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마케팅 대학병원은 인간을 겸손하게 한다. 아픈 이들이 이렇게나 많은가. 삶과 죽음이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 환자와 그 곁을 지키는 이들, 떠날 사람과 남겨질 이들이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에서 우리가 본래 어떤 존재였는지를 조용히 생각해본다. 그러다 보호자 대기 공간에 설치된 텔레비전에서 국회 법사위 장면을 보게 되었다. 우리 사회는 대체 언제까지 저런 정치를 인내할 수 있을까. 양당 독과점 정치도 지켜보기 괴로운데, 제3당과 위성 정당의 정치인들까지 우리를 힘들게 한다.
권력 악용한 죄로 몰락한 윤석열
정치에서의 오만(hubris)은 처벌을 받는다. 정치사상가들 모두가 힘주어 경고한 사실이다. 과시의 수단이 된 권력은 흉기다. 힘과 권력은 절제의 덕목이 함께할 때만 선용할 수 있다. 윤석열이 좋은 사례다. 윤은 오만했고 제멋대로였으며 그래서 처벌을 받게 되었는데, 많은 의원이 교훈을 얻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윤은 실력으로 대통령이 된 사람이 아니다. 그는 적폐 청산을 위해 키워진 사람이고, 그 기회를 이용해 권력을 쥐었던 자다. 그의 손에 박근혜가 당했고 유서 깊은 한 보수 정당이 망가졌다. 윤의 성공은 검찰의 정치화가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알게 했다. 그의 몰락은 권력을 악용한 죄의 결과다. 그런데 지금은 법사위의 오만이 위험 수위다.
우리가 언제 이 행성을 떠나게 될지는 ‘자연의 섭리’가 주관하는 일이지만 어떤 국가를 만들고 어떤 공동체를 가꾸며 어떤 삶을 살게 될지는 ‘인간의 기예’가 결정한다. 이를 말한 이는 장 자크 루소였다. 루소는 정치 예찬론자였다. 얼마나 더 살다 떠날지는 우리가 정할 수 없으나 우리가 지켜야 할 법을 우리 스스로 만드는 일 정도는 해낼 수 있지 않겠느냐며, 사회적 합의를 최대로 이끌 정치의 힘을 믿어보라고 격려했다. 지금의 법사위를 보면 그런 믿음에 회의가 든다.
정치는 중요하다. 정치의 실력이 어떠냐에 따라 나라마다 민주주의의 모양새가 다르다. 미국 민주주의 다르고 독일 민주주의 다르다. 영국 민주주의와 프랑스 민주주의가 같지 않고 일본 민주주의는 물론 한국 민주주의와도 다르다. 같은 민주주의 국가 안에서도 어제의 민주주의와 오늘의 민주주의가 다르고, 내일의 민주주의를 다르게 만드는 것 또한 그 나라 정치의 실력이다. 법사위는 정치를 파괴하는 실력자들이 모인 곳이다.
정치는 그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같은 언어를 쓰는 민주주의 국가라도 영국 정치와 미국 정치는 다르며 영국 사회와 미국 사회가 같지 않다. 같은 연방제 국가이지만 독일 정치와 미국 정치가 다르고, 그 다른 만큼 두 나라 사회도 다르다. 중앙집권적이고 대통령이 있는 민주주의 국가이지만 프랑스의 지방 현실과 한국의 지방 현실이 다르다. ‘지방이 잘 살아야 선진국’이라는데, 한국은 선진국에 가까울수록 지방이 무너진다. 법사위를 보면 우리 사회가 어떻게 서울의 힘 있는 자들 중심으로 작동하는지를 알게 된다.
오만 수위 넘은 정치인들에 교훈
누구나 겪게 될 삶의 기쁨과 슬픔, 불가피하게 마주하게 될 원치 않는 이별이 우리를 더 존엄한 존재로 만들지 그렇지 않을지의 문제도 잘 생각해보면 정치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부자 나라가 되었다는데, 나이 든 시민의 절반 가까이가 빈곤과 고독사에 내몰리는 현실은 상층 중산층 위주의 정치가 만들어낸 사회적 상흔이다. 장례식은 있으나 애도는 없는 죽음이 일상인 사회도 공동체를 돌보지 않는 정치가 만든다.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인 10대, 20대, 30대, 40대의 삶도 정치와 무관한 일이 아니다. 결혼식은 말할 수 없이 호화로워졌는데 결혼할 수 없는 삶이 늘고 있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
공익에 대한 신념은 없으면서 권력에 대한 야심만 있는 이들이 정치를 주도하면 우리 삶은 견딜 수 없이 고달파진다. 국회에는 살리는 정치가 없고 죽이는 정치가 있다. 정치인이 되어서는 안 될 성정을 가진 이들이 삐뚤어진 야심을 겁 없이 표현하는 곳이 법사위다. 누가 더 큰 목소리로 처벌을 외칠 수 있는지를 경쟁하는 특별 사법부 같다. 품위를 상실한 의원들이 팬덤 시민의 지지를 격려 삼아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공개 심문실처럼 보인다.
정치의 일차적 기능은 시민교육이다. 정치가 사나워지면 시민은 더 사나워진다. 의회는 “선행의 원천”이어야 하고 “처벌은 법의 소관”에 맡기라 했던 몽테스키외의 권력분립론은 기대할 수 없는 비현실이다. 법사위는 국회만 나쁘게 하는 게 아니라 시민사회를 나쁘게 한다. 거대 양당은 다른 것 같지만 닮았다. 상대방 때문에 덕을 본다. 민주당이 윤석열을 낳고 ‘친윤’이 국민의힘을 장악하고 그 덕분에 정청래가 승승장구하고 정청래가 있기에 장동혁이 나오는 정치다. 윤석열은 한국 정치의 악몽이고 네버 엔딩 스토리다.
■공정거래위원회 ◇과장급 승진 △서울지방공정거래사무소 소비자과장 김진업
■산업통상자원부 ◇과장급 전보 △원전산업정책과장 박성진
■인하대 △정석학술정보관장 김영순(10월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