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 팔로워 늘리기 지난 26일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대전 본원 화재로 정부 전산망이 장애를 겪는 사태를 계기로 근거 없는 ‘혐중’ 음모론이 퍼지고 있다. 이 사태의 배후에 중국이 있다는 밑도 끝도 없는 주장이 SNS에 올라오고 유튜버들이 이를 인용하면서 확산에 앞장서는 양상이다.
지난 3월 영남지역에 산불이 났을 때도 “중국인이 개입돼 있다”는 음모론이 퍼졌다. 국가적 재난·사고가 날 때마다 근거 없이 특정 국가 혹은 민족의 범행으로 단정 짓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지난 26일 밤부터 엑스에는 국정자원 화재 사고와 관련해 “한국의 모든 민간데이터를 중국에 넘기려는 시도”라거나 “공교롭게 중국인 무비자 입국 시행 직전 주말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구독자 22만여명을 보유한 한 유튜버는 영상에서 ‘국정자원 화재가 단순 화재가 아닌 ‘작전명 화재차이나’이며, 부정선거 데이터를 모두 사라지게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 유튜버 전한길씨도 “국정자원 화재로 전산화가 망가져 수기 작성으로 입국하는데, 신분증도 아무거나 복사해 내면 된다”며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은 제2의 홍콩·신장위구르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음모론은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확산했다. 보수단체 ‘민초결사대’는 지난 29일 서울 영등포구에서 집회를 열어 “진상규명이 될 때까지 중국인 무비자 입국을 한시 보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 단체는 서울 명동 일대에서 ‘혐중 집회’를 벌이다 경찰에 집회 제한 통고를 받았다.
법무부는 28일 음모론을 반박하는 설명자료를 냈다. 법무부는 “출입국관리정보시스템은 법무부 소속 기관에서 별도 관리돼 이번 화재와 관계가 없다”며 “출입국 심사 관련 기능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정치인까지 ‘혐중’ 발언을 쏟아냈다.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9일 “무비자 입국 중국인들의 범죄행위·전염병 확산에 국민들이 유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재난 상황에서 음모론이 반복되는 현상에 대해 “혐오 문제가 레드라인을 넘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라며 “이대로 두면 어떤 집단에 대해서든 차별·혐오가 재생산되고 정당화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혐중’에 초점을 두는 것을 넘어 어떤 집단에 대해서든 혐오·차별을 용인하지 않는다는 사회적 메시지를 보여줘야 할 때”라며 “혐오·차별금지법 제정 등 근본적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30일 오전 8시 기준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로 피해를 본 시스템 중 85개가 복구됐다고 밝혔다.
중대본에 따르면 가동이 중단된 1등급 시스템 36개 중 20개(55.6%)가 정상화됐다. 정부는 이번 사고로 정부 서비스가 중단된 647개 시스템 목록과 복구 계획을 이날 공개할 예정이다.
또 추석 명절을 앞두고 큰 수요가 예상되는 인터넷우체국과 우편물류 시스템이 우선 복구됐으며, ‘복지로’, ‘사회보장정보 포털’ 등 사회복지 관련 서비스도 운영을 재개했다.
정부는 특히 정부 전산망 마비 사태를 틈타 정부기관을 사칭한 스미싱과 피싱 범죄 피해를 입지 않도록 대응 요령을 적극 안내하고, 경찰청과 금융당국 등 관계기관이 협력해 범죄 차단과 피해 예방 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시스템이 정상화될 때까지 서비스별 대체수단을 제공하고, 납부기한 연기, 수수료 면제 등 국민의 민원과 행정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호중 중대본 본부장(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중대본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무엇보다도 투명한 복구 작업을 진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