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마그라구입 ‘양비’로 불린 양정철 전 청와대 비서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 철학을 말로 전달하는 데 앞장섰던 참모였다. 새 시대의 첫차가 되고팠던 노 전 대통령 의지를 전하려다 보니 ‘노무현의 언어’는 늘 관성과 개혁의 경계를 넘나들어야 했다고 한다. 그래서 거칠고 뾰족하고 비타협적인 언어를 동원할 때가 잦았다. ‘우리가 옳다’는 신념으로 시민을 설득할 수 있어야 정치의 언어라고 확신한 것이다.
그랬던 ‘양비’ 생각이 달라졌다. 2018년 <세상을 바꾸는 언어> 출간 직후 만난 그는 “정치는 시민의 품격을 닮아야 하고, 정치인의 언어는 시민의 언어를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그가 책을 낼 무렵은 미투가 불붙었을 때였다. 당시 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들의 해시태그는 성폭력 피해자와 연대하겠다는 약속의 언어였다. 하지만 그때 정치는 ‘피해호소인’을 운운하며 미투라는 정치 언어를 깔아뭉갰다. 거칠고 적대적인 언어만 막말이 아니다. 시민들이 원하는 말과 세상을 존중하지 않는 것도 막말 정치나 다름없다.
할 일 많은 정기국회가 막말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국회 법사위에서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라 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퇴장 명령에 항의하는 나 의원에게 “윤석열 오빠한테 도움 되느냐”고 한 추미애 법사위원장, ‘노상원 수첩’의 심각한 위험을 말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본회의장 대표연설 중에 “제발 그리됐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망언을 뱉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모두 목도했다. 장외에선,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정 대표가 “이재명과 김어준의 똘마니” “윤석열의 똘마니”라고 맞받아쳤다. 막말 공방은 오갈수록 날이 서고 세진다. 그걸 여야 지도부와 중진들, 국회 상임위원장이 주도하는 삭막한 정치가 되어버렸다.
가시 돋친 막말은 진영·팬덤 정치와 내년 지방선거 기싸움이 나날이 심화하는 단면일 수 있다. 양극단 사회가 낳은 정치적 부족주의가 원인일 수도 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미 막말이 여야 모두에 정치적 생존 수단이 된 현실에선 보다 근원적인 통찰이 필요할 것 같다. 7년 전 전직 대통령 노무현의 말을 다뤘던 참모의 말을 다시 떠올린다. “지금 어떤 수준의 시민들과 정치하고 있는 건지 여야는 알고 있는가.”
구광모 LG 회장(사진)이 사장단 회의를 열고 중국 경쟁사들에 맞서기 위해 인공지능 전환(AX)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25일 LG에 따르면 구 회장은 전날 경기 이천 LG인화원에서 개최한 사장단 회의에서 AX 가속화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LG유플러스 등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진과 각사 AX 전략을 총괄하는 최고디지털책임자(CDO) 등 40여명이 참석했다.
중국 업체들은 전자, 석유화학,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LG의 핵심 사업 분야에서 위협을 이어가고 있다. 구 회장은 “중국 경쟁사들은 우리보다 자본·인력에서 3배, 4배 이상의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그동안 구조적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는 인식을 같이하며 사업의 선택과 집중, 연구·개발(R&D)을 통한 차별적 경쟁력 확보, 구조적 수익체질 개선 등 3가지를 논의해왔지만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최고경영진은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 생산력과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AX 전략 실행에 몰입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구 회장은 “회사는 집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곳인 만큼 최고경영진이 구성원들의 안전에 대해서도 세심히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이는 최근 LG에너지솔루션·협력사 임직원이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현장에서 체포·구금된 사태와 관련한 메시지라고 LG는 설명했다.