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 “비바 라 레볼루시옹!”(¡Viva la Revolución!)
좀도둑을 연상시키는 검정 비니, 10년은 더 입었을 것 같은 셔츠, 우스꽝스러운 선글라스까지. 허름한 차림새의 레오나르도 디캐프리오가 한 주먹을 치켜 들며 “혁명 만세!”를 외친다. 영어도 아닌 스페인어로.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의 신작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이 장면처럼 혼란한 에너지로 충만하다.
디캐프리오가 연기한 ‘밥 퍼거슨’은 과거 시민 혁명 조직 ‘프렌치 75’에서 폭탄을 만들던 운동가였다. “자유를 위해선 혁명적 폭력이 필요하다”는 믿음 아래 연인 퍼피디아(테야나 테일러) 등 동료들과 각종 기관을 쳐들어가던 그의 젊은 날은 낭만적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퍼피디아와의 아이가 태어나고 밥이 혁명보다는 육아에 전념하고 싶어진 무렵, 정부가 프렌치 75의 소탕에 나서며 밥은 딸 윌라(체이스 인피니티)와 함께 도망자 신세가 된다. 부녀는 미국 내 미등록 이민자에게 우호적인 지역을 말하는 생추어리 시티(성역 도시) 중 한 곳인 ‘박탄 크로스‘에 자리 잡는다.
영화는 그로부터 16년이 흐른 뒤 과거 프렌치 75를 추적하던 ‘스티븐 록조’(숀 펜) 대령이 모종의 이유로 동네를 찾아와 윌라를 납치하며 벌어지는 추격극을 그린다. 긴 세월 동안 마약 등에 중독돼 폐인처럼 살았던 밥은, 딸을 찾기 위해 잊었던 암구호 등 과거의 실패한 낭만을 기억해내야 하는 여정에 오른다.
앤더슨 감독은 미국 작가 토머스 핀천의 소설 <바인랜드>(1990)에서 영감을 받아 작품을 구상했다. 소설이 1960년대~1980년대의 히피·급진주의자 세대를 그린다면,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과 맞닿아 있는 얘기다.
과거 밥과 동료들은 이민자 수용소에 갇힌 사람들을 구출했었다. 이 과거가 젊은 날 사상의 실천을 위한 행위였다면, 신분을 바꿔 도망한 밥은 라틴계 이민자가 많은 동네에 숨어 살며 그 일원이 된다.
여정에서 세르지오(베니시오 델 토로)등 이민자 커뮤니티 사람들은 최고의 조력자다. 이들은 쫓기는 게 일상인 듯, 공권력이 단속을 들어왔을 때 어떻게 해야 빠져나갈 수 있는지를 꿰고 있다. 앤더슨 감독은 작품의 진정성을 높이기 위해 멕시코와 미국 국경을 맞댄 미국 텍사스주 엘파소 등 도시의 실제 공간에서 촬영을 진행하며, 엑스트라로 실제 지역민들을 섭외했다.
이 힘없는 자들이 연대를 통해 탈출로를 여는 대척점에는 록조 대령으로 대표되는, ‘순혈주의자’가 되고 싶은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있다. 앤더슨 감독은 현대판 KKK(쿠 클럭스 클랜)라고 할 만한 사상의 백인 권력자들을 냉소적인 태도로 우스꽝스럽게 그린다. ‘크리스마스 모험가 클럽’이라는 권위를 찾아볼 수 없는 이름의 조직 구성원들은 무게 잡고 모여 하등 쓸데없는 이야기를 나눈다.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이민자에 대한 배척·배제를 강화하는 트럼프 시대, 촌스럽지만 낭만적인 ‘레볼루시옹(혁명)’을 외치는 정치적인 영화다. 과거 밥과 동료들의 ‘폭력적 혁명’이 극 중 명백히 실패했다는 점에서 영화가 말하는 ‘혁명’은 폭력을 조장하기보다는 ‘인간애를 되찾자’는 구호로 들린다.
디캐프리오의 페이소스 넘치는 연기, 영국 록밴드 라디오헤드의 기타리스트 조니 그린우드의 긴장감 넘치는 음악, CG(컴퓨터 그래픽)를 최소화한 자동차 추격씬 등 즐길 거리도 풍부하다. 특히 사막을 배경으로 거센 파도의 물결처럼 굽이치는 도로에서 촬영된 클라이맥스 추격 장면은 시각적으로 강렬한 체험을 선사한다. 10월1일 개봉. 161분. 15세 이상 관람가
여야가 29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를 두고 ‘네 탓’ 공방을 이어갔다. 여당은 “명백한 윤석열 정권의 직무유기로 인한 사태”라고 말했고, 야당은 “이재명 정권이 사법 파괴와 입법 독재에 몰두하는 사이 민생에 심각한 구멍이 뚫리고 있다”고 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께서 미국에서 돌아오자마자 한숨 돌릴 틈도 없이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와 관련한 비상대책회의를 주재했다”며 정부가 이번 사태 수습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정부는 신속히 상황을 수습해 한시라도 빨리 CC(폐쇄회로)TV를 정상 가동시키고, 국민 불안을 해소할 수 있게 만전을 다해달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 대표는 “사건·사고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고, 이를 최대한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사건·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에 대처할 능력, 다시는 이런 사건·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는 노력에서 나라의 역량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도 신속한 복구와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는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도움 줄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돕겠다”고 했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수습과 대책 마련에도 여야 없이 힘을 모아야 한다”며 야당의 협조를 촉구했다.
여당은 윤석열 정부 시절인 2023년 발생한 ‘국가 전산망 마비 사태’ 등을 언급하며 전임 정부에서 시정하지 않아 빚어진 문제라고 강조했다.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은 “당시 감사원은 재난 대비 대책 마련을 권고했으나 이를 무시한 윤석열 정권의 무능력, 무대책에 해탈하지 않을 수 없다”며 “명백한 윤석열 정권의 직무유기로 인한 사태”라고 말했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세 군데로 흩어진 국가 정보 시스템을 공주로 백업하기로 한 작업은 윤석열 정부 때 예산이 삭감되면서 지연됐다”고 말했다.
여당 책임을 회피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장철민 민주당 의원은 BBS라디오 인터뷰에서 “둘(윤석열·이재명 정부) 다 문제”라며 “어떻게 보면 민주당도 당시 국가 전산망의 이중화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국회나 당 차원에서 팔로업을 안 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를 고리로 정부 책임론을 부각하며 대여 공세를 강화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인천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국가 전산망 마비 사태는 절대 일어나선 안 되는 허술한 관리 행태가 국민 생활과 사이버 보안의 큰 위기를 초래한 것”이라며 “정부는 화재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 정권이 사법 파괴와 입법 독재에 몰두하는 사이에 민생에 심각한 구멍이 뚫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국가적 대참사”라며 “민주당은 명확한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우리 당은 국정조사를 요청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