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기부전치료제구입 “마에스트로(얍 판 츠베덴 서울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에게 처음 악보를 보여 드렸을 때 선생님 앞에서 채점받는 초등학생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어제는 첫 리허설이었는데도 마에스트로와 단원들이 모두 철저하게 준비를 해오셔서 거의 완벽에 가까운 연주를 들려줬습니다. 엄청난 경험이었습니다.”
<옥자>, <기생충>, <오징어 게임> 등의 음악을 만든 작곡가 정재일은 23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더프리마아트센터에서 열린 서울시향 신작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서울시향은 그가 작곡한 ‘인페르노(Inferno: 지옥)’를 오는 10월27일 미국 뉴욕시 카네기홀에서 연주할 예정이다.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김봄소리 협연)과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이 함께 연주된다. 카네기홀 공연은 10월27~11월1일까지 이어지는 서울시향의 다섯 차례 미국 순회공연의 첫 무대다.
영화와 드라마 등 영상물의 배경 음악을 주로 만들어온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정재일이 국내 최고 교향악단의 위촉을 받아 처음으로 본격적인 오케스트라용 음악을 작곡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Inferno’는 총 4악장으로 18분 길이의 곡이다. 1악장에선 강력한 화음으로 거대한 지옥의 문이 열리고 지옥의 풍경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뒤이은 악장들에선 잠시 평온이 흐른 뒤 비극적 절정에 도달한다. 마지막 악장에선 잔잔한 물결 같은 음형 속에 음색의 밀도가 변화하면서 카타르시스에 이른다.
곡은 이탈리아 소설가 이탈로 칼비노(1923~1985)의 소설 <보이지 않는 도시들>에서 영감을 얻었다.
“마지막 장에 ‘지옥은 다른 곳이 아니라 여기에 있다. 거기에 동화될 것이냐 아니면 다른 곳을 찾아나설 것이냐’라는 내용이 나와요. 너무 비극적인 일들이 많고 한치 앞 볼 수 없는 상황이라는 생각을 날마다 하면서 음악을 만들었습니다.”
‘서울시향’과 ‘정재일’이라는 이색적인 조합은 츠베덴 음악감독이 정식으로 취임하기 1년 전인 2023년 1월 기자간담회에서 “정재일과 같은 재능 있는 한국 젊은 작곡가들”에게 신작을 위촉하겠다고 밝힌 데서 비롯했다. 츠베덴 음악감독은 그해 4월 한국에서 정재일을 직접 만나 작곡을 요청했다.
“저는 음악원에서 작곡을 공부한 사람이 아니라 (영상) 콘텐츠를 위해 작곡을 해왔어요. 마에스트로에게 ‘오케스트라를 위한 곡을 만든 적도 없고 그럴 능력도 없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마에스트로는 ‘네가 잘 할 수 있는 것만 하면 된다. 다만 중요한 건 스토리가 꼭 있어야 한다’고 했어요.”(정재일)
“음악원에서 공부한 적 없다고 하지만 정재일은 스스로 공부해서 훌륭한 음악가가 됐어요. 그는 다재다능하고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제 첫 리허설을 했는데 아주 강렬하고 우리가 사는 이 시대에 위안 줄 수 있는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두운 것 같지만 그 안에는 탈출구가 있고 결국 평화에 도달한다고 느꼈습니다.”(츠베덴)
정재일은 “제 곡이 브람스와 함께 연주된다는 걸 알고 ‘망했다’고 생각했다”면서도 “꼬마 때부터 악보를 보며 공부했다. 군대에 갈 때도 브람스 교향곡 악보를 숨겨서 갔다”고 말했다.
서울시향은 오는 25일과 26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정기연주회에서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피아노 박재홍)와 브람스 교향곡 1번을 연주하기에 앞서 정재일의 곡을 세계 초연한다.
츠베덴 음악감독은 “삶에서 가장 큰 리스크는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는 것”이라면서 “브람스와 함께 연주될 만한 작품이라 생각한다. 내가 연주해본 그 어떤 작곡가들의 곡보다 독특한 개성 지닌 작품이다. 들어보면 모두가 이 작품이 훌륭하다는 걸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대선 국면을 기점으로 반등했던 소비심리가 반년 만에 꺾였다. 농축수산물 가격이 오르고 미 관세 부과로 경기가 나빠질 것이란 우려가 작용한 때문이다. 반면 9·7 부동산 대책 발표에도 집값 상승 기대감이 여전히 꿈틀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소비자 동향 조사’ 결과를 보면 9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10.1로 8월(111.4)보다 1.3포인트 하락했다.
소비자의 인식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CCSI는 현재 생활형편, 가계수입 전망, 소비지출 전망 등 6개 지수를 표준화해 산출한 지표다. 100보다 높으면 과거 평균(2003∼2024년)보다 소비심리가 낙관적, 100을 밑돌면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지난해 12월 불법계엄 이후 급락하며 줄곧 ‘비관적’인 흐름을 보였던 CCSI는 지난 4월을 기점으로 상승, 5월부터는 100을 웃돌며 ‘낙관적’ 전망을 유지했다. 그러나 건설경기 부진, 미 관세 불확실성, 먹거리물가 오름세가 겹치면서 소비심리도 꺾였다.
CCSI의 6개 지수 중 향후 경기전망(97)은 미 관세에 따른 수출 둔화 우려로 3포인트 하락해 낙폭이 가장 컸다. 현재 경기판단(91)은 2포인트 내렸고, 생활형편 전망(100)은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1포인트 하락했다.
소비 관련 지표가 하락세를 보였지만, 주택가격전망지수(112)는 전월보다 1포인트 상승했다. 6·27 부동산 대책의 여파로 지난 7월 급락한 뒤 두 달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이달 CCSI 조사가 9·7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9~16일)에 이뤄졌다는 것을 고려하면, 소비자들은 부동산 정책에도 불구하고 1년 뒤 집값이 오를 것으로 점쳤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