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요양병원 조국 조국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대미투자 펀드 3500억 달러(약 490조원)가 ‘선불’이라고 언급한 데 대해 “수탈과 예속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국회가 대미 투자 요구에 대해 ‘즉각 철회 요구’를 결의하자고 밝혔다.
조 비대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혁신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관세 폭탄과 3500억달러 선불 압박은 투자 협정의 외피를 두른 불평등 조약”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조 비대위원장은 “3500억달러를 단기간에 미국에 보낼 경우,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사태가 발생할 것이고, 한국의 외환보유고도 바닥을 보이게 될 것”이라며 “국가 간의 투자는 상호호혜적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미 무역협상에 대한 국회의 역할도 강조했다. 조 비대위원장은 “대한민국의 경제주권이 달린 문제”라며 “국회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이재명 대통령에게 힘을 모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과 국익을 대표하는 국회가, 대한민국에 대한 (미국의) 일방적 대미 투자 요구의 ‘즉각 철회 요구’를 결의해야 한다”고 했다.
조 비대위원장은 “대한민국 노동자들을 쇠사슬로 감은 야만적 조치에 대한 미국 정부의 공식 사과와 보완 대책도 요구해야 한다”며 “최근 개혁5당(민주당·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이 이런 요구를 담은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당장 본회의를 열어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이를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에 보내자”고 말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국회를 지렛대 삼아 당당하게 협상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자”고 했다.
조 비대위원장은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를 두고는 “이번 사태는 현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며 “역대 정부의 안일함과 실책이 누적된 총체적 결과”라고 말했다.
한국이 미국과 후속 관세협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의 3500억달러 ‘현금 투자’ 압박에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일(현지시간) 3500억달러는 15% 관세를 위한 “선불”이라고 했다. 미국 요구대로 하면 외환위기마저 우려되는 한국 처지엔 아랑곳하지 않는 막무가내식 요구다. 이 여파로 26일 환율이 1400원대로 급등하고 코스피가 2.45% 급락하며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국민들의 불안한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27일 방송에 나와 “우리가 3500억달러를 현금으로 낼 수는 없다”며 “대한민국 누구라도 인정하는 사실”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트럼프 정부는 한술 더 떠 일본(5500억달러) 수준으로 투자 증액을 요구하고, 의약품에 100% 관세를 물리겠다며 압박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골대를 옮겨가며’ 투자를 겁박하는 미국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외환보유액의 80%가 넘는 3500억달러를 현금으로 투자하라는 요구는 한국의 경제여력으로 볼 때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방안이다. 미국의 압박이 선을 넘었다는 데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보수·진보를 떠나 이견이 없을 것이다. 달러 유출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이 외환위기로 치달을 가능성 외에 국내 산업 공동화도 걱정해야 한다. 게다가 막대한 자금을 어디에 투자하고 수익을 얼마나 받을지조차 불확실한 ‘묻지마’ 투자다. 이런 ‘팔 비틀기’식 요구로 경제와 민생이 흔들린다면 미국에 대한 한국 국민의 반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는 미국도 바라는 바가 아닐 것이다.
정치가 불안해하는 국민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어야 한다. 정치권이 ‘초당적 대처’를 실천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만으론 미국의 협박성 요구를 감당하기가 버겁다. 정치권과 국민이 하나의 목소리로 ‘3500억달러 투자의 무리함’을 지적하고 ‘호혜적 합의’를 촉구할 때 협상에도 힘이 실릴 것이다.
국회 5당 의원 65명이 25일 ‘미국의 일방적 대미 투자 요구 철회’를 촉구 결의안을 공동발의한 바 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만 빠져 있다. 미국의 부당한 압박에 대한 문제의식은 국민의힘 지지층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국민의힘도 동참해 국민의 의지를 미국에 보여줄 필요가 있다. 정부·여당의 노력도 필요하다. 정부조직법 합의 파기처럼 제1야당을 ‘유령’시해선 국론을 모으기 어렵다. 이 대통령도 필요하다면 여야 대표들을 만나 협력을 요청하길 바란다.
한국 주식·통화·국채 가치가 동반 추락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에 경고등이 켜졌다. 미국과의 관세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여파로 풀이된다. 증시와 환율, 채권이 동시에 영향을 주며 국내 금융시장이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통상 연휴 전후로 변동성이 확대되는 만큼 국내 금융시장은 당분간 ‘살얼음판’ 행보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전날보다 11.8원 오른 달러당 1412.4원(주간종가 기준)에 마감했다. 지난 5월 이후 최고치로, 일주일 새 20원가량 오를 정도로 원화 가치가 급락했다.
증시도 상승세가 멈췄다. ‘반도체 사이클’과 상법 개정 영향으로 랠리를 이어온 코스피는 같은 날 85.06포인트(2.45%) 급락한 3386.05에 마감하며 10거래일 만에 3400선을 내줬다. 외국인은 이날 하루 유가증권시장에서 5200억원을 순매도했다.
국채시장도 휘청했다. 통화정책 전망을 반영하는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연 2.562%에 거래를 마치며 지난 4월2일(2.584%) 이후 반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고채 3년물은 지난해 5월2일부터 기준금리보다 낮았지만 최근 일주일간 0.121%포인트 급등(가격 하락)하면서 지난 25일부터는 기준금리를 웃돌고 있다. 채권금리 상승은 채권 가치가 하락했다는 뜻이다.
국내 금융시장의 약세 배경에는 교착 상태에 빠진 미국과의 관세협상이 깔려 있다. 특히 미국의 투자 요구액이 ‘3500억달러’에서 일본과 같이 ‘5500억달러’로 커질 수 있다는 불안이 고조되며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예상보다 선방한 미국 경제로 금리 인하 기대감이 물러가고, 인공지능(AI) 산업 과열론까지 불거지면서 대외 여건도 녹록지 않다.
다시 강달러 조짐…한은, 금리인하 부담
집값 상승에 더해 환율 변동성까지 크게 확대되면서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리기는 더 어려워졌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 4개월간 주로 1350~1400원 범위 내에 머물던 환율이 1410원대로 높아졌는데, 이 부분이 통화정책 기대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문제는 고환율이 증시와 채권시장에 동시에 충격을 주며 악순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환율 급등과 변동성 확대는 위험회피 심리를 키우고,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환차손 우려로 국내 주식과 채권을 꺼리게 만든다. 이로 인해 증시 수급이 악화하고, 다시 원화 약세를 부추겨 환율이 추가로 상승하는 악순환이 전개될 수 있다.
시장은 한·미 관세협상 타결을 돌파구로 보고 있다. 특히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협상의 고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의 조정은 관세협상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선반영된 결과”라며 “협상이 극단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은 낮지만 협상이 결렬되면 코스피 약세가 장기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