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사이트 상위노출 윤석열 전 대통령이 26일 열린 법원의 보석 심문에서 “1.8평 (구치소) 독방 안에서 ‘서바이벌’ 하는 자체가 힘들었다. 재판에 출석하는 것도 체력적으로 어렵다”며 보석 청구 취지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과 특별검사 측 의견을 종합한 뒤 보석 허가 여부를 추후에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백대현)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등 사건의 1차 공판과 보석 심문을 열었다.
공판과 보석 심문 절차에 모두 참석한 윤 전 대통령은 심문을 마치기 전 직접 마이크를 잡고 20분 가까이 발언하며 보석을 허가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제가 원래 목소리가 굉장히 큰데 (지금은 작다)”라고 말문을 연 윤 전 대통령은 “구치소 안에서 변호인 접견을 하는 이유도 왔다갔다 하는 걸로 운동이 되기 때문”이라며 “인간이 하루종일 법정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체력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증인들도 다 제 밑에 있던 사람들인데, 제가 법정에서 얼굴을 빤히 보고 있으면 이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 아니겠냐”며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있겠느냐”고 했다.
그는 이때까지 불구속 상태에서도 재판에 계속 참석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이 진행 중인 재판을 예로 들며 “4월부터 한 번도 재판에 빠지거나 한 적이 없다”며 “그런데 검찰이 신청한 증인이 130명이라고 하고, 저와 직접 관련도 없고 중요하지도 않은 증인들을 갖고 시간을 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란 사건 재판장께서도 핵심 증인만 먼저 하자고 했는데도 검찰이 그렇게 안 한다”면서 “이 재판부도 심리를 주재해보시면 알겠지만 특검 조서가 질문과 답변이 모두 이상해서 차라리 진술 거부를 했어야 하나 싶다”고 덧붙였다.
또 “보석 청구를 한 이유는 다른 것보다도 재판에 좀 나가야 할 것 같고, 그런데 이 상태로는 힘들기 때문”이라며 “집도 법원과 가깝고 하니 보석을 해주시면 아침, 밤늦게 조금씩 운동도 하고 영양도 챙기고 변호인들과 소통하면서 사법 절차에 협조를 하겠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보석 심문에 앞서 열린 공판에선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변호인단은 “대통령으로서 비상상황에 따라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이후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의결에 따라 비상계엄을 해제했다”며 “그런데 특검은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내란으로 기소한 것에서 나아가 국무회의 소집 및 심의를 직권남용으로 의율(법률 적용)하고, 공보 행위를 범죄라고 하면서 허위 공보에 의한 직권남용으로 의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특검이 추가 기소한 것이 현재 같은 법원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에서 진행 중인 내란 우두머리·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재판의 공소사실에 포함돼 이중기소라며 “이에 대해 공소기각 판결을 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국무위원의 계엄 심의·의결권을 침해한 혐의, 계엄선포문의 사후 작성과 폐기 혐의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허위 사실 공보를 지시한 혐의와 관련해서는 “국제사회에 불필요한 우려를 줄 수 있었고, 대한민국의 대외신인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었다”며 “오히려 헌정 시스템이 정상 작동 중이고, 대통령과 국회 모두 각자의 역할에 의해 시스템을 복원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을 알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특검법에) 1심 재판을 6개월 안에 마무리하도록 돼 있어 주 1회 이상 재판을 진행하려 한다”며 “주로 금요일에 하고, 주 2회를 진행하게 되면 화요일에도 재판을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이날 법정 중계를 허용하면서 재판 과정을 촬영한 영상은 개인정보 비식별화 과정 등을 거쳐 인터넷에 추후 공개된다.
오는 주말 열리는 ‘927 기후정의행진’ 공동집행위원장 은혜씨는 5년 전만해도 디자인 일을 하는 평범한 회사원었다. 2019년 기후정의행진(당시 기후위기 비상행동)에 ‘개인’ 자격으로 혜화역 광장에 함께했던 경험이 그를 활동가의 길로 이끌었다. 그는 “지금 돌아봐도 ‘사표’는 괜찮은 선택이었다”며 웃었다. 기후환경에 온통 관심이 쏠려있는데, 다른 일에 삶을 쓰기에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은혜씨는 2020년 1월 회사를 그만두고 기후 모임에 참여하며 현장 활동을 시작했다. 2022년부터는기후정의동맹 소속으로 기후정의행진을 기획하는 일을 맡고 있다.
행진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많은 사람이 함께해주는 건 반갑지만,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은혜씨는 “매년 행진을 준비를 할때마다 ‘올해도 작년만큼 참여할까’ 걱정하지만, 막상 행진이 열리면 걱정과 달리 많은 분이 와준다”면서도 “그만큼 기후위기를 체감하는 분들이 더 많아졌다는 의미이기도 해서 ‘상황이 더 나빠졌구나’하는 생각에 기쁘면서도 슬프기도 하다”고 말했다.
기후정의행진에는 매년 약 3만명이 참여한다. 지난해 참여 단체는 600여 곳이었는데, 올해는 650곳 이상이 함께할 예정이다. 광장에 모이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행진에서 외치는 요구도 점점 구체적이고 다양해지고 있다.
그는 “기후 환경의 변화 뿐아니라 달라지는 국제 정세도 참가자의 요구 사항에 반영된다”며 “그동안 행진을 거치면서 참가자와 단체들 간의 연대가 쌓였고, 기후정의는 이제 노동과 인권, 반전, 평화 등 다양한 가치와 만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기후정의행진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및 전환 계획 수립, 탈핵·탈화석연료·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성장과 대기업을 위한 ·AI 산업 육성 재검토·생태계 파괴 사업 중단, 모든 생명의 존엄과 기본권 보장, 농민 권리와 먹거리 기본권 보장, 전쟁과 학살 종식, 방위산업 육성과 무기 수출 중단을 6대 요구안으로 정했다.
6대 요구안은 설문조사와 조직위 워크샵, 발제 토론 등의 과정을 거쳐 추렸다. 6대 요구안과 18대 세부 요구안이 있는데, ‘농민 권리와 먹거리기본권’은 세부 요구로 분류됐다가 논의 과정에서 6대 요구로 격상됐다.
6대 요구안을 아우르는 구호는 ‘기후정의로 광장을 잇자’는 것이다. 은혜씨는 “지난 겨울 계엄을 막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광장에 섰고, 내란 수괴는 끌어내렸지만 그때 열어 둔 광장은 아직 닫히지 않았다”며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열린 광장이 필요하고, 광장의 목소리는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새 정부는 기후대응을 전면에 내세우고 출범했다. 하지만 지난 100일 지켜본 정부 행보는 영 미덥지 못하다.
그는 “기후위기를 진지하게 마주하고 있는 정부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평가했다. “탈핵에 대한 분명한 의지도 없고, 탈석탄 속도도 더디다”며 “에너지 전환은 공공성이 담보돼야 하는데, 공공성 확보에 대한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은혜씨는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와 발전소 지역의 정의로운 전환계획도 부재하다”고 짚었다. 국립공원 케이블카 건설, 4대강 재자연화 문제처럼 논란이 거듭됐던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해결 의지가 없다고 본다.
그래서 그는 더욱 행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행진에 참가한 이들이 ‘싸울 수있는 힘’을 공유하길 바란다. 기후위기로 좌절한 사람들이 거리를 메우고 얼굴을 마주할 때 ‘혼자가 아니다’라는 감각을 공유할 수 있도록 말이다.
은혜씨는 “낙담할 수 도 있고, 변하는 게 없는 것 같기도 하다”면서도 “그런데 낙담만해서는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새만금 신공항 건설이 기본계획 취소 판결을 받은 것처럼 싸우면 ‘선택지’가 생긴다”는 것이 은혜씨의 생각이다. 그는 “이 싸움은 길고 어렵다. 절대 혼자 할 수 없는 싸움이다”라며 “행진에 참여해서 같이 싸울 수 있는 동료 시민들을 마주하고,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만으로도 힘이 나는 경험을 해 보길 권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