견 검사들의 항명은 한마디로 기가 찬다”며 “미루고 덮은 어제의 숙제를 뒤늦게 하면서 잘난 체 큰소리 내지 말라”고 말했다. 추 의원은 “이진수 법무부 차관과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 이하 집단적으로 석고대죄를 하고 시작했어야 했다”며 “특검 파견 검사의 오만방자도 집단 사과와 반성, 참회의 결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국민을 겁박하는 것”이라며 “검찰개혁에 반대하니 특검에서 일하지 않겠다는 조직 이기주의에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향해 “항명이 다시 일어나면 주저 없이 징계에 착수해야 한다”며 “남기 싫은 검사는 모두 교체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