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이혼전문변호사 ‘동시 운영형’ 시스템 안 갖추고데이터 백업에 초점 맞춰 대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센터가 화재나 지진 등으로 한꺼번에 소실될 경우 실시간 백업된 자료로 3시간 이내 복구할 수 있도록 구축되어 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2022년 10월19일 강동석 전 행정안전부 국가정보자원관리원장·사진)
3년 전의 호언장담이 무색해졌다. 국정자원의 전산망은 왜 맥없이 마비됐을까. 통신업계 안팎에서는 ‘이중화’ 미비를 주원인으로 지적한다. 정부가 발표했던 것과 달리 재난복구(DR) 시스템을 제대로 갖춰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산시스템의 ‘이중화’ 혹은 ‘이원화’란 유사사태를 대비해 물리적으로 분리된 곳에 똑같은 시스템을 구축해놓는 것을 말한다. 전산시스템이 완전히 망가지더라도 ‘쌍둥이’ 예비 시스템으로 전환돼 서비스의 연속성을 담보할 수 있다. 2022년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로 발생한 ‘카카오톡 먹통’ 사태 역시 이중화 대비 부재가 원인이었다. 국회는 이후 네이버·카카오 등 주요 플랫폼의 데이터센터에 법적으로 이중화 의무를 부과했다.
정작 정부전산망 이중화는 미진하다는 사실이 이번 사태로 드러났다. 국정자원은 전날 “재난복구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만 최소한의 규모로 돼 있고, 스토리지나 데이터 백업 형태로만 돼 있는 것도 있다”고 밝혔다. 서비스가 중단되지 않고 이어지는 이중화를 위해서는 동일한 클라우드 환경도 함께 준비해두는 ‘동시 운영형’(액티브-액티브) 재난복구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데이터 백업’에만 초점을 맞춰 대비해온 것이다.
국정자원은 ‘동시 운영형’ 재난복구 시스템 구축은 막 첫발을 뗀 상태였다고 밝혔다. 이재용 국가정보자원관리원장은 “(과거 2023년) 행정전산 장애 이후에 ‘액티브 스탠바이’ 형태의 재해복구 시스템이 아니라 ‘액티브-액티브’ 형식의 재해복구 시스템을 개발하기로 하고 지난해 컨설팅에 이어 올해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3년 전 정부는 ‘동시 운영형’ 재난복구 시스템도 갖추지 않은 채로 “3시간 이내 복구”를 공언한 셈이다.
김형중 호서대 석좌교수는 “2023년 행정전산망 장애 당시 더 심각한 일이 발생할 것을 염두에 두고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면서 “이번 사태는 국가전산망 관리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현실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2023년 행정전산망 장애는 네트워크 장비 불량 등의 문제로 ‘정부24’ 등이 사흘간 먹통이 됐던 사태를 말한다. 당시에도 ‘동시 운영형’ 재해복구 시스템 구축이 대책으로 꼽혔다.
재외동포청이 지난해 ‘이승만 우상화’ 단체를 동포단체 지원 사업 대상으로 선정해 보조금을 지급한 배경에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한 이서영 주호놀룰루 총영사의 ‘지원 필요’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미 양국에서 부정선거 음모론 확산을 주도한 애니 챈이 운영하는 단체와 리박스쿨 손효숙 대표가 공동대표를 맡은 단체 등이 이 동포단체를 후원하는 기관에 이름을 올렸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이재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9일 재외동포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당시 이 전 영사는 ‘2024년도 차세대 단체 지원 사업’에 신청한 KHHC(한·하와이 역사클럽)의 ‘차세대를 위한 이민 사적지 현장 세미나’에 대해 “향후 차세대 한인들의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선 금번 사업이 반드시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전 영사는 “한·하와이 역사를 탐구하는 차세대 단체로서 금번 세미나를 통해 하와이 한인 이민 역사를 체험하고,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며 이같이 의견을 냈다. 재외동포청은 단체가 신청서를 제출하면 공관 의견을 받아본 뒤 심의위를 열어 지원 여부를 심의한다.
KHHC는 이승만 전 대통령을 다룬 다큐 영화 <건국전쟁>을 단체 관람한 청소년 단체로, 복수의 극우 단체가 이 단체를 후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KHHC가 동포청에 지원을 요청한 사업은 미국 거주 중인 중·고등학교 재학생을 대상으로 이틀에 걸쳐 이 전 대통령 등이 설립한 동지식산회사 등을 방문하는 역사 탐방과 대한민국 건국 역사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한·미 동맹과 국가 안보 등에 대한 강연을 진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당시 동포청 검토심의위원회는 “사업 성격을 고려했을 때 차세대를 위한 사업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단체 대표가 고등학교 재학 중인 점을 고려하면 사업의 신뢰도에 의문이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다만 심의위는 “공관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3000불(400여만원) 지원 검토”라고 부연했다. 심의위의 우려에도 공관 의견이 주효하게 반영돼 단체에 대한 보조금 지급이 결정된 것이다.
KHHC와 극우단체들의 연관성은 동포청에 제출된 보고서에도 드러났으나 걸러지지 못했다. 동포청이 제출받은 ‘보조금 집행 결과 보고서’에는 KHHC의 후원 및 협조 기관으로 ‘The Founding President Syngman Rhee Society’(건국대통령 이승만 협회)가 명시됐다. 이 협회의 CEO(최고경영자)는 한·미 극우운동의 대표인사로 꼽히는 애니 챈으로, 윤석열 정부에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해외 직능운영위원에 임명되기도 했다.
리박스쿨 손효숙 대표가 공동대표를 맡은 우남네크워크를 비롯해 우호문화재단 등도 후원기관으로 이름을 올렸다. 리박스쿨은 지난해 6월 KHHC의 용산 대통령실 견학을 주선했다.
KHHC의 이 같은 행보는 동포청이 공지한 ‘지원 불가 대상’(종교 활동 또는 국내 정치 관련 사업)에 해당한다는 게 이 의원의 주장이다. 이 의원은 “재외동포청이 보조금 집행 내역에서도 회계적인 부분만을 관성적으로 검토해 문제의 단체를 여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윤석열 정부가 임명한 재외공관과 민주평통 인사들이 차세대 극우를 양성하기 위해 하와이에서 조직적으로 재외동포청 사업을 악용한 것이 아닌지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동포청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공관에서 적극 지원해 달라고 해 심의위에서 크게 의심하지 않았는데, 저희 불찰이 맞다”고 말했다. 보조금 집행 결과 보고서에 대해선 “집행을 어떻게 했는지에 초점을 맞춰 봐서 (문제의 후원기관들을)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단체에 올해 지원한 3000달러는 회수했다”며 “공관 내부적으로도 심의위 기능을 만들어 검토 절차를 보강하는 등 심의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