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력강의 KT가 문자서비스(SMS) 등 모든 소액결제 사례를 분석해 피해 규모를 다시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김영섭 KT 대표는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연 ‘대규모 해킹사고(통신·금융) 관련 청문회’에서 “SMS 등 전체 인증에 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ARS(자동응답 전화) 소액인증만 조사해 피해를 축소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황정아 의원(더불어민주당)의 지적에 “분석에 시간이 걸려 일단 ARS 기반으로 분석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또 전체 소액결제 사례 분석과 관련해 “SMS, PASS 인증 등은 시간이 걸리는 사안”이라며 “우선순위에 따라 SMS 인증부터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수조사) 기간을 (앞선 조사는) 6월1일부터 했는데 지금은 2025년 1월1일부터 전수조사를 시작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KT는 6월1일부터 9월10일까지 이뤄진 소액결제용 ARS 2267만건을 조사해 피해 규모(362명, 2억4000만원)를 파악한 바 있다.
시민들은 가끔 정치적 균형을 포기하고 한쪽으로 권력을 몰아주기도 한다. 지난 6·3 대선에서 국민들은 거대야당 후보 이재명을 대통령으로 뽑으며 여대야소 정치 지형을 만들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와 대통령 권력을 모두 장악했다. 내란 세력 심판과 민주주의 회복에 대한 기대가 담긴 선택이었다. 21년 전인 2004년에도 시민들은 여대야소를 선택한 바 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에 성난 유권자들은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을 심판하고 46석에 불과하던 민주당 전신 열린우리당에 과반 의석을 밀어줬다.
열린우리당은 국민이 몰아준 권력을 바탕으로 4대 개혁입법을 추진했다. 국가보안법 폐지, 사립학교법 개정, 과거사진상규명법과 언론관계법 처리가 목표였다. 민주당도 내란세력 척결을 명분으로 구체제 개혁 작업에 힘을 쏟고 있다. 정청래 대표는 임기 시작부터 검찰, 언론, 사법 3대 개혁을 “전광석화처럼 끝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열린우리당 실패의 교훈을 마음에 새겨온 민주당은 이번에는 성공을 자신한다. 실제 민주당은 과거보다 훨씬 유리한 상황이다.
민주당은 열린우리당보다 더 세다. 노 전 대통령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비판하며 당정분리를 내세웠다. 열린우리당은 152석으로 겨우 과반을 넘겼고 그중에서도 ‘108 번뇌’라 불릴 정도로 제각각인 초선이 108명이었다. 법안 게이트키핑 권한을 가진 법사위원장도 야당에 넘겨줬다. 반면 이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는 당정일체를 외치고 있다. 민주당은 166석으로 압도적 과반이고 비명 의원은 멸종 상태다. 과거 사립학교법 개정을 두고 대통령과 여당이 충돌했던 것과 같은 사태는 재발하기 어렵다. 민주당은 법사위도 장악하고 있고, 더 강력한 개혁을 외치는 조국혁신당 12석도 우군으로 두고 있다.
야당과 보수 세력의 저항은 과거처럼 강력하지 않다. 반헌법적 친위 쿠데타를 일으킨 윤석열과도 단절하지 못하는 국민의힘은 여당의 개혁을 저지할 힘도 명분도 잃었다. ‘윤 어게인’을 외치고, 부정 선거 음모론에 빠진 극우 세력에 포위된 야당이 무슨 확장성을 가지겠는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여당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과거 국가보안법 폐지를 두고는 찬반양론이 팽팽했지만 권력화·정치화된 검찰 집단을 뜯어고치자는 데는 국민적 공감대가 크다. 찬성 여론이 반대 여론의 두 배 수준이다. 내란·김건희 특검의 수사가 진행될수록 개혁의 정당성은 더 커질 것이다.
그렇다고 민주당의 개혁이 탄탄대로는 아니다. 요란한 개혁 공세가 곳곳에서 잡음을 키우고 있다. 추미애 법사위원장과 강경파 의원들은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는 ‘조희대·한덕수 비밀 회동설’을 근거로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를 개최하겠다며 3권분립 논란을 키웠다. 기고만장 정 대표는 “대통령도 갈아치우는 마당에 대법원장이 뭐라고”라고 일갈했다. 조 대법원장이 사법부 수호자로 떠오를 판이다. 점입가경 추 위원장은 전례 없이 표결까지 강행하며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간사 선임을 부결시켰고, 노트북에 유인물을 붙인 나 의원을 향해 “이렇게 하는 것이 윤석열 오빠에게 무슨 도움이 됩니까”라고 비아냥댔다. ‘추·나 대전’ 덕에 윤석열 탄핵에 반대한 나 의원의 존재감만 커지고 있다.
민주당의 개혁에 필요한 건 속도나 힘이 아니다. 정치에서 무리한 속도는 부작용을 키우고, 절제되지 않는 권력은 반발을 불러올 뿐이다. ‘터프한’ 정 대표와 추 위원장 등 강경파 법사위원들을 보며 민주당 강성 당원들은 통쾌해하겠지만 상당수 시민들은 불편함을 느낀다. 국회에서 개혁안에 대한 숙의는 사라지고 정치 공방만 이어지면서 개혁 피로도 쌓이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이 ‘난가병’에 걸렸다는 비판도 나온다. 누구는 다음 지방선거에서 어느 단체장에 출마하기 위해 강성당원 구애에 몰두하고 있다는 식이다.
성공적인 개혁을 위해 민주당은 구호가 아니라 디테일에 집중해야 한다. 빈틈 하나로 개혁 취지가 퇴색할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 당시 검찰 직접수사 대상을 줄이기 위해 검찰청법을 개정했지만 법안의 ‘등’이라는 문구 하나 때문에 무용지물이 된 게 대표적 사례다. 무엇보다 민주당원만이 아니라 다수 국민이 개혁의 뒷배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민주당 권리당원 110만명과 최대 다수 국민의 교집합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당연히 힘의 절제와 대화·타협이 필요하다. 그래야 민주당원을 위한 개혁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개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