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 신승훈이 10년 만에 내놓은 12집 앨범 이름은 <신시얼리 멜로디스(Sincerely Melodies)>다. 진심 어린 선율이라 번역하면 좋을까? 폭발적인 리듬과 화려한 퍼포먼스가 가요계를 지배하고 나아가 그것이 전 세계적인 트렌드가 된 ‘K팝’의 시대에 신승훈이 내놓은 카드가 어쩌면 지극히도 뻔한 정공법이라는 사실이 퍽 그럴듯해 보이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다.
마에스트로의 귀환은 거창한 행차가 동반된 화려한 잔치라기보다는 어느 카페의 빈티지 스피커에서 나오는 옛 음악처럼 고즈넉하고 푸근하다. 음원보다는 아무래도 CD나 LP가 어울릴 법한, 도드라지지 않게 차분하게 눌러 매만진 소리들이 오랜만에 귀를 두드린다.
어쿠스틱한 브릿팝 사운드를 머금은 ‘너라는 중력’과 고풍스러운 스탠더드 팝 ‘트룰리(Truly)’는 이 앨범을 규정하는 더블 타이틀곡이다. 지난 35년간 그의 커리어에서 한번쯤 마주친 것 같은, 하지만 생각해보면 결코 뻔하지는 않은 이 음악들은 공백 기간 동안 ‘새로운 음악을 내야 한다면 어떤 음악이어야 할까’를 거듭 고민하는 신승훈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선공개곡 ‘쉬 워즈(She Was)’는 앨범에서 가장 애틋한 발라드로, 수많은 힐링곡이 넘쳐나는 시대에서 신승훈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다독임의 노래다. 1990년대 초반 아무것도 몰랐던 한 소녀는, 이제는 너무 많이 알아 어깨가 무거워진 그녀가 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신승훈의 음악을 지탱하는 힘. 노래 제목의 과거형 비동사 ‘워즈(Was)’가 이렇게 애틋하게 다가온 적이 있었던가.
‘끝에서, 서로에게’와 ‘그날의 우리’가 기억 속의 신승훈을 소환하는 동안, 시티팝 ‘러브 플레이리스트(Luv Playlist)’와 신스팝 ‘어바웃 타임(About Time)’은 레트로가 시대정신이 된 오늘 그가 고민한 자신만의 K팝이다.
K팝이라는 말이 존재하지 않았던 그 시절, 어쩌면 K팝이라는 시대의 정서적 토대를 제공했던 뮤지션 중 한 명으로서 신승훈이 선보이는 그만의 K팝은 그의 음악성이 여전히 현대적이고 유효하다는 증명이기보다는, 트렌드가 어떻게 바뀌든 좋은 음악의 본질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순간이다.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이 앨범의 제목처럼 ‘선율’의 힘은 결코 퇴색되지 않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선보이는 그의 송라이팅에서 전반적인 멜로디는 순도와 완성도가 유난히 높다. 특히 마지막 곡 ‘저 벼랑 끝 홀로 핀 꽃처럼’은 이제 베테랑을 넘어선 위치에서 책임감과 무게를 보여주는, 발라드 대가의 근사한 사자후였다.
곰곰이 따져보면 남아 있는 것만큼이나 많은 것이 변했다. 오직 기타 하나로 멜로디를 그려내던 그가 후배 뮤지션들과 ‘송캠프’라는 협업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때로는 과하게 느껴질 만큼 소리들을 앞서서 뚫고 나오던 그의 목소리가 한발 물러나 놀라울 정도로 차분하게 선율을 매만지는 것도 그렇다. 물론 이 모든 변화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건 아니다.
많은 대중이 1990년대 초반의 신승훈에 머물러 있는 동안, 그는 누구보다 많은 변신과 실험을 거듭해왔다. 맞지 않는 옷이라는 비판도, 너무 똑같은 옷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멈추어 있는 동안에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자신만의 변화와 진화를 거듭해온 그 거장이 10년 만에 내놓은 궁극의 결론은 바로 그 무엇도 아닌 ‘진심 어린 선율’이었다. 반갑고, 무엇보다 다행이다.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16곳이 재해재난 등으로 주 서버가 마비되더라도 다른 서버를 통해 이를 복구할 수 있는 ‘이중화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중화 시스템 부재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발생한 국가행정·업무시스템 마비 사태의 주요 원인이었는데, 비슷한 사태가 지자체 행정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2일 경향신문이 지방행정시스템 운영 현황에 대해 17개 광역지자체에 문의한 결과 “이중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응답한 곳은 대구시뿐이었다. 나머지 16곳은 “시도행정시스템이나 세무·도시관리·민원시스템 등 일부만 이중화돼 있다”고 응답했다.
중앙정부처럼 각 지자체도 자체적으로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데이터를 보관하고 지방행정에 필요한 각종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국정자원 화재로 ‘국민신문고’ 등 중앙정부와 연계된 서비스는 중단됐어도 지자체 홈페이지나 대민·민원서비스가 정상 운영된 배경이다.
대구는 달성군에 재해복구 서버를 두고 이중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2022년부터 3년간 68억원을 투입해 이중화를 구축했다”며 “재해재난 발생 시 4시간 이내 시스템 재가동을 목표로 관리 중”이라고 밝혔다.
다른 16개 광역지자체는 이중화 시스템 구축 여부와 범위가 제각각이었다. 광주시와 전북도, 제주도는 정부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활용 시범사업’을 통해 지방행정시스템 일부를 민간기업에 이관해 관리하고 있다. 광주는 중요도 등을 평가해 102개 시스템 중 36개를 NHN클라우드에 이관했다. 제주는 지방공기업 시스템을 포함한 230여개 시스템을 KT클라우드를 통해 관리한다. 전북도 서울에 서버가 있는 삼성SDS클라우드에 시스템을 이관했다.
“미 국방부·CIA ‘정부 데이터 70%’ 민간에 넘겨 예산 절감”
민간 클라우드의 경우 이중화가 구축되어 있다. 다만 이들 지자체도 직접 관리하는 시스템은 이중화가 되지 않아 순차적으로 이관 관리를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경기도, 부산시 등 나머지 13곳은 시스템 운영 구조가 비슷했다. 법률에 따라 재난복구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인 일부 시스템만 이중화하거나 한국지역정보개발원에 위탁해 이중화로 관리하는 방식이다. 나머지 시스템들은 백업 데이터를 저장해 관리하는 수준이다.
서초구와 마포구 등 2곳에 데이터센터를 운영 중인 서울시는 행정안전부가 ‘1등급’ 시스템으로 지정한 세무·공공서비스예약 등 16개 시스템만 이중화 처리돼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 외 다른 시스템은 데이터를 백업해 관리 중”이라며 “시스템 중요도에 따라 이중화 구축을 늘려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수원에 데이터센터를 둔 경기도 역시 “중요도에 따라 주 단위, 월 단위로 데이터를 백업하지만 이중화 시스템은 없다”고 밝혔다. 부산시는 “시도행정망이나 건축·건축행정지원시스템 등 일부만 이중화해 운영 중”이라고 했다.
지자체들은 예산 문제로 이중화 시스템 구축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시도행정시스템을 제외하면 지자체 대부분 데이터를 백업하는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예산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이중화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말했다.
국정자원 화재 사태를 계기로 시스템 안정화를 위한 정부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남도 관계자는 “시스템 이중화에 필요한 비용을 국비로 지원해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나마 다행인 건 17개 광역지자체 모두 시스템 배터리로 화재 위험성이 덜한 납축전지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국정자원과는 달리 배터리는 서버 등 네트워크 장비와는 별도의 공간에 두고 관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이나 국방부는 아마존, 구글과 협력해 정부 데이터의 70%를 민간으로 넘기고, 반드시 정부가 관리해야 하는 30%만 정부가 담당하고 있다”며 “이중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많은 예산이 들기 때문에 민간에 시스템을 위탁하면 정부 예산도 아낄 수 있고 민간산업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