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트 ‘사법파괴 중단하라’ ‘시민 의견을 듣고자 합니다’ ‘풍요로운 한가위 보내세요’.
지난달 30일 광주 북구 주요 교차로에는 정당과 정치인들이 내건 현수막이 4∼5개씩 어지럽게 걸려 있었다. 원색적인 비난 문구가 적힌 현수막도 보였다.
가로수에 걸린 현수막 밑을 지나던 이모씨(62)가 인상을 찌푸렸다. 이씨(62)는 “현수막이 너무 많아서 시선이 분산되고 정신이 없다”면서 “막말까지 적힌 현수막을 언제까지 두고 봐야 하느냐”고 말했다.
추석을 앞두고 광주 도심 곳곳이 또다시 ‘현수막’으로 뒤덮이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과 입지자들이 내건 현수막이 난립 중이다.
정당 현수막은 헌법이 보장하는 ‘정당 활동 자유’를 위해 일반 현수막과 달리 사전에 허가 또는 신고를 받지 않고 설치해도 된다. 장소 제한 없이 설치가 가능하지만 2024년부터 일부 제한 규정이 신설됐다.
정당 현수막은 15일 이내의 게시기간과 정당 명칭, 연락처, 글씨 크기 등을 지켜야 한다. 교차로 5m 이내와 횡단보도·버스정류장 10m 이내에 현수막을 걸 때는 아랫부분 높이가 2.5m 이상 이어야 한다.
도심 현수막 상당수는 이 기준을 지키지 않고 있다. 동구 한 버스승강장 옆에 설치된 정당 현수막은 보행자 허리 높이 정도에 설치됐다. 북구 횡단보도 인근 현수막도 아랫부분 높이가 2m에 미치지 못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입지자들이 이름을 알리기 위해 현수막을 건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당 대표나 당원협의회장이 아닌 사람들이 자신의 이름을 정당명과 함께 표시하면 개인 현수막으로 분류돼 사전 신고하지 않으면 모두 불법이다.
지난해 광주시가 진행한 시민 설문조사에서는 83%가 “불법 현수막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시는 추석을 앞두고 불법 현수막이 늘어나자 5개 구에 “정당 현수막 등 불법 현수막 정비를 철저히 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자체는 눈을 감고 있다. 광주 5개 구청 중 불법 정당 현수막에 과태료를 부과한 사례는 광산구가 유일하다. 다른 구청은 민원이 접수되면 이를 철거하기만 한다.
반면 광산구는 불법이 명확한 경우 각 정당에 과태료 처분을 하고 있다. 지난 8월까지 광산구는 120건의 불법 정당 현수막에 대해 384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단속반이 직접 현수막 높이나 글자 크기 등 위법 여부를 확인하면서 광산구 관내 불법 현수막은 눈에 띄게 줄었다.
박병규 광산구청장은 “현수막 단속의 공정성을 위해 정당 현수막도 불법이 확인될 경우 ‘무관용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면서 “흔들림 없이 불법 현수막 난립을 막아 깨끗한 거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정부로부터 빚 독촉을 받고 있는 국가유공자들과 주변인들이 48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중에는 10년 이상 빚을 갚지 못한 이들이 상당수여서 채무상환 지원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캠코가 2014년부터 올해 8월까지 국가보훈부로부터 추심을 위탁받아 관리 중인 국가채권은 7215건이었다. 대상자는 4811명, 금액은 318억원이다. 캠코는 이들을 대상으로 주소 및 거소 확인, 재산 조사, 납부 촉구 등 추심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보훈부가 위탁한 이들 채권은 유공자와 그 유족, 이해관계인(보증인) 등에게 지원한 대부원리금 체납액이다. 정부는 국가유공자 생활 안정을 위해 장기·저금리의 ‘나라사랑대출’을 운용하고 있으나, 대상자 중 생계가 어려운 이들이 많다 보니 연체 사례가 늘어 문제가 됐다. 최근 5년간 캠코에 위탁된 채권만 3213건이었다.
추심 대상 중에는 장기 연체자가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위탁된 3213건 중 10년 이하 연체 채무는 1278건으로 39.8%였으나, 10년 이상 연체는 1935건으로 전체의 60.2%에 달했다.
대출을 받은 유공자 본인뿐만 아니라 이들의 지인도 추심 대상자 중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최근 5년간 추심 대상이 된 2746명 중 절반가량인 1330명이 보증인이었다.
보훈부는 나라사랑대출 대상자들 중 실직, 휴·폐업, 질병·상해로 인한 입원 등에 해당하는 경우 상환을 유예하고, 원리금 상환을 마치면 연체이자를 감면하고 있다. 다만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 이들에 대한 대대적인 탕감이나 소각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정부는 ‘새도약기금’이란 이름으로 장기연체채무 지원에 돌입했으나, 이들의 경우 국가채무자라 지원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 의원은 “국가를 위해 헌신한 유공자와 그 가족이 채권 추심에 시달리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보훈은 유공자의 명예를 기리는 것을 넘어 일상의 무게를 함께 짊어지는 일인 만큼, 보훈부는 유공자 지원을 강화하고 장기연체에 대한 실질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