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형사전문변호사 검찰청 폐지를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지난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검찰은 내년 하반기 간판을 내리게 됐다. 1948년 8월 검찰청법이 제정·공포되면서 법원으로부터 독자적인 조직을 구축한 지 78년 만이다.
검찰은 일제강점기 비대했던 초법적 경찰 권력을 통제하려는 목적으로 설립됐다. 1982년 ‘단군 이래 최대 금융사기’라 불린 이철희·장영자 사건 수사, 1995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구속 기소, 2002년 불법 대선자금 수사 등 대형 비리 수사로 국민적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수사·기소권을 모두 가진 검찰은 자신을 통제하지 못했다. ‘대검 중수부(대검찰청 중앙수사부)’로 대표되는 검찰권 남용 사례가 쌓이면서 권력기관화된 검찰에 대한 비판이 커졌다. 검찰은 “가장 잘 드는 ‘칼’을 입맛대로 써먹으려는 정치 권력이 문제”라고 항변했지만 검찰총장 출신인 윤석열 전 대통령 시절 ‘정치검찰’의 폐해는 극에 달했다. 결국 반헌법적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 탄핵과 함께 검찰도 몰락의 길로 향했다.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 분리라는 대원칙은 굳어졌다. 검찰의 역할은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공소청, 부패·경제·선거 등 9대 주요 범죄를 수사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으로 쪼개진다.
형사사법체계를 전면 개편하는 만큼 과제가 적지 않다. 검찰제도개혁 태스크포스에서 제도를 세부적으로 설계할 계획이지만 1년이라는 시간 안에 제대로 마련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의견이 많다.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을 개편하는 데에만 수년이 걸릴 거란 전망도 있다.
가장 큰 관심사는 공소청의 권한이다. 공소청에 ‘보완수사요구권’만 부여할 것인지, ‘보완수사권’을 줄 것인지의 문제다. 법조계에선 실체적 진실 규명과 원활한 공소 유지를 위해선 공소청이 보완수사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보완수사권이 없으면 2021년 수사권 조정 이후 검경 간 ‘핑퐁’으로 늘어난 장기 미제사건이 더욱 증가할 거란 우려도 제기된다.
1차 수사기관이 수사를 마친 모든 사건을 공소청에 넘기도록 할 것인지(전건 송치), 공소청이 1차 수사기관에 대한 수사지휘권(수사감독권)을 갖도록 할 것인지도 쟁점이다. 경찰 등 수사기관의 수사권 남용이나 수사를 덮어버리는 ‘사건암장’을 막으려면 이런 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수사·기소 분리 원칙이 개혁의 큰 방향은 될 수 있지만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며 “검찰(공소청)은 (연간) 200만건 이상 사건을 처리하는 경찰의 수사권 남용을 억지하는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전건 송치와 보완수사”라고 썼다.
검사 2300여명을 포함해 1만명 넘는 검찰 인력을 공소청과 중수청에 재배치해 역량을 온전히 발휘하도록 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과제다. ‘검찰’ 명칭 삭제를 둘러싼 위헌 논란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한상대 전 검찰총장이 회장인 검찰동우회는 “헌법은 검찰총장 임명과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대해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며 개정 정부조직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26일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 4개뿐만 아니라 비쟁점 법안 69개에 대해서도 모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경우 최장 69박 70일간 필리버스터가 이어지게 된다.
신동욱 최고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69개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에 대해 “다 계속할 것”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이) 얼마나 잘못된 일을 하고 있는지 국민께 어떤 방식을 통해서라도 알려야 한다는 절박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모든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가 이루어지면 다음달 13일 시작될 예정인 국정감사 기간에도 필리버스터가 진행된다. 신 최고위원은 “국감은 예정대로 한다”며 “민주당 입장에서도 법안 한 건의 필리버스터가 끝날 때마다 180명의 의원이 계속 모여야 하는 상황이지 않냐. 그것에 대해서는 여당 지도부가 더 부담이 클 것”이라 말했다. 그는 “여당도 저희가 왜 이런 것까지 하게 됐는지 충분히 논의하셔서 국정 운영 방식을 지금이라도 바꾸라”고 말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무위 소속 의원들의 저항과 무제한 필리버스터 압박, 금감원(금융감독원) 직원들의 투쟁 덕에 금융 감독체계의 졸속 개편 시도는 무산시키는 데 성공했다”며 “그러나 정부·여당이 이를 핑계로 필리버스터를 멈춰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두꺼비 동요만도 못한 놀부 심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전날 쟁점 법안인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시작했다. 1번 타자로 나선 박수민 의원은 전날 오후 6시30분쯤부터 이날 오전 11시42분까지 총 17시간 12분간 발언하며 역대 최장 필리버스터 기록을 세웠다.
박 의원은 필리버스터를 시작하며 “윤석열 정부에서 정부 조직 개편을 할 때 3개 개편안을 처리하는 데 걸린 시간이 넉 달이었는데 민주당은 총 13개 항목에 걸친 방대하고 심대한 조직 개편안 통과를 열흘 만에 시도하고 있다”며 “상임위 토론이 있었다면 무제한토론까지는 하지 않았을 것”이라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6~7시쯤 필리버스터를 표결로 강제 종료한 후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예정이다. 국회법에 따라 필리버스터는 시작 후 24시간이 지나면 재적 의원 5분의 3이상(180명 이상)의 찬성으로 종결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원내에서는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는 한편 장외 투쟁으로 여론전을 펼 예정이다. 지난 21일 대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연 것에 이어 오는 28일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사법파괴 입법독재 국민 규탄대회’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