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검사출신변호사 국민의힘이 25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만들어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자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검찰청 폐지와 기획재정부 개편을 뼈대로 한다.
국민의힘은 이날 열린 본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상정하자 필리버스터를 시작했다. 박수민 의원이 첫 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내용 전반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날 본회의 개최에 앞서 여야 원내대표는 우 의장 주재로 만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비롯한 쟁점 법안 처리를 놓고 막판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합의된 법안을 먼저 처리하자고 요구했지만, 민주당은 정부조직법 등 주요 쟁점 법안을 우선 통과시켜야 한다는 뜻을 고수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와 회동 뒤 당 의원총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안, 국회법 개정안,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 등 4개 법안에 필리버스터를 하겠다고 밝혔다.
송 원내대표는 “충분히 시간을 갖고 좀 더 논의해도 아무런 문제 없는 것을 일방통행식으로 강압적으로 통과시키려는 부분에 대해 함께 할 수 없다”며 “강한 반대의 뜻을 국민 앞에 보여줘야 한다는 의원들 총의를 모았다”고 말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검찰청을 폐지해 법무부 산하 공소청과 행정안전부 산하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고, 기획재정부를 재정경제부와 국무총리 소속 기획예산처로 분리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금융위원회의 국내 금융 정책 기능을 재정경제부로 넘기고 금융위를 금융감독위원회로 개편하는 방안은 이날 오전 여당·정부·대통령실의 결정에 따라 제외됐다.
방송통신위원회를 폐지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를 신설하고, 환경부에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업무(원전 수출 부문 제외)를 넘겨 기후에너지환경부로 개편하며, 산업통상자원부를 산업통상부로 개편하는 방안도 담겼다. 여성가족부 명칭을 성평등가족부로 변경하는 내용 등도 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가 시작된 직후인 오후 6시30분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 의원들이 24시간 뒤 표결로 필리버스터를 해제해 오는 26일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 방송미디어통신위 설치법안과 국회법 개정안,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이 하루 단위로 순서대로 상정돼 같은 절차를 밟아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
방송미디어통신위 설치법안은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신설될 방송미디어통신위 업무와 조직을 규정했다. 이 법이 시행되면 내년 8월까지가 임기인 이진숙 현 방송통신위원장은 자동 면직된다.
국회법 개정안은 정부조직법 개정에 따라 국회 각 상임위원회 명칭과 소관 업무를 조정하는 내용이다.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은 본회의가 의장 명의로 위증죄 등에 대해 고발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검찰 외에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나 경찰에 고발할 수 있게 했다.
지난 5년간 재판에 넘겨진 경찰관이 14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음주운전이 가장 많았고, 성범죄 혐의를 받은 이들도 100여명에 달했다.
2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확인한 자료를 보면 2020년부터 2025년 8월까지 범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찰관은 1462명이다.
범죄 유형별로 보면 음주운전이 328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교통사고가 205명이었다. 음주운전을 하자다 교통사고를 낸 사례도 18명이었다. 성범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찰관은 130명으로 나타났다.
계급별로 보면 경위가 581명으로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이어서 경감 269명, 경사 210명, 경장 181명, 순경 147명, 경정 48명, 총경 13명, 경무관 7명, 치안감 2명, 치안정감 2명, 치안총감 1명 순이었다. 고위급 경찰관에는 12·3 비상계엄 사태나 10·29 이태원참사로 재판을 받게 된 이들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기소에 따른 징계 처분은 해임 197명, 파면 96명, 강등 105명 등이었고 1~3개월 기간의 정직(358명)이나 감봉(124명) 혹은 견책(133명) 등 상대적으로 가벼운 징계도 많았다.
위성곤 의원은 “법을 지켜야 할 경찰이 스스로 법을 어기는 것은 국민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다. 특히 현장 일선을 책임지는 조직의 허리인 경위 계급에서 기소가 가장 많이 나타난 것은 경찰 기강 해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며 “ 이제는 승진과 보직 과정에 윤리성과 근무평가를 엄격히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